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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논란, 소비자는 “뿔났다”“생보사가 지급하겠다고 약정한 것을 스스로 뒤집는 전무후무한 사태”
박영준 기자 | 승인 2015.01.28 15:26

[여성소비자신문=박영준 기자] 자살보험금 논란은 ‘재해사망 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하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 초반 금호생명이 재해사망보험금 특약을 처음 만든 뒤 다른 보험사들이 이 약관을 그대로 베꼈다. 이후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에 비해 통상 2배 정도 많지만 ING생명은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왔다는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를 통해 드러났다.

ING생명이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은 560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대부분의 생명보험사에도 적용된다. 회사마다 규모는 다르지만 전체 생보사들이 부담해야 할 자살보험금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ING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권고 및 국정감사에도 소송을 불사해가며 강경 대응에 나서는 이유다.

현재 금융소비자연맹은 생명보험사의 행동에 반발하며, 자살보험금 미지급 피해가족들을 모아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또 ING생명의 행정소송에 대응하는 공동소송원고단을 모아 공동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에 <여성소비자신문>은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에게 앞으로의 대책을 물었다.

   
▲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
- 이번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이번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은 지금까지 어떤 문제보다도 심각하다. 생명보험사들은 7년 동안 2년 후 자살을 해도 재해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판매해왔다. 그러나 약정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됨에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가 보험소비자의 신뢰가 아닌 주주의 이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약관내용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작성자인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보험약관 해석의 기본원칙인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마저 버렸다. 금융당국과 한국소비자원의 지급결정, 국회 국정감사의 질타 등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지만 보험소비자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나 노력도 없이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앞으로 생명보험업계의 발목을 잡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사들의 행동에 어떠한 활동으로 대응했나.

초기에 금융당국은 사실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보를 받고 소비자에게 사실 내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9회 배포하는 등 언론·방송을 통해 사실을 전파하고 생명보험사들이 자발적으로 지급하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보험사들은 시간이 오래 지연되는데도 피해자에게 진행상황 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금융소비자연맹에 많은 문의 전화와 상담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대부분 계약자는 생명보험사로부터 대형로펌 한곳을 통해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 당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만 답변해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맹은 진행 및 소송에 대한 안내를 위해 지난해 11월 1일 서울역 KTX회의실에서 피해자가족을 모아 생명보험금청구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진행사항을 안내하고, 자문변호사를 통해 소송접수 건에 대한 상담을 실시했다. 이후 ING생명의 행정소송제기로 공동소송원고단을 모아 공동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 일부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 지급 판결이 보험소비자들의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생보사들이  2년 후 자살을 해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해 판매해온 것이 문제인데, 자살을 조장한다고 운운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얘기다. 자살의 원인은 경제의 양극화나 사회 환경 변화 등에 따른 다양한 원인에서 나온다.

1980년대 자살률 세계 1위인 핀란드는 국가차원의 노력으로 자살률을 20년만에 절반으로 줄였다. 일본도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시행하고 한해 3000억원을 투자해 자살율을 10만명 당 20명 아래로 낮췄다.

우리나라는 10년 동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로 인구 10만명당 28.5명이다. 그나마 자살방지법도 2012년 3월에 제정됐고, 예산은 약 8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 보험사가 보험금 때문에 자살을 조장한다는 말을 한다는 건 보험금을 안주겠다고 이용하는 것이다.

- 현재 자살보험금 미지급 피해자모임을 통해 단체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가족 중 누군가 자살을 했다면 그것은 가족들의 상처로 남아 있게 된다. 또 가정환경 등 경제력이 열악한 경우에는 생업에 종사하느라 자살보험금 논란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알지만 생각조차하기 싫거나 바빠서 참여 못하는 경우도 많다.

참여자 중 한분은 남편이 자살했는데 자기는 생업에 종사해야 하기 때문에 전화통화도 쉬는 시간에만 가능하다고 하며, 아이들은 상처받을까봐 아직 아빠의 죽음 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공동대책위원회에 모였을 때 한 여자 분이 보험금 청구 당시 겪었던 아픔을 얘기하자 다른 분들 모두 우는 바람에 애를 먹었었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어 소송 참여자가 많지 않다.
 
- 이미지와 신뢰를 중요시 여기는 금융사들이 이번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해서는 소송까지 몰고 간 상황이다.

생명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법원까지 가면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만약 소송에서 지더라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그만큼 지급해야 할 돈이 줄어든다.

판결이 나와 봐야 하겠지만 소송 기간 때문에 소멸시효가 끝난 보험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소송에 참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현행법은 소송에 이기면 이와 유사한 건에 대해서 모두 지급을 하는 게 아니다. 유사한 건도 다시 소송을 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멸시효를 10년으로 볼 때 소멸시효가 3년 정도 남은 분의 경우 소송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 이번 자살보험금 논란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생명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지급하겠다고 약정한 것을 스스로 뒤집는 전무후무한 사태다.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켜, 금융당국의 지급 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급을 거부한 채 소송을 제기한 생명보험사에 대해 금융당국은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영준 기자  jun34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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