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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에 목마른 중소기업, 동산마저 담보로
고승주 기자 | 승인 2012.08.27 10:05

 

   
 

하나은행 시화공단지점 김종덕 지점장은 요즘 지점보다 외부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를 찾는 시화공단 입주 업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종일 중소기업 10곳 이상을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달만 해도 하루 일과 중 잠깐 짬을 내 2~3곳만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달 초 동산담보대출이 시작되면서 그의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김 지점장은 "자금 조달에 목말라 있던 업체들이 동산담보대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업체의 재무상태와 동산 보유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업체를 방문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부동산이 없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들이 동산담보대출로 몰리고 있다.

출시된 지 13영업일 만에 500억원이 넘는 대출금이 중소기업에 지원됐으며 올해 목표액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출시 이후 동산담보대출의 실적(23일 기준)은 약 550억원에 이른다. 외환(156억원), 하나(138억원), 기업은행(103억원)이 100억원 이상의 실적을 올렸으며 국민(79억원), 신한(39억9000만원), 우리(28억원)도 수십억원의 동산대출을 실시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난 8일부터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0.8%포인트가량 낮은 동산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취급 대상 담보는 공작기계․사출성형기 등 범용성 기계기구, 후판·철근 등 원자재, 냉동보관중인 수산물 또는 축산물, 생육중인 소, 쌀 등이다.

당초 금융권은 올해 동산대출 목표액을 2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출시 한달도 안 지난 상황에서 벌써 목표액의 25% 이상을 달성했다. 이 추세라면 2000억원을 넘기는 것은 물론 두 배이상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북에 소재한 한 기업은행의 지점장은 "이 지역의 중소기업은 대부분 부지를 빌려 사업을 한다. 그동안 부동산이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하던 업체들이 자신들의 기계 등을 담보로 대출받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아직 사업 초기이고 지금이 휴가철인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산대출이 기존 부동산대출에 비해 1건당 지원규모가 크다는 것도 목표액 초과달성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최근 매출채권을 담보로 100억원의 대출을 제공했다.

담보로 잡히는 동산의 절반 이상이 유형자산, 재고자산에 몰려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농협, 수협은행 등이 농·축·수산물을 담보로 대출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농협은행이 실행한 동산대출 4억원 가운데 농·축산물 담보대출은 약 140마리의 한우를 담보로 한 1건(1억원)에 불과하다. 농협 관계자는 "농업인들의 자금 수요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수협은행은 아직까지 동산대출 실적이 없다. 동산대출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절차상 불편을 호소하며 대출계약을 꺼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실 수협은행은 지난 2001년부터 냉동수산물을 담보로 대출을 실시해 왔다. 현재 잔액은 약 500억원(800여건). 이 대출은 담보로 잡힌 수산물이 저장된 냉동창고 운영자와 은행이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면 자금이 집행된다.

반면 이번에 출시된 동산담보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산물에 대해 등기 등록을 해야만 한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동산대출에 관심을 보이다가도 담보 등기 등의 절차를 불편해 하며 대출을 포기하는 업자들이 있다"며 "이미 냉동수산물 담보대출이 있다보니 새로 실적을 거두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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