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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갚을 권리’, 어디까지 인정돼야 할까
조미나 기자 | 승인 2016.09.21 15:52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아버지가 갚을 능력이 안되니 네가 대신 갚아라”, “OO일까지 갚지 않으면 알아서 해라”. 최근 채무자 뿐 아니라 상환 의무가 없는 채무자 가족에게까지 불법추심이 가해지면서 채무자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과도한 빚독촉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 시행하는 법안이 발의될 전망이다.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채무자 대리인제도’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 초안을 8월 금융위원회에 통지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지난 2014년 개정된 ‘공정 추심법’으로, 채무자가 대리인(변호사)을 선임하면 채권자는 대리인을 통해서만 추심할 수 있다. 채권자의 과도한 빛 독촉 및 추심으로 인해 채무자가 고통받지 않도록 대리인을 선임해, 대리인을 통해서만 추심을 하는 것이 개정안의 내용이다. 채권 추심자는 채무자에게 직접적으로 연락할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는 적용 대상이 신용정보사 및 여신 금융권 등을 제외한 대부업에만 한정돼있어,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채무자 대리인 제도 확대시행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왔던 것.

채권자보다 채무자의 권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선의임에는 틀림없다. 이들을 불법추심으로부터 보호해 정서적·경제적 안정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서다. 또한 일각에서는 “채권자 또한 금전거래에서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빌려줬다면 채권자의 책임”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채무자 권리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개정안을 세부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무자 뿐 아니라 채권자의 권리 또한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악용할 시 이 제도가 채무변제 회피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지나친 고금리로 대출을 실행해, 돌려막기로 채무자들이 더 큰 빚에 빠지게 만드는 구조는 ‘약탈적 금융’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본래 시장원리에서 채무자는 채권자에 채무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 이 질서가 무너지면 채무는 늘고 상환이 되지 않아 금융 시장 질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무자가 채권자와의 갑-을 관계로 인해 고통받지 않도록 ‘빚 못갚을 권리’도 어느 정도 인정돼야 하지만, 채권자의 ‘빚 받을 권리’ 또한 인정돼야 한다. 치솟는 가계부채에 이 제도가 악순환을 일으키지 않도록, 채권자와 채무자 권리의 균형을 맞춘 개정안이 필요하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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