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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성범죄 정책에 여성들만 ‘벌벌’‘성범죄자알림e’ 실효성 논란
정효정 기자 | 승인 2012.08.30 11:27

   
 
최근 여성정책을 살펴보면 성범죄와 관련된 정책이 가장 눈에 띈다.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살인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오원춘 사건으로 인해 112신고센터의 문제점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제주 올레길에서 여성이 살해되면서 부실한 시설관리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큰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찰과 여성가족부 등은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관리와 범죄 예방을 위해 전자발찌와 CCTV 증설,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 등 성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처벌 역시 강화하는 등 다각도로 뛰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비웃듯 성범죄 전과가 있는 범죄자의 재범 사건이 최근 연이어 서울과 수원에서 발생해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경남 통영에서 아름이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에 재발된 사건이라 시민들은 어처구니없어 할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여러 정책들에도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한 성범죄 전과자 서모(42)씨가 주무 이모(37)씨를 성폭행하려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 씨는 3번의 성범죄 전력을 포함해 전과 12범으로 범행 당시에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전자발찌는 성범죄자의 행동을 감시하는 용도지만 사건이 발생한 장소까지 서 씨가 이동한 거리는 불과 1km밖에 되지 않아 감시의 눈길이 소홀해지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서 씨가 신상정보 공개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서 씨는 지난 2004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11월 출소했다. 그러나 신상공개 대상자는 지난해 4월 16일 이후 성폭력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2010년 1월 1일 이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범죄자에 한정되면서 서 씨가 성범죄자라는 사실은 주민 중 누구 하나 알 수 없었다.

수원 장안구 사건 범인도 신상공개 대상 제외

또한 21일 새벽 1시께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서는 특수강간 전과자인 강모(39)씨가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윤 씨와 손님 임모(42)씨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이후 500미터 가량 떨어진 가정집에 숨어들어가 잠을 자고 있던 고모(65)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후 고 씨의 주인인 이모(60)씨 등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강 씨는 지난 2005년 2차례 성폭행을 저질렀으며 7년간 복역했으나 지난달 출소 후 신상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 씨와 마찬가지로 신상공개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씨는 전자발찌도 차고 있지 않았다.

지난 2010년 김길태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한 달 뒤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전자발찌 소급 적용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전국 법원이 소급 적용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전자발찌는 성범죄자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 역시 서 씨의 경우를 놓고 봤을 때 과연 실효성이 있는 지 의문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이동할 경우 보호관찰소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파악만 할 뿐 통제는 전혀 안 되고 있으며, 심리적 압박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성범죄자 보호 감시 인력 턱없이 부족

보호감찰관 역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는 범죄자는 1천30명이나 감시 인력은 고작 76명에 불과하다. 또 전자발찌에 부착돼 있는 장치 중 위치추적과 통신 기능을 갖춘 휴대단말기는 충전 후 30시간만 사용이 가능한데 충전은 전적으로 성범죄자에게 맡겨 둔 상황이다.

전자발찌에 대한 실효성 논란과 함께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다른 대책들 역시 문제점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루크린이라는 약물을 투여해 성욕을 떨어뜨리는 화학적 거세(약물치료)는 그 동안 많은 논란 끝에 지난해 7월 관련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범죄 대상이 16세 미만이어야 하며 스스로 범죄 충동을 억제할 수 없다는 의학적 진단을 받아야 하는 등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 지금까지 단 한 명에게만 적용됐다. 법을 만들어도 범죄자에게 적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화학적 거세 상담치료도 역부족

상담치료도 마찬가지다. 상담 시간은 판사의 재량에 따라 시간이 제각각으로 결정되며 상담만으로는 재범을 막기 힘들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는 열람하는 과정이 복잡해 불만을 사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는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핸드폰 인증을 받는 등 복잡한 절차를 긴 시간에 걸쳐 마쳐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그러나 번거로운 설치프로그램과 이용자 폭주로 인한 오류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개선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는 신모(31)씨는 “CCTV도 늘어났고 경찰 단속도 강화됐다는데 체감을 할 수 없어 불안하다”며 “이제 밤길만 위험한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안심하고 지낼 수 없을 것 같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에 들어가 봤는데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도 범죄자가 살고 있었다.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도 통제가 안 된다면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기준은 이전부터 문제가 돼 왔던 사안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몇 년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되풀이되면서 정부가 성범죄자 공개 제도와 전자발찌 착용 등 각종 해결책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범죄와 흉악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제도 자체와 운영방법을 막론하고 정부의 범죄 예방 대책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비판했다.

이어 “성범죄를 여타 강력범죄에 비해 보다 엄중히 처벌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겨 온 우리 사회의 관행을 뜯어 고치고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즉각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50%를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해 성범죄자의 사회적인 적응과 정신적인 치료를 도와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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