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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증거 챙기고 동료와 공유해야”
최연화 기자 | 승인 2014.08.27 15:30

   
▲ 고남숙 패밀리코칭 상담소장

[여성소비자신문=최연화 기자] ‘XX씨는 몸매가 탄탄하니 보기가 좋다.’, ‘쭉쭉빵빵 섹시하다’, ‘다리가 꿀벅지다’

만약 직장상사가 부하직원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이와 같은 말을 던진다면 성희롱에 해당될까? 칭찬인지 성희롱인지 구별하기 애매한 표현 때문에 대처방법도 미지근하다. 비슷한 말과 행동이라도 상황에 따라 성희롱이 될 수도, 농담으로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듣는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낀다면 이는 성희롱에 해당된다.
 
성희롱 가해자 80% ‘회사 간부’…“불쾌합니다” 대처 필요
2차 피해 방지 위해 공동체 의식변화 및 피해자 배려 ‘절실’

한국사회에서 성희롱 문제는 여성노동자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다. 상급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는 만큼 폭압적이며 지속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위가 낮은 피해여성은 문제제기 자체가 어렵고, 사건해결 과정에서도 축소와 은폐압력,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위해 이를 묵인할지, 앞으로의 정신건강을 위해 짚고 넘어갈지 매순간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만약 내게 성희롱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패밀리코칭상담소 고남숙 소장(50)을 만나보았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 혹은 호의적인 농담 수준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있다. 성희롱 성립 범위는.
“지위를 이용하는 것, 업무와 관련돼 있는 것, 성적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는 것, 고용상 불이익이 있는 것. 이 네 가지 요소가 성희롱을 정의하는 기준잣대다. 피해자 관점에서 가해자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희롱에 해당된다. 합리적 관점에서 보면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 느꼈음이 인정돼야 한다. 물론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 등 종합적인 판단도 이루어진다.”
 
- 기억나는 유형별 성희롱 사례를 들어준다면.
“(육체적 성희롱)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주차장에서 ‘혼자 살지 않느냐, 집에 아무도 없을 테니 올라가자’고 말했고, 피해자는 거부하면서 등을 돌렸다. 그런데 피고인이 갑자기 뒤에서 안으며 양손으로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한 사례가 있다. 서울 중앙지방법원 판결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이 선고됐다.
 
(언어적 성희롱) ‘여자들은 티 팬티를 입는다는데 불편하지 않냐’, ‘귀여운 XX가 뽀뽀해주면 몸이 좋아질 것 같다’, ‘남자친구가 있어도 상관없으니 나하고 사귀자’, ‘나하고 놀면 당신이 전혀 몰랐던 세계로 데려가줄게’ 등이 해당된다.
 
(시각적 성희롱) 구청 도서실에서 공공근로를 하는 진정인을 불러 컴퓨터 화면으로 동물 성행위 장면을 보게 한 경우나, ‘고백할게 사랑해 많이, 내 머릿속은 항상 너뿐이야. 나 좀 구해줘’라고 문자 보낸 경우가 해당된다. 이 피고인은 진정인에게 사과함과 동시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
 
- 여성 직장인의 경우 ‘외모’로 인한 차별이나 성희롱도 많을 것 같다.
“신입직원에 대한 외부 위탁교육 중 특정여성을 지목하면서 ‘못생겼다. 한 번에 남자 네댓은 만나게 생겼다. 못생긴 여자는 설거지나 하고 밥이랑 빨래만 하면 되니까 문제없다. 예쁜 여자는 룸살롱에서라도 잘나가니까 성격이 안 좋아도 문제없다. 어정쩡하게 생긴 여자가 문제다.(특별인권교육 권고)’ 등의 언어적 희롱을 한 사례가 있었다.

또 ‘가슴이 작거나, 배 나온 여자는 싫다’며 상사가 여직원의 배를 만지려는 행위도 외모로 인한 성희롱에 해당된다.

피해자 나이를 보면 20대와 30대가 74.5%를 차지한다. 즉 젊고 사회생활 경험이 적어 성희롱에 대한 대처능력이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성희롱 당사자 간 직위를 보면 중간 관리자 이상이 평직원을 성희롱한 경우가 전체의 80.2%를 차지한다. 결국 상하 간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이 대부분이다.”
 
- 권력의 문제라면,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도 있지 않나.
“여성근로자들이 연하 남성근로자 A의 엉덩이를 치거나 등 뒤에서 껴안으며 ‘A는 내꺼야, 아무도 손대지마’라는 말을 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A는 ‘왜 이러세요?’ 하며 거부의사를 표시했지만 여성근로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같은 행위를 해 A가 성적굴욕감을 느껴 진정한 사건이 있다. 이렇듯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 아직까지도 다수의 성희롱 피해자들은 ‘문제 삼아봤자 나만 손해’라는 의식이 강하다. 성희롱을 당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해도 그냥 참고 넘겼다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대다수가 직장상사로부터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희롱) 사실을 알리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거부의사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먼저 행위자에게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청하고 사과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희롱 행위가 지속된다면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남겨야한다.

날짜, 시간, 장소, 내용, 목격자나 증인, 성적인 언어나 행동에 대한 느낌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면 이후 해결과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도움받기를 원하면 지역 내 관련 상담소, 직장 내 고충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에 상담이나 진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인들의 참여다. 성희롱이 발생한 자리에서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지지해야 하며, 불이익 등 2차적 피해를 받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 성추행)은 피해자가 스스로 불이익을 우려해 공개하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조직구성원으로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근로의 권리를 침해받는 것이다. 기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리자들이 근무환경 개선에 주도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 성희롱을 법적으로 구제받는 방법도 있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해 성희롱 여부 결정과 책임자에 대한 다양한 권고결정을 받을 수 있다. 지방노동행정기관(노동부)과 노동위원회,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방법이 있다. 우리 법은 성희롱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법적대응을 해야 한다.”
 
   
 
<고남숙 소장은>
 
글로벌NLP코칭아카데미 국제부 상담국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장애인성폭력예방교육전문강사
창조적 대화기벅 Creating Communication Therapy
국제 코스타(KOSTA-Korean Student All Natins) 국제강사
글로벌 NLP 코치협회 인증 코치 및 인증 코치 심사위원

최연화 기자  choi@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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