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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상인없는 '반쪽시장' 우려수협vs 입점 거부 판매상인 대치 장기화 조짐
조미나 기자 | 승인 2016.03.16 18:27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수산시장 내에서 시위를 하고있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노량진수산시장 경매가 오늘(16일)부터 새로 지어진 신관에서 이뤄진 가운데, 상인들의 신관 입주일인 15일 신관 입점에 반대하는 판매상인들이 노량진수산시장 소유사인 수협노량진시장(이하 수협)을 상대로 입점 반대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판매상인과 수협 간 갈등은 현대화시장 입주를 두고 신관이 완공된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져왔다. 건물을 신축했으니 이전해 장사하라는 수협 측과, 입주를 거부하는 판매상인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던 것.

상인들은 ‘완공 후의 현대화된 건물이 판매상인들의 장사 환경과 맞지 않아 입주할 수가 없다'고 반발 중이다.

비대위 "새건물은 주객전도 건물"

기존 수산시장의 계약만료일이자 신관 입주 당일이었던 3월 15일 오전, ‘단결투쟁’이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은 상인들이 수산시장 내에 삼삼오오 모였다.

기존 시장 구역에 모인 상인들은 '신관 입점' 반대 구호를 외치며 신관으로 이동했고, 이동 중 수협 측이 기존 주차장의 주차 푯말을 떼며 철거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에 항의하며 물리적 충돌이 빚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상인은 “작년부터 6개월정도 아침마다 이런 시위를 지속해왔다. 오늘이 입주 당일이라 그런지 좀 격앙된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 등의 주도 하에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김갑수 공동비대위원장은 "수산시장보다는 각종 편의시설에 치중된 새 건물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상인들은 이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위원들이 현대화시장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 여성소비자신문>

현대화 사업, 시작부터 말썽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수산시장은 1971년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냉장이 현 위치에 도매시장을 이전 설치하며 형성된 수산물 전문 시장이다.

정부 감독 하에 있던 노량진수산시장은 2002년 민영화가 이루어지며 주인이 바뀌었다. 입찰에는 약 35개의 민간기업이 참여했고, 정부는 농수산 유통의 공익성을 감안해 수협을 인수대상자로 선택했다.

전통시장의 현대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7년부터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수협에서는 '현대화를 통한 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오래된 건물의 안전성 위험을 고려해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라 밝혔다.

하지만 수협의 신관 설계 계획이 본격화된 2009년부터 수협과 판매상인 간에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고, 이에 양측은 서로의 의견을 반영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와 관련 수협 측은 "당초 시장 현대화 사업은 경매장 및 판매자리가 복층(1,2층)으로 설계돼 현재 완공된 신축건물 대비 약 두배 정도 판매자리가 넓었으나, 비대위 측의 복층화 반대로 판매자리가 1층에 평면배치됐다"고 밝혔다.

반면 비대위에서는 신관 완공이 끝난 지난해 9월부터 "양해각서 체결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의 요구사항이 고려되지 않은 건물"이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신관 입주 거부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완공된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 지하 2층~지상6층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수협 “상인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지은 것, 문제없다”

수협 측은 ‘상인들의 입주거부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건물을 지을 당시 상인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양해각서까지 체결해, 문제가 없었다는 것.

수협에서는 상인들의 입주 거부 이유에 대해 ‘기존보다 좁은 장소’와 ‘높은 임대료’ 때문이라 보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원래도 한 상가 당 1.5평의 평수가 할당돼 있었다. 다만 상인들이 통로까지 무단 점유하며 사용한 것”이라며 “무단 점유지를 빼면 신관 또한 기존과 평수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임대료의 경우 기존에는 월 최저 17만원에서 23만원 정도를 냈으나, 신관으로 이전 시 그에 비해 높은 임대료를 내야한다.

