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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에서 출발한 여성혐오… 온라인 공간에서 만개교육과 제재 넘어 남성 역차별도 해소해야
김영 기자 | 승인 2016.03.18 15:53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우리나라 남성들의 여성혐오가 상당 수준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조사에 참여한 남성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비하 표현에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젊은 남성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불거진 소주 제조업체 내 기혼여성 퇴직 강요와 헤어프렌차이즈업체 대표의 여성비하 논란이 특정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방증으로, 여성 혐오성 비하 발언 재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여성소비자신문’에서는 여성혐오의 오랜 역사 및 해소 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지난해 불거진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의 여성 비하성 발언에 대해 항의 중인 여성단체 회원들. <사진출처=뉴시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연구원)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조사한 ‘남녀 간 성 평등 가치 갈등 양상의 현황’ 등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남성의 삶에 관한 기초연구(Ⅱ)’ 보고서를 지난 13일 공개했다. 설문조사에는 15세 이상 35세 미만 남성 1200명과 여성 300명이 참여했다.

조사결과 ‘김치녀(남성 의존적인 한국 여성을 비하해 부르는 말)’, ‘된장녀(허영심 많은 여성을 비하하는 말)’, ‘김여사(운전실력이 미숙한 여성을 비하는 말)’, ‘성괴’(성형괴물) 등 여성비하 표현에 공감하는 남성(전체 1200명 중 유효한 응답 1007명)은 54.2%로 집계됐다. 여성(전체 300명 중 유효한 응답 249명) 중 공감한다는 의견은 24.1%였다.

집단별로 살펴보면 남성 청소년(전체 308명 중 유효한 응답 156명)의 66.7%가 이 같은 표현에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여성 청소년 중 여성비하 표현 공감률은 22.2%였다.

이어 남성 중 자존감이 낮은 사람,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사람, 성 평등 의식이 낮은 사람, ‘여성은 열등하다’는 식의 적대적 성차별주의, ‘여성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온정적 성차별주의 의식을 가진 사람 순으로 여성 비하 표현에 대한 공감 정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남성 응답자들의 경우 청소년, 대학생, 취업준비생/무직, 직장인 등 조사대상에 포함된 모든 응답 군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대상 혹은 혜택받은 집단’으로 ‘20∼30대 여성’을 꼽았다. 특히 남자 청소년의 41.3%가 ‘20∼30대 여성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석한 남성 중 상당수는 남성의 역차별에 대해 언급했으며, 양성평등 정책 실행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에서는 “어린 연령대에서 여성 혐오가 더 심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성들이 좌절의 원인을 똑같이 힘든 다른 취약 계층에 돌리는 양상을 보인다”며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거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취업에 좌절한 남성들의 여성을 향한 불만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혐오, 언제 어디서 시작됐나?

한국 젊은 남성들 사이에 만연해진 여성혐오의 경우 여성혐오증 또는 염녀주의로도 불린다. 사회학자 앨런 G.존슨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여성혐오란 여성을 여성이란 이유로 혐오하는 문화적 태도”라 정의하며, “일반적인 성차별부터 여성에 대한 부정 및 폭력 나아가 성적 대상화 등으로 여성혐오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학계에 따르면 인류의 여성혐오 역사는 대단히 오래됐으며 고대 신화와 종교 설화 속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 ‘판도라’ 이야기부터 여성혐오 경향이 엿보인다. 올림포스 주인인 제우스가 인간을 벌하기 위해 판도라를 지상에 내려보내면서 그를 “인간에게 즐거운 악(惡)한 것”이라 평한 것은 물론, 지상에 내려온 판도라가 절대 열지 말아야 할 단지를 열어 이후 인류가 온갖 악에 시달리게 된 것.

인류에게 고난을 선사한 판도라의 존재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에덴동산의 사과를 먹은 하와(이브)로 치환해 등장한다.

일부 기독교 연구자들은 “기독교의 여성혐오가 바울의 서신에서 시작됐다”며 “서기 2세기 초 활동한 교부 테를툴리아누스 같은 인물이 ‘여성은 악마의 통로이자 하수구 위에 지어진 성전’이라 헐뜯는 등 초기 기독교 문화 속에서 여성혐오를 찾아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리학자 마거릿 J.링크 역시 본인 저서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 기독교인’이란 책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복종이라는 성경적 이상을 남용해 여성혐오를 허용하기도 한다”고 평했다.

이슬람교 경전인 꾸란에서도 여성 비하성 발언이 등장한다. 4번째 장 34번째 줄에 “남성은 여성의 보호자라 알라께서 여성들보다 강한 힘을 주었기 때문” “남성은 여성을 그들의 모든 수단으로서 부양하나니 건전한 여성은 헌신적으로 남성을 따를 것이며 남성이 부재 시 남편의 명예와 자신의 순결을 보호할 것이라 순종치 아니한다.” 등의 구절이 이에 해당한다.

완전 평등의 종교로 알려진 불교 역시 여성혐오 성향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탠퍼드대학 아시아 종교사 교수인 베르나르 포르는 “불교는 특별히 성차별주의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널리 알려진 것처럼 완전히 평등주의적이지도 않다”며 불교에서 여성의 역할이 남성 수행자들의 보조자에 머문다는 걸 그 이유로 꼽았다.

