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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없는 복지는 없다…사회적 합의 필요”연세대학교 양재진 교수
김희정 기자 | 승인 2015.05.11 15:58

   
 
한국은 지금 전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온 나라가 복지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보수 성향의 박근혜 정부도 복지 고용성장 간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맞춤형 고용과 복지를 5대 국정 목표로 삼고, 공보육의 확대와 기초연금의 확대 도입 등 복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민들도 복지의 확대에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복지확대에 필요한 증세에 이르러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증세없이 복지 확대가 가능하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공채를 발행하거나 묵시적 연금 부채를 쌓아 두는 방식으로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재정 운용을 전제로 하는 경우 증세 없는 복지 확대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복지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지금, 복지재원을 둘러싼 우려와 갈등의 목소리도 높다. <여성소비자신문>은 지난 4일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를 만나 ‘복지 증세 꼭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에 대해 들어보았다.

양 교수는 한국복지국가연구회 회장,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학과장과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부원장을 역임했으며 연세대학교 공공문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에서 복지국가이론과 연금 정책, 비교정부론, 관료제도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복지국가로 가는 담론이 결국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복지가 선거 공약의 큰 이슈로 다가오면서 성급하게 선택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로의 길로 나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복지를 하기 위해선 먼저 돈, 재원이 필요합니다. 그럴 러면 국가가 세금을 거둬야 하는데요. 이 세금이라는 게 사회보험의 형식일 수도 있고, 보육이라든지 국민생활보장제도라든지 같은 것의 형태로 실현되기도 하는데 이런 모든 것들을 하려면 세금을 거둬야 합니다.

이런 복지와 관련된 각 부분들을 국가가 하려고 하니까 재원이 필요하게 되고 세금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게 걱정스럽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아예 복지를 안하면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회 각 부분에는 복지의 손길이 꼭 닿아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복지를 안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데 수많은 노인이 연금이 제대로 안 돼 있어서 혜택을 받지 못하고 빈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중 47%가 빈곤 이하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최고이기도 하죠. 이런 현상들을 두고 그대로 가자. 운명이지 뭐,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사회적으로 자산이라든지 연금 제도가 꼭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세금을 거둬야 합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지요.

그 다음에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저출산의 문제입니다. 여성들이 아이를 하나 정도만 가지려고 하지 그 이상 출산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이는 저출산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도 하지 말자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아이를 낳지 않으면 종국적으로 인구가 감소되고 국가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게 됩니다. 여성들을 위한 복지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느라 자신들이 배운 지식과 경험을 썩히게 됩니다. 그러나 여성들이 이 지식과 경험을 잘 활용해 일을 하게 되면 국가경제에도 좋고 개인에게도 유익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가능하려면 결국 공보육 시스템이라든가 육아 시스템이 필요한데 여기에도 비용이 발생하고 세금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또한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도 “에라,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보육과 고령화에 대한 문제 등등 국가에서 하는 것들을 따지고 보면 많은 부분에 있어 복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복지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비용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금이 올라가든 세금이 올가가든 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죠.

문제는 단지 복지를 낭비하지 않고 잘 해야 겠다는 것입니다. 안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 꼭 해야 되는 문제라면 잘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복지 누수를 없앤다든지 합리화해야 할 부분들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공보육도 좋지만 전업주부에게까지 이런 것들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문제들을 고민하고 그런 것들을 합리화해야 할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1% 대인 경기침체기인 데도 복지 증세가 이루어져야 할 판입니다. 이 같은 불황속에서 복지 증세를 논의하기도 껄꺼럽고 결국 국민들의 부담만 커질텐데요. 담배 증세, 교통 범칙금 부과, 주류 증세에 대해서도 서민들의 시선이 곱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소비세의  증세가 과연 바람직한 방법일까요.

“저성장 국면에서는 그게 바로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경제성장만 잘 이루어진다면 세수에 자연증가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데요.

