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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의-부조리 상징 '여성임금 차별'… 세계 최하위 오명까지구조적 문제, 가부장적 사회 편견도 문제
김영 기자 | 승인 2016.03.17 12:05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세계 여성의 날’이었던 지난 8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 2014년 기준 각국의 남녀 임금 격차에 대해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상국 중 압도적 최하위였다. 해당 조사 시행 이후 만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것. 우리나라에서 남녀 임금 격차가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IMF 이후 확립된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여성의 사회진출 및 신분상승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의 두터움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남녀 임금 격차 등 성차별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움직임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 같은 정책이 현실에서 잘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아쉬움으로 꼽히고 있다.

출근 중인 직장여성. <사진제공=뉴시스>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여성과 남성, 고졸자와 대졸자 등이 같은 일을 하면서도 받는 임금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임금 차별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저서 ‘진보집권플랜’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여성)와 정규직 노동자(남성)가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과 복지가 다른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정의에 어긋나는 옳지 못한 것”이라 평하기도 했다.

남성과 비교해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이 임금에 있어 불이익을 받는 것이 명백한 차별이자, 정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부(不)정의가 상당히 오랫동안 꾸준히 지속돼 왔으며, 개선 또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의 평균임금이 적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 남녀 간 임금 격차에 대해 ‘당연하다.’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차기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남녀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 및 방책들을 내놓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도입 가능성은 물론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차별 지표, 줄줄이 세계 최하위

지난 2014년 기준 OECD가 36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각국 남녀 임금 격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별 임금 격차는 36.7%였다. 조사는 정규직 종사자와 자영업자의 평균 임금을 토대로 집계됐다.

남성이 평균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은 63만3000원만 벌고 있다는 것으로 이 같은 격차는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성차별이 우리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과 비교할 때도 10% 이상 큰 수치였다.

앞서 OECD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92년 우리나라 남녀 임금 격차는 47%였다. 이 같은 수치는 1993년 47.3%, 1994년 45.5% 등 2003년까지 40.1~47.3% 사이를 맴돌았다. 2004년(39.6%) 이후 임금 격차가 40%대 이하로 줄어들었으나,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30%대 중후반에 머무는 실정이다.

OECD가 공개한 2014년 기준 세계 남녀 임금격차 순위. <표 출처= OECD 페이스북>

반면 OECD 회원국 평균 임금 격차는 우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6%로 조사됐다.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는 헝가리(3.8%), 뉴질랜드(5.6%), 벨기에(5.9%), 노르웨이(6.3%), 룩셈부르크(6.5%) 등이었고, 우리나라 바로 위 순위인 에스토니아와 일본 역시 26.6%에 불과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유리 천장’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국 29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국 평균 점수 56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점을 받은 것으로 우리와 함께 20점대 점수를 받은 나라는 터키(27.2점), 일본(28.8점) 두 나라뿐이었다.

해당 조사에서 상위에 오른 국가들은 아이슬란드(82.6점), 노르웨이(79.3점), 스웨덴 (79.0점), 핀란드(73.8점), 헝가리(70.4점) 등이었다.

‘유리 천장’ 지수는 고등교육과 남녀임금 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해 정해지는데, 우리의 경우 재계와 정계에서 여성의 활동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남성에 견줘 21.6%에 불과했고 여성 고위직도 11%에 그쳤으며 기업 내 여성 이사진 비율 또한 2.1%에 불과했다. 평균 30%가 넘는 여성의원 비율 또한 16.3%였다.

국외가 아닌 국내에서 실시한 성차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는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한국 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원이 통계청 의뢰로 시행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조사’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남성 정규직 임금이 100일 때 여성 정규직 임금 수준은 68.7에 그쳤다. 이어 남성 비정규직이 53.7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36.3으로 조사됐다.

여성들의 진출 횟수가 늘고 있는 서비스 산업부문에서도 우리나라는 남녀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임금조사’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서비스직 고용의 상당 부분은 저임금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같은 저임금 노동부문에서도 남녀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동일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임금수준이 77%에 불과했다.

