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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특성 고려한 산재 규정 없어
김희정 기자 | 승인 2012.07.13 10:09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의뢰해 조사한 ‘학교 급식 조리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이 대다수인 급식 조리 노동자들은 근골격계질환 증상 호소자가 95.8%에 달했고, 즉각적 의학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60%를 넘었다. 노동강도가 높은 조선 선박 노동자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 환경이 바뀌며 사고성 재해와 더불어 직업병에 대한 산재 인정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여성 노동자의 증가, 산업구조 변화 등에 따른 제도 개정 논의 속에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 여성을 기준으로 한 현황 파악, 산재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여성이 취약한 직업병이 산재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곻 있는 것.

게다가 비정규직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산재 신청 자체를 꺼려 여성들의 건강권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개정 논의에 ‘여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비율은 6 대 4 정도지만 산재 승인 비율을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8 대 2를 나타낸다”며 “여성에 대한 산재 인정은 너무 적고 여성의 산재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기본 성별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의 경우 산재 신청 대비 불승인율은 2007년 54.6%에서 2010년 63.9%로 9.3% 증가했다. 특히 전체 질병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뇌·심혈관계 질환의 불승인율은 2007년 59.8%에서 2010년 85.6%로 25.8%p 급증했고, 근골격계 질환은 2007년 44.7%에서 2010년 52.3%로 7.6%p 늘었다.

암 관련 질병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여성이 많은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폭력·폭언·성희롱 관련 정신적 피해도 산재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생산직 종사 여성 노동자 중에는 입사 전후 안전보건 문제와 관련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사용자들의 여성노동 권리의식이 낮아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문턱이 높은 산재 신청은 여성 노동자에게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산재 불승인율을 줄일 수 있는 방도로 업무상 질병 여부에 대한 증명 책임을 사용자가 나눠서 져야 한다는 권고를 했다.

피해 근로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노출된 경력이 있음을 증명하고 주장된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은 상대방(사측 또는 정부)이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노무사는 “여성 노동자 중에는 자신이 사용한 화학물질 등에 관한 정보에 취약한 경우가 많아 이 부분에 대한 증명 책임도 노동자가 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체 산재 발생의 90%가 신청조차 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급식 조리 노동자들 조사에서도 산재처리는 9%에 불과했고 90% 이상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산재를 신청하면 사업장은 점검을 받고 산재보험 요율이 인상돼 신청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여성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안 하면 여성 노동 환경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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