그렇지 못한 저성장 시기에 복지를 해야 할 때에는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경제 활동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보다 중립적인 세수를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게 바로 소비세이지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근로소득세를 올리면 근로의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기업이 활성화되어 일자리도 만들어 내고 경제 활성화도 시켜야 하는데 법인세를 많이 올리게 되면 기업들이 이윤을 내기 힘들어 투자를 꺼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대부분의 국가들은 직접세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부가세를 거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비세나 부가가치세 등을 거두는 것인데요. 담배 등은 건강에도 좋지 않고 병원을 가게 되면 건강보험의 재정만 축낸다고 하여 들 드시고 하시라고 하여 일명 죄악세라고 하는데 이 같은 부분의 세금을 거두게 되는 것이지요.”

-소비세가 얼마나 된다고 소비활성화에 영향도 미치는 데 이런 소비세를 올리는 방법 뿐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복지 증세를 하게 된다면 여러 부분을 조금씩 올려야 될 것 같아요. 어느 부분이든 성역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여러 부분에 대해 모두 조금씩 올려야 된다고 봅니다.”

-문제는 월급은 별로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복지에 들어가는 돈들은 내가 늙어서라든지 위험에 처할 때를 대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월급이 안 올라서 연금 보험을 낼 수 없다고 한다거나 국민연금 안 드는 대신 개인연금을 들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연금보다는 국민연금이 활씬 더 낫다고 봐요.

그래서 지금 당장 힘들다고 해도 내야 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내 아이가 이미 다 커서 공보육에 대한 필요성이 없다, 세금이나 연금을 더 내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겠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생각해 보면 공보육이든지 출산 관련 복지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아이를 낳지 않고 여성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경제가 위축되고 간접적으로 어떻게든 나에게도 피해가 올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전체적으로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고 이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 것들에 대한 것들을 대비를 좀 더 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내 월급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아깝더라도 이런 식으로 해서 정치적으로 위험에 대한 분배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합니다.”

-서구국가도 경제 침체기에는 복지 증가 보다는 현상 유지 및 재편의 시가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각 당이 모두 선거 때마다 과도한 무상보육, 무상 급식 등 공약을 내놓고 있어요. 이를 실천하기에는 국가 재정이 어려워졌고 결국 이는 일반 중산층들의 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땅히 복지 증가로 나아가긴 해야 하지만 국민들의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질러 복지 정책이 정치인들의 공약 남발로 진행돼 오는 바람에 마땅히 복지 증대고 나아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핫이슈처럼 너무 빠른 시기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도 있는데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이중 가장 우선적으로 실시돼야 할 복지 정책의 순위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교수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서구복지국가들과 달리 고성장기에는 복지발전을 미루었다가 뒤늦게 저성장 국면에서 복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서구에서 복지의 확대기는 자본주의의 황금기와 겹칩니다. 경제는 활황이고 노동인구는 확대일로였기 때문에 조세 수입의 자연 증가 분이 컸어요. 따라서 서구 복지국가는 복지를 확대하면서도 2차대전 때 쌓인  부채를 줄여나갈 정도였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박정희 시대부터 사회보험이 미미하게 시행되긴 했어요. 그러나 우리의 경우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 이후 복지가 크게 성장했으나 2000년대부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후 정부부채가 쌓여나가고 있어요. 서구와 달리 우리는 복지가 제대로 성장해 보기도 전에 저성장 국면에 다다른 거죠.

경제가 좋았던 80년대 90년대에 오히려 복지를 좀 더 챙기고 왔었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 갑자기 보육이니 뭐니 떠드는 것이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발전기에 복지에 대해 좀 더 대비했더라면 충격이 훨씬 덜 했을 것이라는 것이죠. 그때는 안 하다가 저성장기에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하려다 보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노인, 여성, 장애인, 보육 등 각 계층마다 자신들과 관련된 정책이 가장 우선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 다음이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저출산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 정책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복지 확대에 필요한 증세에 시민의 동의도가 높아졌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 보다 복지 증세의 필요성과 복지를 위한 증세에 동의하는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증세에 대한 지지가 적극적이거나 지속적인 것으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가요.

“설문조사를 해서 증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때는 모두 모범적인 대답을 합니다. 그러나 막상 세금 내라고 하면 싫은 게 인지상정이지요.

