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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유리천장 뚫고 여성들의 목소리 줄기차게 터져야”장미승<한국여성유권자연맹> 서울연맹회장 인터뷰
여성 정치 참여 확대 위한 ‘여성할당제’ 도입에 크나큰 기여
최문희 기자 | 승인 2014.10.27 14:46

   
 
[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 여성이 의회에 30% 이상 진출하면 양성평등 사회가 앞당겨지고, 정치문화도 바뀔 수 있어요. 대통령이 여성이고, 각종 공무원 시험에 여성들이 약진하고 있어 양성평등이 모두 이뤄진 것 같은 착시현상이 곳곳에 일어나지요. 하지만 국내 여성의 정치참여 현황은 세계 86위로 여전히 하위권이예요. 여성이 선출직에 많이 진출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여성계의 당면 과제라 볼 수 있죠.”

여성 참정권이 중요한 이유를 질문하자 장미승 서울연맹회장은 열정에 찬 목소리로 의견을 개진해나갔다. 그는 정당 사상 최초의 최연소 여성 전문위원은 물론, 여성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남성들이 즐비한 정치계의 유리천장을 깨는데 전력을 다해 온 인물이다. 이처럼 여성 정책 발전을 위해 수년간 힘써온 장미승 서울연맹회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청취해보았다.

Q. 회장님께선 88, 통일민주당 정책 전문위원으로 시작해 93~98년에는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후 평화포럼 사무국장, 여성유권자연맹 중앙이사회 이사 등 여러 기관에서 여성 정책에 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여성의 정치참여에 관심을 갖게 된 출발선이 궁금한데.

여성운동의 메카인 이화여대를 다니던 80년대 초반에는 여성의 취업문이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았어요. 직장 내 성희롱과 남녀차별이 공공연히 행해지던 때였지요. 특히 정치와 행정 분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좁은 문이었어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2퍼센트에 불과할 때니까요.

박사과정 준비를 하던 중 정당에서 전문위원을 공채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정치는 체질에 맞지 않아도 정책개발은 정치학을 전공한 제 적성에도 맞고, 보람도 클 것 같아 지원했죠. 그 당시 운 좋게 최연소 여성 전문위원으로 뽑혔어요.

이후 청와대 최초 여성 행정관에도 발탁됐죠. 남성중심 조직에서 늘 유일한 여성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투사처럼 여성의 정치·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마련에 힘쓰게 되었어요. 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이후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해 ‘Affirmative Action’과 같은 여성우대조치 도입에 힘쓰게 됐어요. 1989,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도입 보고서를 썼고 이를 본 당시 조경희 정무 제2장관(지금의 여성가족부)께서 인상적이라며 격려오찬도 마련해주셨지요. 지금은 제도로 정착됐지만, 당시만 해도 여성할당제는 위헌 논란마저도 일어날 정도로 생소한 제도였어요.

하지만 의회에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지 않고선 양성평등 사회 실현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이를 위한 여성할당제 도입을 부르짖게 됐죠. 신문을 보더라도 여성이라는 글자가 고딕체로 보일 정도로 사명감을 가지고 여성정책에 관심을 쏟았어요.”

Q. 유권자 연맹과 인연을 맺게 된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신다면.

 여성유권자연맹은 김정례 회장, 신낙균 회장, 이춘호 회장 등 걸출한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단체이기도 하죠. 전국단위 조직에다 체계적인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죠. 때마침 매니페스토 실천운동과 여성정치아카데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이연주 회장님의 권유를 받아들여 이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당시 송파여성문화회관 관장으로 있었는데, 연맹사무실이 가까이 있어 이사회가 있는 날은 오후 반차를 내고 참석했죠.”

Q. 핵심 인구가 가장 밀집돼 있는 서울연맹회장을 맡고 계신다. 연맹 활동 시 어느 부분에 주력하고 계시는지, 앞으로 추진할 핵심 활동이 있다면.

첫째는 여성인재육성으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선출직 인력풀을 제공할 방침입니다. 다른 영역에 비해 유독 낙후된 국내 정치를 바꾸려면, 여성이 의회에 30% 이상 진출해야 해요.

다음 지방선거에는 지역 시민단체에서 훈련받은 여성들이 기초와 광역의회에 대거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른 사회를 만드는 일보다 이권에 관심이 많은 구태정치인들에게 계속해서 구의회를 맡길 순 없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인력풀이 많아야 해요. 유권자연맹이 인력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능한 인재를 찾아내고 훈련시키고자 합니다.

둘째, 통일에 대비한 준비를 해나가고자 해요. 통일이 되면, 통일비용보다 훨씬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어요.

독일의 경우 동서독이 많은 교류와 협력을 해왔지만, 막상 통일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왔어요.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는 거죠. 통일 이후에 할 일 중 우리 여성들의 역할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하기에 통일아카데미와 통일포럼을 개최해 나가고자 해요.”

Q. 현재 대한민국의 성 격차 지수는 135개국 중 고작 108위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여성들의 낮은 지위 향상을 위한 가장 시급한 사회적 정책을 손꼽아보신다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20대에는 높지만 30대에 결혼과 육아로 크게 하락해요. 40대 초반부터 재취업하는 M자형 패턴을 보이죠. 경력단절 때문에 남녀 임금격차가 커지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이 적은 악순환이 반복돼요.

경력단절이 없도록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이 시급한 것은 물론, 정책 못지않게 남편의 가사·육아 분담이 중요해요. 정책결정권이 있는 의회의 여성대표성 확대를 비롯해,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과 행정관리직 비율 제고 역시 시급하다고 봐요.”

Q. 무엇보다 국내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실질적 토대로 지목되는 것은 소시민인 일반 여성들의 정치 참여 확대일 것이다. 연맹에서 여성 시민들을 위한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소수의 정치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여성정치아카데미 외에 대학생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도 신설 운영하고 있어요. 그 밖에 일반 여성 대상의 세미나와 포럼을 연중 몇 차례 진행하며, 좋은 강연은 선별해 연맹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게시할 계획이예요.”

Q. 멀리 내다보자면 지금까지 줄곧 여성의 참정권과 목소리를 수호하는 길을 걸어오셨다. 사회에서 어떤 인물로 남고 싶은지, 앞으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소명이 있다면?

저는 20대에 정당 사상 최초 최연소 여성 전문위원과, 30대 초반에 청와대 최초 여성 행정관으로 유리천장을 깨는데 나름 기여했다고 자부해요. 앞으로도 후배들에게 더 많은 유리천장이 깨지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특정 성이 60%를 넘지 않는 것입니다. 한국여성유권자 서울연맹은 여성계와 함께, 뜻을 같이하는 남성 전문가와 힘을 모아, 양성평등한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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