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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의 패인, 소통부재와 문고리 권력
김희정 편집국장 | 승인 2016.11.14 18:24

미국 대선에서 여성 최초 대통령이 탄생해 유리천장을 깰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다.

힐러리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 꿈이 좌절되면서 힐러리의 대선 패인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백인 서민층의 밑바닥 민심을 읽어내지 못했다는 점, 공과 사를 명백하게 구분해야 하는 위치에 수년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이메일을 사적으로 오용한 점 등이 패배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힐러리는 선거 운동 당시 남편의 백악관 시절부터 익숙했던 선거대책 본부장인 존 포데스타의 전략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너무 교과서적이고 모범적이긴 했지만 ‘풍요한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요구하는 백인 유권자들에게 모범답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패배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 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 건 우리나라의 비선실세 게이트와는 약간 차이가 있겠지만 힐러리 역시 문고리 권력이란 게 있었다는 점을 대중들이 눈치 채고 있었다는 점이다.

굳이 따지자면 힐러리 대선 캠프에 서열 1위인 선대위 본부장인 존 포레스타, 2위인 로비 무트 선대위 사무장 다음의 3위에 올라 있는 후마 애버딘의 존재다.

후마 애비딘에게는 ‘사실상 선거 캠페인의 총감독 겸 힐러리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애버딘은 1996년부터 백악관 인턴을 지냈다. 당시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성 스캔들로 힐러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시절이었다.

‘르윈스키 스캔들’ 이른바 ‘지퍼 게이트’로 인해 힐러리의 자존심이 너덜너덜 구겨졌던 시절 애버딘은 힐러리를 향한 우정과 헌신의 마음을 잃지 않았다.

이후 애버딘은 사실상의 비선으로 감지되며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급기야 경쟁 정당인 공화당의 미셸 바흐만 하원의원이 2012년 애버딘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에 대해 힐러리에게 묻고 수사기관의 조사를 요청했지만 힐러리는 모든 의혹을 낭설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FBI 코미 국장이 워너 전 하원의원의 온라인 대화창을 수사 하던 중 애버딘의 존재가 부각되었고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로 이어졌다.

힐러리는 미국 최고의 로스쿨 중 한 곳인 예일대를 졸업하고 8년간 퍼스트레이디를 지낸 미국 최고의 엘리트이다.

 그는 뉴욕주 상원의원을 역임했고 미국 국무장관까지 역임했지만 그의 곁에서 머리 손질부터 외교 실무까지 챙기는 비서 애버딘의 존재가 중요했나 보다.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은 소통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으로서 입에 담기 어려운 스캔들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그의 곁에 가면 뭐라고 욕을 할 수 없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힐러리는 그런 그와 수 십년을 함께 살았어도 그의 이 같은 장점은 배우지 못한 것 같다.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은 애버딘을 거치치 않고는 힐러리와 소통되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힐러리의 외교자문 역인 리처드 홀브룩과 부통령을 역임한 엘 고어 역시 애버딘을 통해야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남편인 빌 클린턴 역시 애버딘의 허락이 있어야 자유롭게 아내인 힐러리와 통화할 수 있다고 털어 놓았다고 하니 전적으로 힐러리의 모든 것을 챙긴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힐러리가 특정 개인에 의존하고 소통이 약한 것에 대해 르윈스키 스캔들로 인해 일종의 남편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나면서 백인 남성에 대한 소통에 약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 결과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백인과 남성으로부터 받은 지지율은 트럼프가 받은 지지율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최고의 여성 지도자들이 한 명은 선거에 패배하고 한 명은 치명적인 도덕적인 결함과 무능력을 드러내는 등 여성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약 60여년에 걸쳐 부엌에서 거리로 뛰쳐나와 참정권 운동을 하고, 지금도 동수운동과 같은 여성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계의 노력들이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했다.

이제 남성들은 여성이 더 ‘청렴’하다고 믿지 않는다. 더 청렴하겠지 하고 믿었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과거 여성계 일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 대표성을 가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성들이 거쳐야 하는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의 육아의 어려움 등을 알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왕왕 있었다.

그러나 보수 단체의 여성단체들에서는 그래도 여성 대통령의 탄생으로 인해 우리 여성이 유리 천장을 깨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이뤄내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여성계가 한국에서 유리천장을 깨는 신화를 만들겠다고 노력해 놓은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제 다음 여성 지도자들은 다시 맨 땅에서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지금도 준비가 되지 않은 여성 지도자들이 여성운동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로 인해, 자신의 무지로 인해, 자신의 청렴하지 않음으로 인해 다른 여성들의 이미지까지 갉아 먹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성계 몫으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들어가 놓고 여성계 관련 법안들을 만드는 일에 혼신을 기울이지 않고 위중한 시기에 골프회동 스캔들에 오르내리는 여성 의원들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모두 약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행정부도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견제 장치로 국회를 만들어 놓고 삼권분립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이 모든 제도들을 활용하지 않고 내가 아는 몇 몇 사람들에 의존해서 정치를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우리는 요즘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 최초의 유리천장을 깨는 여성 대통령이 탄생되지 못한 것이 어쩌면 우리 여성들이 다시 한번 각성하라는 목소리로 들린다.
 

 

 

김희정 편집국장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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