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이근하 기자] 롯데호텔이 호텔 내 주차된 고급 차량 5대를 들이받은 택시기사를 대신해 보험 한도 초과분에 대한 보상비를 부담하기로 해 이목이 집중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의도적 선행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 모범택시 기사 서 모씨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주차장에 진입하던 중 고급 차량 5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피해 차량은 포르셰 911, 카레라4S, 파나메라 터보, 에쿠스 리무진, 그랜저, 벤츠 등 고가 제품들이었다.

사고 당시 서 씨의 주장에 따르면 급발진이 사고의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경찰 조사 결과 서 씨의 과실로 드러났고 서 씨는 최대 5억 원에 달하는 사고 피해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피해 배상금은 총 피해금액 6억 원 중 서 씨의 개인보험 한도액 1억 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에 롯데호텔은 서 씨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 개인 보험 한도 초과 배상금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롯데호텔의 선행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동사의 선행 자체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한편 경영권 분쟁으로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한 차원의 행보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

또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미담을 벤치마킹 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고 있다. 지난 해 2월 개인택시 기사가 서울 중구 호텔신라 본관 현관으로 돌진하면서 출입구를 크게 부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사장은 기사가 물어내야 하는 수 억원의 수리비를 부담해 큰 박수를 받은 바 있다.

한편 롯데호텔은 지난 해 3월 청년 아르바이트생 김 모씨를 부당 해고해 뭇매를 맞았다. 거액 배상금 부담을 결정한 롯데호텔의 이면에 가려진 청년 노동자의 슬픔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본 기자가 김 씨를 만나 나눈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2013년 구인∙구직사이트에서 롯데호텔의 구인 광고를 발견했다. 그는 “‘장기 근로할 수 있는 주방보조를 구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그 점이 맘에 들어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해 12월부터 일을 시작했으며 입사 첫날 근로계약서를 받았다. 초단시간 근로계약서 즉, 일용직 계약서라고 적혀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회사 측은 이를 매일 작성해 줄 것을 요구, 의문이 들었지만 구인광고에 분명히 ‘장기간’, ‘오래’ 라고 공고했기에 걱정하지 않았다”며 “단지 형식일 뿐 출근부와 근태관리 목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씨는 3개월 간 84회나 ‘일일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며 롯데호텔 주방보조 근무하던 중 회사에 취업 규칙 열람을 요구한 다음날 돌연 해고당했다.

이에 대해 롯데호텔은 김 씨가 일일근로계약서를 갱신해온 ‘일용직’이라며, 계약 만료를 해고 이유로 들었다.

해고를 당한 뒤에야 자신이 작성한 일일근로계약서의 의미를 알게 된 김씨는 ‘부당해고’라고 반발하며 노동위원회에 제소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리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근하 기자  5dlrms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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