유럽의 경우도 그렇고 어느 나라든 세금을 좋아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서구 유럽 국가들은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이 집권을 오래 하고 있고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야당이 있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이 비록 좋아하지는 않지만 세금을 더 내고 복지 재원을 더 마련해 온 상황입니다.

그런 것도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증세에 대한 지지가 적극적이거나 지속적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증세에 있어서 국민의 저항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증세를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세보다는 경제적으로 중립적이고 조세저항이 덜한 소비세의 활용이 불가피합니다. 소득세나 재산세를 높이는 것 보다 소비세의 요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지요.”

-소비세를 더 거두면 경제 활성화가 안 되지 않나요. 요즘 50대~60대들이 소비를 안 한다고 하던데요.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니까 소비가 억제되는 면이 있죠. 그렇지만 소비세의 경우는 세금을 내기 싫으면 그 부분의 소비를 안 하면 됩니다. 담뱃값이 올랐다고 했을 때 세금 내기 싫은 사람들은 담배를 줄이든지 하면 됩니다. 조세저항이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항이 작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담배값 대신 소득세를 모두 만원씩 더 내라고 한다면 조세저항은 더욱 커질 거에요. 이건 모두 상대적인데요. 세금내는 것은 모두가 싫고 어느 항목에 붙이는 것 조차 모두 다 꺼리지만 스웨덴, 독일, 그리고 영국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취한 해법은 소비세의 활용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증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현시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소비세의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구국가의 예를 볼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했나요?  

“유럽 국가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유럽 국가들은 부가가치세가 20~25%나 돼 물가가 엄청나게 비쌉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부가세가 10% 밖에 안 됩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부가세가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 1인당 GDP가 2만7000달러 정도지만 물가 구매력 지수를 포함한 국민 소득은 3만 달러를 넘습니다. 소비세도 OECD의 다른 국가들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부가가치세 하나를 10%~15% 정도 올리면 한 해에 12조 정도의 세액을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활용하자는 그런 의미입니다.”

-원래는 재산세나 법인세 같은 것도 더 거둬야 하지 않나요..

“제가 말씀 드렸듯이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세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소득세 같은 것은 가만히 있어도 세금이 올라가게 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월급이 조금씩이라도 오르잖아요.

적어도 물가상승 만큼은 월급이 오르기 때문에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세금이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직접세는 거두지 말자는 것이 세금을 거두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둬도 세금은 오르기 때문에 괜히 요율을 올려서 조세 저항만 올라가게 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대기업의 재산세의 경우 재산세가 올렸다고 하면 아마 조세저항이 엄청날 것입니다. 그래서 재산세는 소득이 미실현되거나 했을 때는 거두지 않고 재산을 양도하거나 해서 현금이 실현되거나 이득이 실현됐을 때 자본이득세라고 해서 양도세를 더 거두는 겁니다.”     
                   
-여성의 일과 양육을 양립하기 위해 적용하기에 바람직한 선진국의 사례가 있나요.

“일․가정 양립을 위해 가장 대표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고용에 있어서 남녀 차별을 없애는 것입니다. 고용주 입장에서 여자보다 남자가 낫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에요.

고용주에게  여성이 1년 동안 아이를 양육하는 동안 양육수당을 내라고 한다면 아마 중소기업 고용주들은 여성들 고용하는 것을 엄청 싫어할 거에요. 현재 출산 전후 3개월의 양육 휴가를 유급으로 주게 되어 있어요. 이때 고용주들은 일도 안하고 월급이 나가면 여성을 고용하는 것을 싫어할 겁니다.

그런데 육아휴직 수당의 부담을 사회화한다고 합시다. 개별 고용주가 육아휴직 수당을 부담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하는 것이지요. 국가가 직접 돈을 거두기 보다 사회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보험제도라든가 연금제도를 통해 모든 기업이 월급의 2%를 기금을 내서 국가가 모아 두도록 한다고 합시다.