이에 대해선 “기존임대료에 비해 70%정도 높아진다. 하지만 기존의 임대료가 워낙 저렴했다”며 “타 시장의 임대료를 고려해 책정된 것”이라며 “높은 수익을 올리는 상인들은 연 17억원의 수익을 낸다. 임대료는 수익의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존 건물은 상당히 낙후돼있어, 건물 안전진단을 할 경우 D,E 등급이 나올 것”이라며 “안전성 문제가 있다”며 시장 이전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기존 노량진수산시장 상점. 빨간 선까지가 1.5평에 해당, 많은 상인들이 할당 평수보다 넓게 사용하고 있다.

비대위 “대형 마트같은 현대화시장, 장사 어렵다”

수협 주장에 대해 이채호 비대위 사무국장은 “높은 임대료와 좁은 장소 때문에 입주거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상인들의 입점 거부 원인은 ‘수산시장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한 건물 설계 때문"이라며 "수산시장이 운영될 수 있는 설계로 지어졌다면, 임대료가 높아져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관 설계가 상인들의 요구사항과 다른 것은 물론 ‘도매시장으로서의 기능’에도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비대위에서는 쟁점이 되는 ‘1.5평’의 상가 별 할당 구역에 대해 그와 같은 설정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기존 시장에서도 상가 1개 당 ‘1.5평’으로 계약은 돼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3~5평씩을 이용해왔다. 회사(수협)에서도 1.5평으로는 시장 운영이 안된다는 것을 인정해줬다”며 “신관을 만들면서 1.5평으로 정확히 나누어 들어가라고 하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산물 상가의 특성상 수족관과 냉각기만 놓아도 1.5평이 금방 차는데, 실무를 고려하지 못한 설계라는 것이다.

비대위에서는 주차장 배치 또한 문제로 꼽고 있다. 신관의 경우, 주차장 입구가 하나일 뿐 아니라 일방통행만 가능하다는 것.

그는 “대형 수산물 도매시장의 특성 상, 어마어마한 산지물류들이 새벽시간에 몰아친다. 활어들을 신선하게 옮기려면 주차장의 출구나 위치도 분산시켜야 분야 별로 움직일 수가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고 대형마트처럼 지어놨다”고 말했다.

비대위 내부에서는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수협이 상인들과 아무런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고도 보고있다.

이 사무국장은 “완공 전까지 새 건물을 보여주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지어놓고 들어가라 통보한 것이 협의라고 할 수 있느냐”며 “다만 수협이 지금 수산시장을 ‘수평이동 해주겠다’고 해 그 말을 믿었다”고 답했다.

신관 입주를 반대하는 상인 중 일부는 수협의 신관 입주 독려 배경 중 하나로 '부동산 투기사업'을 거론 중이다. "수협이 기존 수산시장 부지를 카지노 사업에 이용하기 위해 상인들을 신관으로 내쫓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수협 측은 “15일 부로 기존 수산시장의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기존건물은 수협의 사유지가 될 것”이라고만 밝힐 뿐 이후 건물의 용도에 대해선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량진현대화시장 건물 내부 모습. 입주 당일임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대부분이 비어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내홍 장기화 조짐

수협과 입점 거부 판매상인은 현재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협 측은 상인들의 이전을, 판매상인은 기존 시장 리모델링만을 주장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수협 측은 "상인들이 지속적으로 이전거부를 주장하고 협조하지 않을 시 법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인들의 입주거부가 장기화 될 시 공개입찰을 통해 현대화시장의 상인들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비대위에서는 “지금으로서는 협의점을 찾기가 어렵다. 상인들은 기존 건물에서 장사를 이어 나갈 것이며, 상인들만의 새로운 자치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 측이 법적인 조치를 취하더라도 그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이어 “단지 상인들의 이권을 위해서 맞서는 것이 아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다 보니 노량진 수산시장 파행 운영 역시 장기화될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노량진 내 2개의 수산시장이 나란히 공존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갈등을 두고 ‘수산시장의 개설자인 서울시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중·도매인은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포함돼, 서울시의 감독권한이 있지만 소매업자에 대한 권한은 없다”며 “수협과 판매상인들이 원만히 합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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