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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결혼-출산은 퇴직 전단계? 부부사원 퇴사 강요에 무너지는 양성평등
김영 기자 | 승인 2016.03.29 15:14
서울 서대문에 자리한 농협중앙회.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강원도 원주에 있는 한 단위농협에서 부부사원에 대한 퇴사 강요 논란이 불거졌다. 농협 측이 사내커플인 부부사원에 대해 둘 중 한명의 퇴사를 종용하며 업무 변경 등 강압적인 인사조치를 취한 것. 부부사원 퇴사 강요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여직원의 사직을 불러올 수 있고 경력단절녀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성평등을 침해하는 시대착오적인 조치’라는 의견도 뒤따르고 있다.

지난 28일 노컷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2010년 원주 A농협 계약직으로 입사한 김모(30)씨는 이듬해 하반기 치러진 정규직 공채에 합격, 2014년 9월 네 살 연상이자 직장 동료인 현재 남편과 결혼했다.

사내커플이 된 김씨 부부는 출산을 앞두고 있던 2015년 6월 회사로부터 부부사원 퇴사요구를 전달 받았다. 남편이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부부사원 중 한 명은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는 방침을 전해 들은 것으로 사측은 금전적인 보상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남편은 사측 요구의 부당함에 이를 거절했으나 이후 농협에서는 임산부이자 농협에서 근무하는 것에 상당히 만족해 했던 김씨에게도 퇴사를 직접적으로 종용했다.

그해 9월 김씨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자 농협은 기존에 보던 은행업무가 아닌 조합에서 운영하는 마트 축산코너로 보직변경 가능성을 밝히며, 다시 한번 퇴사를 종용했다.

김씨가 또 한 번 이를 따르지 않자 1달 뒤 정육파트로 발령조치를 내렸고, 그해 12월 정기인사를 통해 은행 예금계로 재발령 조치하고선 대기발령 상태로 지내게 만들었다.

농협 측의 과도한 조치에 참다 못한 김씨 부부가 올해 1월 결국 아내의 퇴사를 결정할 쯤에는 이들은 사측이 김씨 동의없이 임의로 사직서에 도장까지 찍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분개한 김씨 부부는 퇴사를 없던 일로 하고 회사 측의 부당 해고에 맞써 싸우기로 결정하며 이에 대한 내용증명을 회사로 보내고 언론에도 알렸다.

부부사원 퇴사 종용 논란에 대해 A농협 관계자는 “부부직원 근무시 발생할 금융사고 예방차원의 관례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씨에 대한 퇴사처리 방침을 철회했다”고도 덧붙였다.

농협중앙회는 모르는 일?

앞서 1999년 IMF 외환위기 당시 농협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총 752쌍의 사내부부 중 688명의 여성사원에 대해 명예퇴직을 실시했다가 소송전에 휘말렸었다.

부부사원 중 아내에게 “명퇴 불응시 남편을 순환명령 휴직 시키고 2차 구조조정 때 1순위로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다가 발생한 일로, 당시 농협에서는 “부부사원이 일반사원에 비해 경제적 피해가 적어 명퇴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순경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자신의 편저 ‘노동과 페미니즘’을 통해 “(농협이)성차별적 행위를 진행했다”며 “사내부부라는 사실 자체를 해고자 선정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합리성이 결여된 것으로 해고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되레 미혼 직장인이 더 적다”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2002년 대법원에서는 알리안츠생명보험에 다니다 부부사원이라는 이유된 해고된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한 원심을 확정판결했다. 회사 중간관리자들의 반복적인 퇴직 권유와 종용이 사실로 인정되고 이같은 행위가 우월쩍 지위를 이용한 강요행위라는 것이었다.

원주 단위농협에서 발생한 부부사원 퇴사 종용 파문에 대해 “농협 내부의 오랜 악습이 재현된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소송이 진행됐어도 농협이 불리했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여성소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독립법인으로 운영되는 단위농협 특성상 파악이 잘 되지 않았던 부분으로 우리 역시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중앙회 측과 연관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어 “중앙회 차원에서 부부사원 중 한 명의 퇴사를 지시한 적은 절대 없다”며 “중앙회는 각 단위농협에 인사모범안을 만들어 내려보내는데 그 안에도 이와 같은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인사모범안에 여성사원 보호차원의 양성평등 내용 등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선 “그 부분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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