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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증가에도 일·가정 양립 "갈 길 멀어"
이근하 기자 | 승인 2015.04.22 10:43
   
 

[여성소비자신문=이근하 기자] "매일 이렇게 보고 있었구나. 엄마의 뒷 모습을", "답이 없다. 우리를 위해 열심히 하는 건데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해 방영된 드라마 미생 속 워킹맘인 선차장의 대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맞벌이 가구 통계'자료에 따르면 유배우 가구(배우자가 있는 부부 가구)는 총 1178만 가구, 이 중 맞벌이는 505만5000가구로 42.9%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령별로는 15세부터 30대까지가 78%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20·30대 주부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 특히 자녀 교육 등으로 지출이 많은 40·50대 부부는 절반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5세 이하의 자녀를 둔 30대 정규직 워킹맘이 가장 많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10명 중 8명의 워킹맘이 “일과 가정의 양립 자체가 힘들다”고 답했다. 최근 중국 동포 출신 육아 도우미의 수가 9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즉, 워킹맘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실질적 정책 방안이 미비한 형국이다.

   
▲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이와 관련 한국여성연구정책연구원은 20일 '일·가정 양립,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개원 32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일·가정 양립 제도의 현주소를 진단, 이후 방향과 시사점을 논의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일·가정 양립은 여성의 경력단절과 과중한 돌봄 책임 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주요한 양성 평등 추진 전략으로 출산율 제고, 경제 활력 및 모든 시민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미래전략으로 주목 받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국내의 성장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사회적 위험요소로 가시화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 고령화 비율( 65세 이상)은 14%에 이르고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가 전망돼 생산가능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한다. 이에 여성고용률 제고가 국가성장전략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것.

   
▲ 유승희 국회의원

이날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래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 현상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고, 국제사회는 여성고용으로 구원투수를 마련하라는 진단과 충고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는 휴가휴직제도, 유연근무제도, 보육서비스로 나뉘며 각 영역 내 다양한 세부조치들이 존재한다. 출산전휴휴가, 육아휴직제도, 시간제 근로, 직장 내 보육시설 등 이 그 예.

이 중 대표적인 일·가정 양립제도로 꼽히는 육아휴직제도의 2014년 출산휴가사용자 수와 육아휴직자 수는 각각 8만8756명, 7만6833명이다. 출산휴가사용자 대비 육아휴직사용자 비율은 2002년16.2%에서 2014년 82.7%까지 증가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2014년 육아휴직사용자 중 2014년 남성은 3421명으로 4.5%에 불과하다"며 "해당제도가 남녀근로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 현재와 같은 지나친 여성 중심의 제도 활용은 양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의 남녀 역할 분담체계에 대한 도전 없이 일·가정 양립 정책의 도입은 가사노동 외에 취업을 더하는 식으로 여성노동자의 이중부담을 늘리는 문제를 초래한다"며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육아휴직제도가 고용보험을 재원으로 삼아 설계돼 고용보험 미가입자인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근로자, 자영업자는 체계적으로 보호의 범위에서 배제된다"며 제도 활용의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실제로 2013년도 출산휴가자수 대비 육아휴직자수 비율이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93.6%인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는 65.3%에 그쳤다. 이는 육아휴직제도가 대기업·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는 여전히 제도 활용에 미흡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 선임연구원은 "향후 기업규모별 맞춤형 정책의 강화, 특히 30인 미만 영세업체에 대한 정부 부담률 제고 등 비용을 공유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포함하여 일·가정 양립지원제도가 남성, 비정규직, 중소기업부문에서 더욱 활성화 되도록 하는데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유희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사회적 육아지원의 부족함을 지적했다. 그는 "취업여성들은 사회적 육아지원기관들로부터 육아 어려움을 충분히 지원받지 못해 육아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육아지원정책의 대안적 과제를 제시했다.

맞춤형 육아지원정책 제공, 실질적 무상보육 및 무상유아교육 실현 촉구, 국공립 기관 확대를 통한 육아지원 인프라 구축, 가정 내 모와 부의 실질적 동등 육아 참여 실현이 그 내용이다.

이후에는 앞서 발표된 내용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김영중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 과장은 "정부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일·가정의 양립 지원 및 남녀고용평등 실현의 위해 다양한 여성고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년도에는 관련 정책 추진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에 집중,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 연결고리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을 위한 경영계 역할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류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다수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근로자의 양립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가정 양립이 기업 성과와 근로자 삶의 질을 제고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남성 외벌이 중심의 근로문화 개선 없이 여전히 기업부담을 전제로 한 제도 확대에 치중하는 추세는 여성일자리 창출과 기업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립 문화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현행 제도의 활성화, 재원의 사회적 분담 등 균형있는 정책을 우선 강구해야 하며 각 주체의 자발적인 노력 하에 조화롭게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가정양립 정책을 젠더 관점과 계층론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장 연구위원은 "일·가정양립 정책이 젠더관점에서는 성평등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채택될 수 있지만 아주 흔히 이러한 시도는 반쪽짜리 성과를 얻는데 그칠 수 있다"며 "여성을 노동시장에 동원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불평등한 관계는 개선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또 계층론적 관점에서는 다른 의미의 일·가정 양립 정책을 설명했다. 그는 "일·가정 균형이 중산층에게는 시간의 문제일 수 있지만 저소득층에 있어서 돈의 문제, 소득의 문제"라며 "생계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근로시간단축 만을 외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유승희 국회의원,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여해 일·가정 양립을 통해 양성평등 가치 실현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근하 기자  5dlrms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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