성차별 대‧ 중소 차이 없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로 취업한 A 씨는 최근 한국여성민우회에서 발간하는 ‘나만 힘든가?’에 글을 기고하며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연봉 테이블이 없다.

입사할 때 재량껏 연봉협상을 하고 들어오는 게 되는데 비슷한 경력과 직급일 때 남성과 여성의 연봉이 보통은 200만 원에서 300만 원, 많게는 4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 이런 식으로 월급을 주는 게 법에 저촉되지 않냐고 사수에게 묻자 직무가 다르다고 보고하면 된다고 하더라”며 국내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남녀 임금 차별에 관해 설명했다.

다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100인 이하 중소 사업체에서 남녀 임금 차가 크게 나타나지만, 주로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는 1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남녀 직장인의 출발점이 같아 그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동사회연구소 김난주 연구위원은 “국내 사업체 중 100 이상 규모 사업체가 0.5%에 불과하고, 100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가 전체 여성 근로자의 26.3%에 불과하다”며 반박했다.

헤드헌팅 업체에서 근무하는 강모 상무는 “대기업 역시 인사평가나 승진기회의 차이 등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남녀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매년 시행되는 연봉 조정 과정을 통해 남녀 격차가 점점 벌어질 확률이 높고, 인사평가 등에 있어서도 남성이 우대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도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열린 남녀 동일임금 정책포럼. <사진출처= 뉴시스>

임금 격차 원인은 복합적

우리나라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평균 임금수준이 낮은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거론되는데, ‘남자는 생계부양자’라는 가부장적이며 성차별적 편견이 그 중 첫 번째로 꼽힌다.

과거와 달리 가계의 주체가 여성인 가정도 늘고 있고 맞벌이 부부 증가로 남자가 생계를 모두 책임지는 경우가 줄고 있음에도 예전과 지금을 동일시 보다 보니 남녀 임금 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 등으로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발생하는 것 또한 임금 격차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상당수 직장 여성들이 경력단절 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직장으로 돌아가도 과거보다 임금 수준이 낮아진 경우도 상당히 많다.

우리 기업들의 성(性)분리적 고용 및 인력관리도 임금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우리 기업들이 핵심적 사업과 비핵심적 사업을 분리해 관리 중인데, 이때 핵심 사업은 남성에게 비핵심 사업을 여성에게 전담시켜 임금 차가 커졌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기업 구조조정 시에도 여성 노동력이 많은 비핵심 서비스 분야를 외주화하는 경향이 높고 비정규직화된 여성이 많아 남녀 임금 격차가 늘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남녀 임금 격차를 해소할 방안에 대해서는 사회 전반의 인식개선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난주 위원은 “성별 임금 격차가 줄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존재하는 법과 제도조차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근로기준법 모성보호 관련 제도 여성의 생애주기별 지원 정책 등을 정부가 추진해도 그것을 기업들이 잘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경우 “임신‧ 출산이나 육아 등을 담당하게 되는 여성들을 언제든 분리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 등으로 고용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여성들이 거리낌 없이 출산‧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시간선택제 근로를 통한 일‧ 가정 양립이 가능토록 지원에 나서야만 경력단절로 인한 남녀 임금 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니퍼 로렌스의 이유 있는 ‘일침’

美도 남녀 임금차 논란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지난달 말 열린 미국 여성 영화인 연례회에 참석 “여성도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란 즉흥연설로 세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는 여배우 중 한 명인 그가 지금보다 더 많은 출연료를 받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사람들은 보지 않고 있다.

되레 현존하는 여배우의 대표 격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온 남녀 배우 간 임금 차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들이 상당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조이’를 통해 성공한 여성 CEO의 삶을 표현하기도 했던 제니퍼 로렌스가 영화계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자칫 본인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민감한 발언을 용기 있게 내뱉었다는 것이다.

앞서 할리우드에서는 제니퍼 로렌스 이전에도 남녀 배우들의 출연료 차이 문제를 두고 몇 차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남녀 배우의 극 중 비중이 비슷하고 인지도 역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배우 출연료가 남자배우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인권과 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해 온 미국 사회에서도 임금에 있어 성차별이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라 여겨지고 있다는 방증이자, 남녀 임금 격차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를 해소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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