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안은혜 기자] 나에게 있는 재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또 내가 잘 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더 없이 행복한 일일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을 내가 만든 소품으로 채우고, 또 누군가의 공간을 따뜻하게 해줄 소품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할 것 같다. 핸드메이드 소품디자이너 이경순 씨는 이 모든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그가 만들어 놓은 소품들을 만나보자.

이경순 씨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제품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핸드메이드 소품디자이너다.

대량생산을 통해 도매로 납품하는 부자재적인 제품들은 라인(공장)을 따로 두고 있지만 기성품과는 차별화 된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만든 완제품들은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경영학을 전공한 이경순 씨는 IBM코리아 인턴을 마치고 ‘정규직 전환’과 ‘퇴사’를 놓고 고민하던 중 운명처럼 플로랄폼 등을 만드는 화훼 전문업체 스미더스 오아시스 영업·마케팅 부서에 입사하게 됐다.

이경순 씨는 “개인적인 욕심이기도 하지만 업무를 위해 꽃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AIFD(미국협회 소속 플라워디자이너) 자격증을 최연소로 따게 됐죠.”

당시에는 생소했던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딴 뒤 스미더스 오아시스에서 10년 간 플라워 분야 잡지를 출판하는 등 홍보 업무와 각종 이벤트 및 행사 기획, 제품 OEM 개발 등을 담당했다.

“해외 박람회들을 다니면서 제품을 고르는 일을 하다보니까 꽃으로 할 수 있는 사업 규모가 작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그러다 당시 거래처였던 인테리어 수입업체가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었던 저를 스카우트 했죠.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관해 제품 트렌드를 파악하고 직접 제품을 골라 수입하는 일을 3년 동안 했어요.”

▲ 이경순 씨의 커핀그루나루 크리스마스 인테리어

그러던 중 이경순 씨는 결혼과 출산을 거쳐 2013년 3월 지금의 회사 ‘소품마니아’ 사업자를 등록했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사업을 직접 하기 시작한 것. 그는 꽃에 인테리어 소품을 접목하고, 여기에 리빙 페브릭을 더했다. 나무에 페브릭 또는 꽃을 접목시키는 식이다.

“현재 서울 고속터미널 경부선 꽃 상가 2곳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요. 최초로 원단으로 리본을 만들어 제품을 납품하게 됐죠. 제품 아이디어가 생기면 디자인부터 제작, 납품까지 혼자 원스톱으로 꾸려가고 있어요.”

멀티플레이어 이경순 씨는 자신의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 케이스라고 한다. 꽃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흥미가 생겼고, 규모가 작은 꽃 산업과 인테리어 소품을 접목하는 핸드메이드 제품 개발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게 된 것이다.

이경순 씨는 “스미더스 오아시스에서 근무할 때 잡지를 만들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조사하다보니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인기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플라워 산업이 트렌드에 맞춰가기 위해서는 푸드와 인테리어 소품, 카페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대학원 논문도 썼죠.”

그러다 2013년 이경순 씨는 청강문화산업대학 푸드스쿨에서 푸드스타일링과 학생들을 가르쳐 달라는 제안을 받게 됐다. 올해 가을 학기는 크리스마스 프로젝트로 바쁠 것 같아서 수업을 뺐지만 3년 째 푸드 테이블 코디네이션, 키친 가든 등의 과목을 주 1회 강의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수업으로 꼽히고 있어요.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서 제품 개발 감각도 저절로 키워지는 것 같아요. 다른 산업에 비해 템포가 느린 플라워 산업은 패션, 인테리어 등의 트렌드와 접목하면 템포가 맞죠.”라며 “플라워 산업이 발달된 북유럽의 스타일은 책을 통해 접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일본에 자주 가는데 유럽에서 바로 국내에 들어오는 것보다 일본을 거쳐 들어오는 제품이 우리나라에서는 더 인기가 많아요. 그래서 일본화 된 북유럽 스타일을 벤치마킹해서 국내 제품에 응용하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어요.”

2013년, 2014년 커피전문점 커핀그루나루를 방문했었다면 한 번쯤 이경순 씨 작품을 볼 수 있었을 거다. 전국 직영매장 55개점에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는 이경순 씨 작품이었던 것.

“준비부터 설치, 철거까지 3주가 꼬박 걸렸어요. 이 일을 하면서 재산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튼튼한 네트워크에요. 좋은 기회가 들어오면 그동안 유대관계를 쌓아온 공장부터 찾게 되더라구요. 어려울 뻔한 일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해낼 수 있었어요.”

▲ 이경순 씨의 커핀그루나루 크리스마스 소품 디자인

이경순 씨에게는 아들 둘이 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기에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육아 욕심이 많아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허투루 키우고 싶지 않았어요. 다행이도 거리상 가까웠던 시댁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남편의 도움도 컸어요.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 옆에는 엄마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큰 아이가 13살 되던 해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거죠. 비록 집이 사무실이지만 육아와 집안일에 소홀하지 않기 위해 더 부지런히 노력했답니다. 올해는 라이프스타일샵 모던하우스에 크리스마스 소품용 리본 제품을 납품하게 됐어요. 내가 개발한 아이템이 유통 채널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된다는 일은 너무 보람된 일이에요.”

이경순 씨의 핸드메이드 완제품은 현재 소품마니아(www.sopoomnania.com), 까사, 텐바이텐, 아트박스, 천삼백케이, 바보사랑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다 크고 여건이 된다면 5년 안에 소품카페를 차리는 것이 꿈이에요. 산업 대 산업 콜라보레이션의 일환이죠. 원데이 레슨을 통해 만든 제품들을 기부하고 싶어요.”라며 자신이 쌓아온 스킬과 노하우들을 재능기부 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품 카페에 내가 만든 소품들을 진열할 수 있고, 시즌별로 인테리어에도 변화를 줄 생각이에요. 그 공간에서 벼룩시장도 열고, 인테리어 소품 샘플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손님들에게는 주문제작도 받을 계획이에요. 그렇게 운영될 소품 카페가 2호점 3호점 늘어나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오래도록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이경순 씨는 새로운 아이템을 꾸준히 개발하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한다. “핸드메이드 인테리어 소품디자이너는 이제 저의 평생 직업”이라는 말과 함께.
 

안은혜 기자  iamgrace.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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