데카르트, 홉스, 로크, 흄, 루소,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프로이트, 바이닝거, 슈펭글러, 루카스 등 수많은 서양 철학자 또한 여성혐오자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쇼펜하우어의 경우 ‘여성에 대하여’란 수필에서에세이에서 “(여성이) 유치하고, 천박하며, 근시안적이기 때문에 천성적으로 복종하는 역할에 걸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떠한 여성도 위대한 예술이나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작품’을 전혀 생산해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여성을 아름답다 부르는 대신 ‘불쾌한 성’이라 부르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니체 또한 ‘선악을 넘어서’에서 “문화의 전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했으며,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는 “지금 여자를 보러 가나? 채찍을 챙겨가는 것을 잊지 말게”라고 말하는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변증법으로 유명한 헤겔 역시 ‘법철학 강요’에서 “여성은 교육을 받을 능력이 있으나, 그들은 보편 능력을 요구하는 활동들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들이 아니다. 여성은 보편성의 요구 때문에 그들의 행동을 조절하지 않는다. 변덕스러운 충동과 의중에 의해서 그들의 행동방향을 결정한다”고 언급했다.

여성비하 발언으로 잇딴 구설수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사진출처=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서구사회도 여성혐오 주의보

동서양 모두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여성혐오는 오늘날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 지역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여겨진다.

지난 2013년에는 여성살해(femicide)란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멕시코와 미국 등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여성살해 사건 관련 이들의 죽음이 단지 여성이란 이유 때문이란 점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최근 미국에서는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가 수위 높은 여성비하 발언을 쏟아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있었던 선거유세에사 트럼프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패한 사실을 거론하며 “클린턴이 이길 판이었는데, 오바마에 의해 ‘X됐다’(got schlonged), 클린턴은 졌다”고 말했다.

‘슐롱’(schlong)은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이디시어(유대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사용이 금기시된 성적 비속어를 여성후보를 비하하는데 트럼프가 인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천박하다”고 지적했으며, 워싱턴포스트 또한 “남자 대학생 혹은 코미디언이나 사용할 비속어”라고 손가락질했다.

앞서 트럼프는 여성의 월경, 모유 수유, 화장실 사용 등에 대해서도 “역겹다”고 말하는 등 여성 비하성 발언을 자주 토해낸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그의 이런 거친 언행에도 불구 그를 지지하는 백인 남성 위주 극보수층의 지지율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여성혐오 현상은 온라인상에서 그 수위가 더욱 올라가는 경향도 보인다. 수사는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으며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의 이익과 관련된 모든 이가 공격대상에 오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일베저장소와 같이 남성 이용자가 주로 몰리는 일부 커뮤니티사이트가 국내 여성혐오 풍토를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다양해

여성혐오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한다.

다수의 여성학자는 “여성혐오가 여성을 ‘엄마’ 혹은 ‘창녀’ 이외의 것으로는 보지 못하는 성녀-창녀 콤플렉스로부터 기인한다.” 내지 “여성을 ‘처녀’ 또는 ‘창녀’로 밖에 보지 못하는 남자들의 이분법적 태도 때문”이라 보고 있다.

연구원 안상수 박사 또한 “여성이 남성의 것을 빼앗아 간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젊은 남성들의 여성혐오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세계적 페미니스트 이론가이자 사회학자인 마릴린 프라이는 여성혐오의 뿌리가 남근 중심성과 동성애에 있다고 진단했으며, 20세기 후반 등장한 페미니즘 이론가들 사이에서는 여성혐오가 가부장제적 사회구조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현재 일본사회 속 여성혐오에 대해 “일본 남성의 여성멸시와 여성 자신의 자기혐오 모두 남성중심 사회가 낳은 고질병”이라 말했다.

그는 “여성혐오의 피해자는 여성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성적 약자, 비인기남, 프리터, 히키코모리 등 남성 집단의 규격에서 벗어나는 이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반체제 페미니스트로 활동 중인 캐밀 파야의 경우 역사적으로 나타난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 “남성의 여성에 대한 증오가 아닌 두려움 때문”이라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여성혐오, 해소방안은?

여성혐오를 해소할 방안에 대해서는 가부장적 사회구조 타파 및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 기회 증가 등 여러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안상수 박사의 경우 “우리 젊은이들이 기존에 알고 있는 남성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남성성이 가지는 장점만큼 폐단도 크다. 반면 여성성이 삶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양성개념과 성역할의 기본 전재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또 “취업의 어려움 등 경제난이 일부 남성에게 여성에 대한 오해를 가져오는데 한몫했다고 보기에,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문제 해결이 우리 사회에서 여성혐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정 친화적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조성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며 “다수가 해야 할 일을 남성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정시퇴근하고 나머지 부담은 다른 사람들이 나눠 가는 식으로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안 박사는 “여성 혐오성 발언이 또 다른 혐오를 불러온다고 볼 때 인터넷과 SNS상에서 떠도는 여성혐오 발언 및 댓글에 대해 사회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강력하게 제약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최지은 하나 여성회 운영위원은 여성혐오 해소를 위해 여성 또한 남성들이 느끼는 역차별 요소에 대해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여성이자 두 아들을 둔 엄마다 보니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역차별적인 부분도 일부 엿보인다. 그런 것들이 젊은 세대에서 여성혐오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군 가산점 등 남성들의 노력이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여성들도 받아들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처지다”고 말했다.

우에노 치즈코의 경우 본인 저서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남성은 ‘남성이지 않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싸워 이겨내야 하며, 여성 또한 그러해야 여성혐오를 넘어 이성혐오 현상을 이겨낼 수 있다”는 밝혔다.

다만 여성혐오 현상이 단기간 극복될 수 있을지는 ‘그렇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오랜 시간 교육과 인식변화 후에야 근본적 차원의 여성혐오 감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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