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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골딘교수 "남녀 소득격차, 출산 기점으로 벌어져...사회적 차원 돌봄 서비스 필요"한국, 민간 대기업 위주 출산-육아 지원...영세 사업장 모성보호제도 위반율 높고 임금격차 26년째 OECD1위
한지안 기자 | 승인 2023.10.11 15:12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학교 석좌교수(77)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세기 이후 줄곧 발생하고 있다. 

동일한 직업을 가진 현대 남녀 근로자의 소득 격차는 △여성의 직장 생활 약 10년차 △첫 아이의 출산을 기점으로 벌어지기 시작하며 이는 성차별보다 △제도적 장애물에 기인하고, ‘아이를 어떻게 가지느냐’가 여성의 소득 수준에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골딘교수는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경제 성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며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 과정에 사회적 차원의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도 여성들이 커리어 및 승진기회, 임금을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재계에선 롯데그룹, CJ그룹, 매일유업 등 유통·식품업계 외에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 등 남성 직원 비율이 높은 기업들도 출산휴가, 육아 휴직, 사내 보육시설 등 일-가정 양립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들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 등의 경우 모성보호제도 이행 비율이 현저히 낮은 상태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2년 대기업 최초로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바 있다. 자동 육아휴직제는 별도의 신청 절차나 상사의 결재 없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다. 롯데는 2017년부터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연장했다. 현행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최대 1년이다.

2017년부터는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롯데그룹 남성 임직원은 배우자가 출산시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 육아휴직 기간 1개월까지는 통상임금 전액을 지원한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현재 93%에 이른다.

계열사별로는 롯데케미칼이 모성보호 및 육아 장려를 위한 제도로 △여성 육아휴직 2년 사용, △난임 지원, △직장어린이집 등을 운영하며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가족친화기업 인증 제도는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임신·출산·자녀양육 지원 및 유연근무 등을 우수하게 운영하는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4년 최초 인증을 받은 이래로 3회 연속 재인증을 받았다. 이번 인증은 오는 2025년까지 유지된다.

롯데e커머스의 경우 임직원에 난임 휴직 1년, 출산 전 육아휴직 사용 제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당해 자녀돌봄휴직 1년을 제공한다. 이 밖에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운영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의무 근로시간 외에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선택하면 되는 방식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산모 과일바구니 지원, 분유 지원 등도 호평받고 있다. 롯데e커머스는 올해 3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인구의 날 기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CJ그룹의 CJ제일제당은 여성 임직원의 임신·출산·육아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신한 직원의 경우 위험기(12주 이내 36주 이후)에는 근로 시간을 하루 2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일시적인 긴급 육아 이슈가 발생할 경우 최대 1개월 간 하루 2시간 근로 시간 단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임직원에 최대 4주의 휴가(유급 2주+무급 2주)를 제공한다. 이 외에 요일별로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편성할 수 있는 선택 근무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CJ ENM 등 그룹사 임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 ‘CJ키즈빌’도 전국 4곳에서 CJ운영되고 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운영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남녀 차별 없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 여성권익 향상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전문직여성한국연맹(BPW Korea)으로부터 BPW 골드 어워드(Gold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BPW측은 CJ제일제당의 여성 임원 비율이 25.3%로 업계 최고 수준인 점에 주목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09년 식품업계 최초로 가족친화경영 인증기업으로 선정된 올해까지 14년간 연속으로 해당 인증을 획득해오고 있다. 2015년에는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직장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가족친화 우수기업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출산육아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 △난임시술비 횟수 무제한 지원(회당 100만원)  △출산 축하금(1자녀 400만원, 2자녀 600만원, 3자녀 이상 1000만원) 지급 △1년간 200만원 상당 분유 지급 등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육아기에 있는 임직원에게는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시차 출퇴근제 △재택 근무제 △월 2회 패밀리데이(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 등을 지원한다. 남성직원들에게는 배우자 출산 시 10일 휴가를 부여한다.

또 임직원 자녀의 생애주기에 맞춰 영유아부터 대학생까지 연령대에 따른 학자금 및 학습 보조금 등을 지급한다. 대학생 자녀를 둔 직원에게 반기별로 35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장애의료비·재활교육비도 만 18세까지 연간 200만원씩 지원한다.

매일유업 임직원 출산율은 1.31명으로 전국 평균 출산율인 0.78명 대비 0.53명 높다. 세 자녀 이상 가구 비율도 13.0%로 전국 평균율인 7.4% 대비 5.6% 높다.

포스코도 △난임치료 휴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휴가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도 △선택적근로시간제 등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부터 해마다 저출산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2020년 포항 및 광양 ‘상생형 공동직장어린이집’을 개소한 후 현재 그룹사, 협력사, 입주사 자녀들이 이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보건복지부와 미래세대 인구교육 사업을 위해 상호 협력키로 협약한데 따른 ‘인구교육 공모전’을 매해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HD현대도 사내 어린이집 개원을 통해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경감을 지원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3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신사옥 ‘글로벌R&D센터’에 연면적 2222㎡(672평), 최대 정원 300명 규모의 사내 어린이집 ‘드림 보트’를 개원했다. 

만 0세부터 만 5세까지의 자녀를 둔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루 네 끼 식사도 무상 제공한다. 특히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돼 직원들이 상황에 맞춰 등·하원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도 육아휴직 기간 확대, 난임 치료비 지원, 난임 휴직뿐 아니라 입양 휴가제 역시 운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직장 어린이집 ‘오창 에너지플랜트 키즈&SOL’도 약 2000㎡(600평) 규모로 개원했다. 임직원 자녀 약 160여 명이 입소해있으며 60여 명의 교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복지제도가 민간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마련뿐만 아니라 실질적 사용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2018~2023년 8월)간 모성보호 제도 위반으로 적발된 사건은 모두 6174건이다. 2020년 306건, 2021년 691건, 2022년 993건에 이어 올해는 8월 기준 1159건으로 이미 1000건을 돌파했다.

유형별로는 여성·임산부·연소자의 야간 휴일근로 관련 위반이 전체의 77.8%로 가장 많았고, 그 외에 임신근로자 시간외 금지 위반(7.7%), 육아휴직 미허용(3.9%), 배우자출산 미허용(2.5%), 출산휴가·산재요양 중 해고(1.8%), 출산휴가 미부여(1.3%), 출산휴가 유급 위반(1.3%) 등이 뒤를 이었다.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보면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위반 건수가 많았다. 30~99인 사업장이 전체 위반 건수의 35.8%로 가장 많고, 뒤이어 10~39인(26.0%), 10인 미만(14.9%) 순으로 이어졌다. 100인~299인은 14.6%, 300인 이상은 6.5%를 차지했다. 특히 33개 사업장은 2회 이상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골딘 교수는 “기혼여성의 노동 참여는 농업-산업사회 전환기 감소했다가 20세기 초 서비스업의 성장으로 재차 증가했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보다 많은 육아 책임이 부여되면서 임금 격차가 벌어졌다”고 지적해왔다. 

지난 10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성별 간 임금 격차는 31.2%로 26년째 1위를 기록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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