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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김재련 국장 “현장 누빈 경험 살려 ‘여성정책’ 중계 역할 해야죠”
최연화 기자 | 승인 2014.09.29 15:33

   
 
새로운 정책개발 대신 기존 제도 간소화·절차의 단순화에 집중
‘안티’ 많은 여가부…정책 논란 없도록 국민과 공감대 형성할 터
상대에 대한 ‘공감·존중·배려·소통’…평생 지키고 싶은 가치

[여성소비자신문=최연화 기자] 개방형직위 공모를 통해 공직에 몸담게 된 김재련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42)은 이전까지 성폭력, 아동학대 사건을 주로 맡으며 ‘인권 변호사’로 현장을 누볐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 인권보호는 물론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시설 종사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지난 시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이 일을 한다고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옳다고 믿는 것,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신념대로 살아온 삶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공감과 소통’을 강조했다. 따뜻함이 본질인 셈이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제도는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해도 소용없다는 것. 제도 안의 ‘사람’을 보지 못하면 그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다. 그는 “상대에 대한 공감, 존중 그리고 배려와 소통 이것은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라고 했다.
 
기존 제도 꿰는 역할부터
 
지난해 공무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김재련(42)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2011년 사회적 공분을 낳은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의 피해학생을 변호한 인권변호사였다.
 
그는 연예기획사 대표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한 연예인 지망생 등 사회적 이슈가 된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 변호는 거의 도맡았다. 그동안 성범죄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했던 그녀는 재작년 여가부로부터 여성 인권 변호인 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대검찰청 성폭력범죄 전문가’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 그녀가 맡은 직책만 스무 개가 넘는다. 아동학대와 성폭력 등 여성 관련 사건에 주력했기 때문에 얻은 ‘훈장’이다.

이에 여가부는 지난해 6월, 여성인권 및 아동폭력 피해자 지원 등 전문성과 추진력을 겸비한 김 국장을 권익증진국장에 임명했다. 권익증진국은 여성·청소년 폭력피해 예방 및 보호, 성매매방지, 아동청소년 성폭력 방지, 가정폭력 예방사업 등을 펼치며 ‘4대 사회악’ 가운데 성폭력·가정폭력 근절의 핵심역할을 하는 곳이다.

자연스레 연결된 공직자의 길이었다. 약자를 대변하는 활동에 어느 한 구석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결과였다.
 
“현장에서 피해자 지원을 하면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공무원들과 나누기 위해 공직사회로 들어왔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전문지식을 전부 나누어주는 것이 전문가 본연의 임무니까요. 제 경험이 모두 공유되고 나면 여기서 제 소임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팀의 리더가 아닌 배터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11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며 쌓아온 경험은 권익증진국장으로서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변호사 시절, 성범죄 피해 아동들의 괴로움을 옆에서 직접 지켜봤던 그는 아동 및 청소년 성범죄 사건의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보호규정을 마련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법 형식 논리에만 메이는 것이 아닌, 피해자의 상처, 소송 당사자들의 아픔, 정의의 문제를 되돌아보려고 스스로 노력했다.
 
현장을 많이 누빈 만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픈 정책도 있었을 터. 하지만 김 국장은 새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정책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심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지론에는 그동안 여가부 정책들이 수요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은 상당히 안정돼 있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와 같은 법적, 제도적 기반이 실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피해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좀 더 간소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죠. 그래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제정되어 있는 제도가 좀 더 쉽게 피해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서비스지원 절차 간소화와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김 국장은 피해자 지원시설 종사자들의 처우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랜 기간 피해자 지원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키운 인재들의 역량이 피해자 지원활동으로 고스란히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에 대한 ‘감수성’ 높여야
 
김 국장은 특정한 성을 전제로 한 정책보다는 특정한 세대를 전제로 한 정책에 관심이 크다. 바로 아동과 청소년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권한도 없고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낼만큼의 힘도 없기 때문이다.
 
갈비뼈를 부러뜨릴 정도의 폭력이라야만 폭력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자녀의 생각을 무시하고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부모 기분에 따라 아이에게 큰소리로 화내는 것도 넓은 범주에 있어서 가정폭력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가정폭력, 아동학대로 힘겨워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아요. 그 아이들의 마음이 휴지처럼 구겨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살피고 또 살펴야 합니다.”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가출, 성매매 유입, 성폭력 등은 결국 가정의 위기, 가정폭력으로 인해 확대,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멋쟁이 부모 되기’나 ‘예비부모교육’ 등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국장은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해법으로 ‘감수성’을 강조했다. 내가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정신적 상처를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나의 언행이 상대방에게 어떤 성적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 이것이 곧 성폭력, 가정폭력 등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 성폭력,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이 그 출발점이다.
 