그래서 모든 근로자 아빠나 엄마에게 육아 휴직 수당이 나간다고 했을 때 이 때는 고용주가 내는 게 아니라 기금에서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성을 고용했든 남성을 고용했든 여성이 육아휴직을 하기 위해 회사를 나간다고 해도 휴직 수당이 회사에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죠. 육아휴직 수당을 기업에서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월급이 세이브 되고 그 돈으로 다른 사람을 대체해도 됩니다.

고용주들에게 부담이 안 되니까  굳이 여성을 쓴다고 해서 부담을 갖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소득이 상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사회화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여성들 누구나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다음 직장에 복귀할 수 있고, 또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육아 시스템이나 공교육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초등학교 1학년에 보낼 때 부터 부모의 신경이 많이 쓰이지 않습니까. 방과후 시스템이나 아이 돌봄 시스템 등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여성들이 아이 양육을 위해 회사를 그만 두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또 직장문화도 바꿔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노사가 함께 노력해 9시~5시 9시~6시 출퇴근이 지켜질 수 있는 직장 문화가 돼야 합니다.

그 다음 노동시장의 유연화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규직 여성이 아이를 양육하다가 바로 직장에 나오기란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4시간이나 5시간씩 일하는 등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스 기사>

복지에 대한 공적 토론 가능한 토대 갖춰져야

참여정부 시절 때만 하더라도 문명사회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할 때까지 각계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될 뻔 했다. 복지를 말하는 순간 경제를 외면한다는 의심을 사는 시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제는 비교적 편견 없이 복지에 대한 공적 토론이 가능한 토대가 갖춰지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보수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야당은 물론 진보적 시민단체에서도 ‘증세없는 복지는 없다’며 ‘사회복지세의 신설’ 등을 주장하며 증세운동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복지재정은 OECD 평균의 1/3 정도 밖에 안 된다. 복지는 단지 재원의 소모가 아니라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투자라는 점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기업에 필요한 노동의 유연 안정성을 위해서라든가, 내수 확대를 위해서도 보편적 복지 체제가 필수적이라는 논의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혁신적 아이디어로 창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도 복지 안전망이 필요한 추세라는 주장도 있다. 이밖에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회복하려면 먼저 복지 확충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대로 가다간 늙은 대한민국이 되고 말 것이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재원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볼멘소리는 차라리 한가한 이야기다. 복지확충은 절박성을 갖고 공동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여야는 최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놓고 연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를 단 1.01% 만 올려도 소득대체율 50%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현재의 보험료 9%를 유지할 경우 오는 2060년 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야당 측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 체제에서도 2060년 기금 고갈 이후 연금을 제대로 지급하려면 연금 가입자들은 한꺼번에 소득의 21.4%를 내야 한다”며 “만일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고갈 직후 한꺼번에 보험료를 25.3%로 올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야당은 2060년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현 세대의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는 선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자는 주장이고 복지부는 2060년 이후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이에 상응해 상당 폭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특히 농어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이 소득의 9%로, 직장인들은 회사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농어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혼자서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회사. 특히 중소기업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실제 소득대체율은 보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소득대체율에 맞추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만큼 계속 보험료를 올리고 있다.

한국은 현재 소득의 9%를 40년간 내서 소득의 40%를 보장받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40%를 보장받으려면 현재 내는 것 보다 보험료를 훨씬 더 높여야 한다. 한국과 소득대체율이 비슷한 캐나다(39.2%)의 경우, 이미 보험료율은 9.9%로 우리보다 0.9%포인트 높다. 미국(38.4%)은 보험료율이 10.4%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40.6%인데 보험료율은 평균 19.6%다. 10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 약 20만원을 연금 보험료로 내고 있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이 50%를 넘는 국가도 있다. 이들 국가들은 보험료가 훨씬 높다. 핀란드(54%)의 경우 보험료율은 20년 전인 1994년에 이미 18.6%였는데 2004년에 21.4%, 2012년 22.8% 이런 식으로 계속 높아져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서구 국가들과 같은 수준으로 복지 부담을 늘려 갈 것인지 아니면 저성장기에 다수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지 전문가들과 정치인,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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