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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만 치우친 여성정책…성폭력 예방엔 별 도움 안돼성범죄 예방책 실효성 논란 뜨거운 감자
정효정 기자 | 승인 2012.08.30 11:14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살펴보면 유독 ‘성’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성범죄자에 대한 대응책을 강화하고 성불평등 문제가 논란이 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곤 하는 식이다.

현재까지 정부의 성 정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성범죄 대책이다. 올 한 해만 해도 수원과 통영, 제주에서 여성과 아동이 연이어 살해당했다. 지난달 20일과 21일에는 서울과 수원에서 각각 성범죄자가 성폭력을 시도하다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조금 잠잠해지는 듯 보였던 성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고 예방책으로 제시한 전자발찌나 성범죄자 신상 공개 사이트의 허점이 오히려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동․여성 보호대책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지난 5월 25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18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아동․여성 보호 종합대책 4년 성과 및 향후 계획’을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보고했다.

이날 보고에서 여가부는 “성폭력 가해자의 법정형 상향, 취업제한, 신상정보 공개 및 우편고지, 전자발찌제도 도입 등 처벌을 강화했으며, 13세 미만 여아와 장애여성 대상 강간죄의 공소시효 폐지 등 제도 개선 분야에 성과가 있었다”며 “피해자 원스톱 지원 시스템도 전국으로 확대됐으며 ‘아동여성안전 지역연대’, ‘아동안전지킴이집’ 등 지역사회 안전기반 마련에도 노력했다”고 말했다.

여가부 김금래 장관은 “아동과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4년간 많은 제도적 개선이 있었다”며 “새로 도입된 제도들을 내실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해 관계부처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성범죄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성폭력피해 아동․장애인 진술조사 분석 전문가에 대한 법적근거를 강화하고, 진술조력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교에서의 성인지적 인권통합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도 지난 7월 31일 ‘SOS 국민안심 서비스’를 충북과 경남, 전남, 제주 등으로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 같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종합대책 수립 당시인 지난 2008년 아동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형량을 강화하고 13세 미만 여아 및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했지만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으며 대상은 여아로 규정돼 있어 최근 증가하고 있는 남아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성범죄자가 취업할 수 없는 직업군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원과 의료인 및 가정방문 학습지 교사를 추가했으나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기간은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에 불과하다. 성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제한 기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나 학원 등에 취업이 가능해진다. 

2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이미 출소했거나 출소할 예정인 성범죄자들이 10년 뒤에는 내 아이를 가리키는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재범률도 높다는데 취업제한 기간이 고작 10년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성범죄자들의 인권을 생각하다 죄 없는 사람만 범죄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술한 성범죄 예방

그동안 성폭력 범죄자 취업을 제한하고 신상정보 공개를 대폭 강화하거나 전자발찌 부착 및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재범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들 정책은 최근 발생한 서울과 수원 사건에서 보듯 여전히 부실하고 대부분 예방보다는 사후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우선 범죄가 발생하면 가장 쉽게 시행되는 것이 CCTV의 확대 설치다. CCTV는 사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라기보다 범죄 발생 후 범인 색출을 빠르고 쉽게 돕는 역할에 불과하다. 큰 범죄가 발생하면 벌어지는 경찰의 단속 강화도 일시적인 방법에 불과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최근 민주통합당 ‘여성․아동 성범죄 근절 대책 특별위원회’는 성범죄자 재범 방지 내용이 담긴 ‘여성․아동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특위는 수차례 성폭력 범죄 근절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흉포해지는 상황에서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책을 제시했다.

주로 방과 후 ‘나홀로 학생’이 없도록 안전․돌봄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성범죄 우범자 재범 방지 및 관리, 성범죄 예방, 성폭력 피해자 보호 등을 강화하고 행정관리체계를 정비하자는  것이다.

또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재범 가능성과 사회복귀 여부에 대한 실효성 확보에 나선다는 것이 위원회의 계획이다. 법무부와 여가부로 이원화돼 있는 성범죄자 정보등록 관리를 일원화 하고 성범죄자를 감시 관리하는 인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성범죄 예방을 위해 성인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전면 폐지하고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경우 양형 기준에 집행유예 금지를 포함하는 등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성과 관련된 정책은 대부분 여가부에서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대부분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의 틀 안에서 관리하는 데만 그쳐 실질적으로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별로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여성정책 대부분이 경찰 혹은 다른 정부부처와 연계되기 때문에 정책을 올바르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 정부 기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데 이 여기 미흡한 실정이다.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루다보니 대부분의 정책이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50%를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해 성범죄자의 사회적인 적응과 정신적인 치료를 도와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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