여가부는 매월 8일을 ‘보라데이’로 정하고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다. ‘보라데이’는 적극적인 시선으로 우리 주변에 가정폭력 피해자 혹은 학대받고 있는 아동이 없는지 살펴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등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달라는 의미다. 

   
 
한편 김 국장은 현장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풀어야할 문제점으로 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라고 답했다. 성폭력 피해자 상당수가 ‘없던 일’로 묻어두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편견’ 때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평소 옷차림을 보고 알아봤다’ ‘밤늦게 다니니까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이다’ ‘저항했다면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등의 근거 없는 의심들이다. 김 국장은 이 때문에 피해자를 위한 법이나 제도가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이중적 인식이 가장 큰 문제죠. 피해자가 내 가족이라면 아픔을 잊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면서도 내 아들이 성폭력 피해자를 아내로 데려온다면 받아들이기 힘든 게 현실이니까요. 여성폭력 피해자도 교통사고 피해자와 똑같은 피해자일 뿐이라는 것을 일반인들 의식 속에 자리 잡도록 해야 합니다.”
 
김 국장은 피해자들을 향한 ‘시선의 폭력’을 거둘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도가니 같은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성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는 전시시대 여성, 아동에게 행해진 끔찍한 인권침해 행위입니다. 그와 같은 행위는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도 지구촌 곳곳 분쟁지역에서 여성, 아동을 대상으로 행해지고 있는 현재의 문제이기도 해요. 현재 피해 할머니들께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분들이 생존해 계실 때 전 인류가 한 목소리로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매체, 콘텐츠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본질과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합니다.”
 
“안티요? 시간이 필요하죠”
 
그러나 여가부를 떠올리면 어쩔 수 없이 함께 연상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안티’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처벌 규정 등 여가부 정책은 늘 뒷말이 무성했고 수많은 안티세력을 양산했다.

이 같은 논란을 김 국장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그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우리나라에서 아직 여가부가 해결하고 개선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조심스레 입을 떼며 “어느 정도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폭력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여가부는 현장 전문가들의 활동을 매개로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자임을, 그리고 여가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는 것을 쉽게 드러내지 못합니다. 폭력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이죠. 반면 가해자들에 있어 여가부를 주관부처로 하는 각종 법령상의 처벌조항이나 제재조치는 달갑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형법규정에 따라 살인죄나 명예훼손죄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선 국민들의 불만이 없다. 처벌규정이 매우 오래전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음란물 소지자에 대한 처벌이나 아동청소년 이용시설 취업제한 제도는 시행된 역사가 길지 않다. 그와 같은 규정이 일반인들의 의식 속에 명백히 자리 잡을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가부가 펼치는 정책들이 왜 필요한지,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해당정책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 국민들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김 국장은 이런 이를 통해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난 빵점짜리 불량엄마”
 
한편 ‘워킹맘’의 고된 삶을 김 국장이라고 피해갈 수도 없고, 또 손수 그렇게 살고 있다. 그녀는 본인이 세쌍둥이를 둔 워킹맘이기에 현실적인 대안의 공급자인 동시에 수요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불량엄마’라고 칭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미안한 것 투성이죠. 주말에 잠에서 깨보면 주방 한가득 라면 부스러기가 쏟아져 있구요. 아침이면 아이들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날씨에 맞게 옷조차 챙겨주질 못해요. 저녁엔 늦게까지 집에 오지 않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언제 오냐?’고 물어올 때도 많죠. 그렇지만 틈만 나면 말해 주고 있어요. 엄마가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우주만큼 사랑하고 있다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매일 매일 감사하다구요.”
 
그래서일까. 김 국장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시퇴근 문화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가족정책이라고 했다. “서로 눈 마주치고 몸을 부대끼며 웃고 울 수 있는 가족이어야 해요. 특히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은 반드시 확보돼야 합니다. 가정은 모든 행복과 불행의 시작과 끝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정시퇴근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봐요. 제시간이 되면 부모는 아이들 곁으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게 맞죠.”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워킹맘의 현실이 만만치 않기에, 그녀도 때론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회사와 가정에서 소통과 공감능력을 중시하고, 또 그에 따른 진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랬으므로 그녀에게 ‘여성’이라는 꼬리표는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우는 또 다른 힘이 됐으리라.

 

최연화 기자  choi@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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