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새들이 벌레를 잡아먹고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도
죄가 안 되느냐고 물었어요.

할아버지는
그건 죄가 아니라 했어요.

할아버지는 내가 거미를 잡을 때
잠자리를 잡을 때
죄를 짓는다 해놓고서
거미가 잠자리를 잡아먹고
성큼발이가 거미를 잡아먹는 건
아무 죄가 안 된다 해요.

그것들은 살만치만 잡아먹고
몰래 어디다 쌓아두고서
썩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 했어요.

한 생명은 저보다 작은 다른 생명을 먹고 크다가 더 큰 생명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초식자에서 육식자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은 자연의 섭리일까. 힘의 논리로 작용하는 약육강식은 인간 사회에서도 적나라하게 자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참 많은 죄를 짓는다. 죄짓고 살면서 회개하고 다시 또 죄를 짓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 같다.

임길택의 시「죄」에서는 어린 손자가 어떤 행위가 죄인지를 할아버지에게 듣고 묻는다. 할아버지는 서로 살기 위해 먹고 먹히는 일은 생태계의 질서로 죄라고 보지 않는다.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먹는 생물들의  잡아먹히고 먹는 행위를 순수한 자연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들은 살만치만 잡아먹고/몰래 어디다 쌓아두고서/썩히는 일이 없기 때문” 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적 화자인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듯하지만 끝내 욕심이 죄라는 것을 암시해준다.

알맞게 순환하는 자연계는 죄가 없다. 늘 그 숲에 뭇 동물들이 살고 나무가 살고 풀이 돋고 꽃을 피우며 성실히 생존의 책임을 다 하는 자연 법칙에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할아버지는 무엇이든 몸에 좋다는 것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씨를 말리는 지나친 욕심을 죄라고 한다. 욕심은 죄를 낳고 죄는 사망을 낳는다는 성경말씀을 상기시킨다. 그렇다! 죄는 욕심에서 생겨난다.

이 시는 “몰래 어디다 쌓아두고서 썩히는” 행위들, 인간 중심의 자연 훼손과 파괴 등등 그런 이기적인 욕심이 서늘한 죄가 됨을 깊이 느끼게 한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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