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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개척男 김원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위원“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정치 권위주의 감소에 도움”
김영 기자 | 승인 2016.03.24 14:47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문제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한 정부기관이다. 한국여성개발원이란 이름으로 출발, 현재는 여성 정책 및 여성의 사회참여와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 여성을 주로 다루는 조직이다 보니 구성원 또 한 거의 대부분 여성이나, 남성도 일부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이가 김원홍 연구위원이다. 국내 ‘여성정치학’ 연구의 권위자인 김 위원을 만나 그가 여성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여성들의 정치참여 확대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남성 정치학 전공자가 여성정책연구원에서 근무하는 것부터 눈에 띈다. 어떤 계기로 여성정책연구원에 들어오게 됐나? 남성으로서 여성 중심의 연구원 생활은 어땠나?

"1983년 석사학위를 받은 뒤 일반 직장을 다니며 박사과정을 준비 중이었다. 공부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여성개발원이 처음 문을 열었고 ‘여성 쪽으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주위 제안을 받았다.

아버지께서 이화여대 행정실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는데, 그 때문에 활동적인 여성들의 활약상을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남성이 여성문제를 다루는데 거부감이 없었다.

연구원 공채는 국문학을 전공했던 아내와 함께 준비했는데 나만 붙었다. 36명의 신입 중 남자라고는 나와 국토해양부 사무관 출신 남성 둘 뿐이었다. 걔다가 이 동기의 경우 연구원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조직으로 돌아갔고 결국 연구원 내 남자라고는 나만 남게 됐다.

연구원에 들어온 지 10년 정도 지나서야 남성 연구자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이제는 건강 행정 의식 심리학 경제학 등 연구원 내에서 여성문제를 전공하는 남성이 십여 명 가까이 된다.

처음에는 ‘남자가 왜 여성문제를 다루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여성 중심의 조직이다 보니 직장생활을 하는 데 있어 곤란한 점도 다소 있었고 소외감도 적잖이 느꼈다."

-연구원에서는 주로 어떤 분야를 다뤄왔나?

"연구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국제협력 업무를 전담했다. 이 부서의 주 업무가 행사지원이다 보니 공부를 하고 싶던 내 생각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연구부서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여성정치에 관해 연구하게 됐다.

8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여성과 관련해서는 사회참여나 상담 및 교육 등에 연구가 주를 이뤘다. 여성정치란 연구영역 자체가 생소했는데, 80년대 말부터 지방자치 도입 움직임이 일며 지방자치에 있어 여성 참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내 경우 주준희 교수와 함께 ‘지방과 여성정치’란 연구를 시작하며 여성정치 연구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며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 개막하자 여성단체들이 연대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각 당의 할당제를 강력히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토론회도 자주 가졌고 정당의 자문위원을 맡아 세미나에도 자주 참석했다. 원유철·김한길 의원 등 남성 정치인들을 만나 여성 정치인 확대를 위한 설득도 진행했다. 여성이 본인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남성들을 상대로 같은 남성이 문제의 당위성을 제기하고 호소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 외도 여성 유권자 등 여성과 정치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꾸준히 다뤄왔다."

-그럼 왜 여성의 정치참여가 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여성의 정치참여가 늘어난 뒤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가?

"정치는 기본적으로 특권층이 하는 것으로 인식됐고 실질적으로 권한도 크다. 이를 전담해 온 남성들이 권위적인 특권층이었다는 설명이다. 여성들이 정치를 하면 성 평등 상황을 만들 수도 있고 섬세하고 균형발전을 위해서 낫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정치인 수가 늘어난 현재는 그에 따른 변화가 분명히 있다.

연구원에서 여성정치인 증가와 국회 권위주의 등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의원 수 대비 남성보다 여성의원의 입법 발의 건수가 훨씬 많았다. 일단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 번째로 의회로 가는 여성들이 많아지며 의회 내 조직문화에도 변화 조짐이 확인됐다. 국회의원들의 권위주의에 대해서도 종전과 비교해 낮아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여성의원들이 늘어나며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육아 등 대한 남성의원들의 관심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여성정치인 확대와 관련 19대 비례대표 여성의원의 재공천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맞는 말이다. 여성정치인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경력이 유지되는 것 또한 필요한 부분이다. 경력 지속의 문제로 비례대표로 시작한 여성정치인이 지역구를 거치며 전문성이 생기고 기반을 다지는 게 중요한데 그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당에서는 이들 여성의원에게 경선기회 제공을 대안으로 제시하는데 자본가나 명망가 출신 남성 후보들과 경쟁에서 여성후보가 살아남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비례대표에서만큼이라도 여성 60%~100% 공천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각 정당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

-여성의 정치진출 관련 여성단체의 정치화, 알력다툼, 보혁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과거 여성단체 수가 지금보다 적었을 땐 단체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하는 게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그때는 여성단체연합과 여성단체협의회가 여성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연과 여협 자체의 색깔이 분명해지고 나름 정치적 라인도 확실해졌다. 여성단체 수도 늘어났다. 그렇다 보니 이들 단체 간 갈등을 해결하긴 솔직히 쉽지 않다고 본다.

주목해 볼 부분은 여성인재 풀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예전에는 여성단체장 출신 인사의 정치권 진출이 비교적 쉬웠으나 지금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며 전혀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교수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출신 여성들의 힘이 세진 것이다.

여성단체와 여성정치에 있어 또 하나 관심을 가질 부분은 여성단체가 여성정치인 육성의 통로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능력 있는 여성을 발굴하고 육성할 책임은 여성단체가 아닌 정당에 있다고 본다."

-여성정치 활성화는 결국 유권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여성정치인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이 어떻다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수도권 지역에서는 여성정치인에 대해 유권자들 또한 출마가 당연하다는 인식이 크다. 또한, 능력이 있으면 뽑아줄 의향도 분명히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아쉬운 점은 여성후보들에 호감을 보인 유권자 또한 실질 선거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양성평등의 시각 등이 아직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라 본다.

더 큰 아쉬움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돕기 위해선 여성 유권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내 유권자 비중을 보면 역대로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그러나 실제 투표율은 남성이 더 앞선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젊은 여성의 투표율이 가장 낮고 30~40대 여성의 투표율이 가장 높아졌다 50대 들어 다시 낮아진다."

-젊은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정부 정책에 따른 효과나 피해를 체감할 나잇대에 투표율이 상승하고 삶이 비교적 안정적인 중장년 대에 접어들며 다시 정치와 멀어지는 구조다.

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해 여성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는 설명이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여성단체 그리고 선관위 등이 여성차별을 넘어 양성평등에 관해 지속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올해가 연구원 정년이다. 건국대에서 여성학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일단은 대학강의에 더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다. 예전에는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이 차별적이었다는 점을 주로 강조했으나 최근에는 남녀 협력관계에 대해 자주 강의한다.

양성평등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도 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 아이들에게 양성 평등 시각에서 서로를 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이해시켜 주고 싶다.

평생 해온 게 연구다 보니 이외 다른 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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