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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낙태 시술자 처벌 합헌 규탄 나서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행복추구권 등 침해 우려
정효정 기자 | 승인 2012.08.24 17:57

지난 23일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 시술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이 헌법재판소를 규탄하고 나섰다.

민우회 등은 24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 모두가 지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그 불가침의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가에 의한 낙태 통제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에 우선한다는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과 삶에 직결된 문제임에도 결국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와 타인의 통제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헌법재판소가 이번 판결로서 명백하게 승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헌 판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유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우회 등은 “합헌 결정 요지에서 헌법재판소가 언급하고 있듯이,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존엄’하며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본다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 역시 이에 배치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며 “생명은 태어나 숨을 쉬는 것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과정으로서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덧붙여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사익’으로, 태아의 생명권은 ‘공익’으로 해석하는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생명존중’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결국 여성이 지니는 사회적 역할과 가치, 존엄성을 무시한 채 여성을 재생산을 위한 도구이자 통제의 대상로만 여기는 인식수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제재한다면 낙태가 만연하고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유는 완전히 잘못된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

낙태율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낙태를 불법화하고 있는 나라에서 더 높으며, 안전하지 못한 낙태로 인한 여성 사망률 또한 매우 높다.

또한 낙태에 대한 통제는 사회적 낙인과 규제를 통해 결국 여성의 행위규범과 사회적 위치, 권리 전반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 건강권,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우회 등은 “최근 몇 년 동안 낙태 시술에 대한 신고와 단속이 강화되면서 낙태 처벌을 빌미로 여성들에게 폭력적인 관계 유지를 강요하거나 협박을 하는 사건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OECD 30개국 중 23개국이 낙태를 합법화하고 있으며, 이 중 다수의 국가들이 공공 의료체계를 통해 여성이 필요한 경우 안전하게 낙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제49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역시 ‘낙태와 관련된 법, 특히 형법을 검토할 것을 고려하고,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관리를 위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여성민우회 등은 “낙태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낙태가 음성화 될수록 여성들은 자신의 삶과 직결된 임신의 유지여부와 건강 문제 등에 대해 상담을 하거나 의료적 도움을 받기도 어려워지며, 의사들 또한 여성의 건강권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수 없게 된다”며 “저소득층과 청소년들은 비용이 높아지고 의료 접근성이 낮아질수록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불법시술로 인한 피해와 낙인이나 편견으로 인한 사회적 폭력 역시 온전히 여성이 감당해야할 몫이다”라며 “우리는 여성의 삶과 기본권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이토록 무책임한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법적, 사회적 조건들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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