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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범죄 꿈꾸는 성형수술 ‘페이스오프’
송기락 기자 | 승인 2012.08.27 10:48

요즘 페이스오프란 단어는 턱 코 눈 얼굴 골격 등을 통째로 성형해주는 일종의 의료 패키지 상품으로 불린다. 얼굴 균형감 문제로 한 부분을 바꾸면 다른 부분도 바꾸어야 하다 보니 패키지 상품까지 된 것. 일단 이렇게 바꾸고 나면 성형 전과는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확 달라진다. 때문에 오늘도 성형외과는 ‘미’를 목적으로 찾는 남녀들로 북적댄다. 하지만 간혹 정반대의 것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눈에 띄는 얼굴을 원하지 않지도 않고 평범하거나 좀 못생긴 얼굴로 바꿔달라고 요구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일본 엽기사건 경찰 수사망 피하기 위해 스스로 얼굴에 칼을
완벽 범죄란 없다…DNA 지문감식 등 첨단수사 기법도 있어
 
2007년 3월 26일 일본 도쿄 에도카와구의 영어학원 강사로 활동하던 영국인 린제이 앤 호커(Lindsay ann Hawker·당시 22)가 실종됐다. 사건을 담당한 치바현 후나바시 경찰서는 린제이 앤 호커의 방에서 이치하시 타츠야(당시 28)라는 남성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보했다. 린제이 앤 호커는 이치하시 타츠야의 개인 영어 교습을 맡고 있었다.

치바현경은 이치카와시에 있는 이치하시 타츠야의 아파트를 급습했지만 범인은 현관의 문으로 수사관을 밀쳐내고 비상계단을 통해 달아났다. 그의 아파트 베란다 욕조에는 성폭행 후 끔찍하게 살해된 린제이 앤 호커의 시신이 있었다.

치바현 경찰은 즉각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수배령을 발포했다. 턱선이 갸름하고 눈매가 날카로워 날선 인상을 가진 이치하시 타츠야에 대해 그를 보았다는 제보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방송과 포스터를 통해 일본 전국각지에 범인의 얼굴을 내보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1년이 지나자 일본 경시청 내에서는 서서히 범인의 자살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에 살고 있던 피해자의 가족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2008년 10월 BBC 생방송에서 피해자의 언니 리사는 “범인이 자살했을 것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집안에 감춘 사람이며, 경찰이 들이닥칠 때까지 도망갈 생각도 않은 사람이 자살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경찰 모두가 린제이 앤 호커의 끔찍한 죽음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간 아무런 성과가 없었지만, 일본 경찰은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매주 한 번씩 수사상황을 알려주었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일본 경찰이 계속 수사를 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수사는 속절없이 2년 7개월의 시간이 흘러갔다. 
 
점 뺀 흔적에 꼬리잡혀
 
2009년 10월 하순, 나고야시의 한 정형외과에서 최초의 제보가 들어왔다. 의사는 자신에게 코 성형수술을 부탁한 환자가 얼굴은 전혀 다르지만 이치하시 타츠야 용의자 같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남성은 의사에게 콧대를 높이는 수술을 요구했다. 수술을 하는 중 얼굴을 유심하게 살펴보던 의사는 남성의 왼쪽 뺨에 점빼는 수술을 받은 흔적을 두곳을 발견했다. 일본에서 남성들 사이에서 성형수술은 흔한 일이었지만 점빼는 수술은 그렇지 않았다. 수술 후 이를 계속 의아하게 생각하던 의사는 환자의 얼굴에서 점빼는 수술 위치가 이치하시 타츠야 용의자의 점 위치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찰은 범인이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을 바꾸었음을 파악하고 의사의 진술을 바탕으로 몽타주를 작성해 언론에 퍼트렸다.

결국 2009년 11월 10일 이치하시 타츠야가 오사카 시의 한 여객선 항구에서 붙잡혔다. 범인은 방송을 통해 자신의 현재 얼굴이 들통나자 심야에 출발하는 여객선으로 오키나와로 달아나려고 했다고 한다.

이치하시 타츠야의 얼굴은 범행 전과 범행 후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없던 쌍거풀이 생겨졌고 입술은 얇아졌고,문제의 점은 역시 사라져 있었다. 이치하시 타츠야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그는 일본 동북쪽에 있는 아오모리에서 최남단인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계속 이동하며 생활했다. 주요 은신처였던 오키나와의 한 섬에서 물고기나 게, 뱀 등을 잡아먹으며 지냈다.

지명수배로 자신의 얼굴이 일본 전역에 알려지자 이치하시 타츠야는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그는 바늘과 실을 이용해 코를 꿰매거나 칼로 점을 도려내 얼굴 인상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러던 중 시즈오카현에서 성형수술을 받으려 하다가 포기하고 나고야시의 한 정형외과에 들렸다가 꼬리를 밟혔다. 결국 이치하시 타츠야는 2011년 7월 21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얼굴과 호적 바꿔 생활
 
이치하시 타츠야의 사건이 워낙 충격적인 일이다보니 국내 사건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법무사 3억 사기사건’은 한국 최초의 페이스오프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2006년 6월 경북 포항에서 살고 있던 문모씨(여·33)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광주지역 법무사 박모씨에게 “땅 사는데 잔고 증명이 필요하다면서 2~3일간 3억원을 계좌에 넣어주면 그 대가로 6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했다.

문씨는 박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입금 통장과 인감도장을 맡겼다. 박씨는 안심하고 3억원을 문씨의 계좌로 넣었지만 박씨가 잊은 것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뱅킹이었다. 문씨는 인터넷뱅킹을 통해 돈을 인출 후 내연남과 즉각 도주했다.

범행 2개월 후 문씨가 찾은 곳은 압구정동의 유명 성형외과였다. 문씨는 이 병원에서 3000만원을 들여 눈 코 입 심지어 눈썹까지 바꾸어 전혀 새로운 얼굴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성형의사는 굳이 할 필요없는 눈썹까지 한 것에 대해 매우 의아해했지만 주문대로 수술은 해주었다.

수술 후 문씨는 태연하게 포항에 돌아와 살았다. 경찰은 추적 끝에 탐문수사를 시도했다. 그리고 문씨의 집 차례. 당시 탐문수사에 참여한 형사 3명은 성형수술한 탓에 못 알아보고 상부에 보고 후 철수했다. 그러나 이중 한 명의 형사만이 꼬리를 물었다.

처음 이 형사도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철수 직전 한 마디 물었는데 그 순간 용의자의 목소리가 떨려는 것에서 “범인이다”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형사는 홀로 보강수사에 착수했다. 문씨가 사는 집의 케이블 방송 가입자가 내연남 이름으로 등록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문씨를 찾아 나섰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라는 형사의 요구에 문씨는 “분실했다”며 호적등본을 제시했다. 호적에는 원씨란 사람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얼굴도 다르고 이름도 달랐다는 사실은 결정적이었다. 수사를 진행하던 형사조차도 “내가 틀렸나”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문을 채취했다.

형사의 감은 맞았다. 지문은 사건의 미스터리를 일순에 풀어냈다. 문씨는 얼굴만 바꾼 것이 아니라 호적까지 하나 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각국 경찰들은 페이스오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DNA 은행 등 각종 과학적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완벽 범죄는 모든 범죄자들의 꿈이지만 어느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한 수사관은 이렇게 전한다.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는 순간 그는 이미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것이다. 흔적을 지우면 완벽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 또한 범행흔적이 된다. 경찰이 실수하거나 지나친 사건은 있을 수 있지만, 완벽범죄란 있을 수 없다.”

송기락 기자  songgirak@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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