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21.10.16 토 11:13
HOME 여성 파워인터뷰
전정희 의원, 여성 스스로 절박함 없다면 일‧가정 양립은 먼 나라 이야기
최연화 기자 | 승인 2014.05.28 14:16

   
 
[여성소비자신문=최연화 기자] 때마침 그때 그 자리에, 그녀가 있었다. 그런 것을 ‘운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전정희 의원이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였다.

그녀는 파키스탄에서 온 여성학자가 자국의 여성차별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을 듣고는 한 가지 다짐을 하게 된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차별받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그 깊은 소명의식이 그녀를 정치가의 길로 이끌었다. 그래서 전 의원에게 정치는 나만의 도약이 아니라 모두 함께 가자는 결심의 실행이다. ‘잃은, 약한, 없는’ 사람들을 껴안고, 민생 보듬기에 힘을 기울이는 것.

“조금 천천히 가고, 조금 덜 부자가 되고, 조금 덜 발전하더라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전 의원과 ‘진심’을 나누어봤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시간제 일자리 확산보다는 고용안정성 확보가 우선돼야

◆다독이고 어루만지고… ‘어머니 품’ 같은 정치를 꿈꿔


-다양한 의정활동을 하시지만 특히 여성, 청소년 정책개발에 힘을 쏟고 계신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가 궁금하다.

“한국에 돌아온 후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 대표를 맡으며 지역 여성정치 행사나 토론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특히 지역 언론의 정치 관련 패널과 대담자로서 10여년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권과 인연이 닿았고, 주변의 권유를 받아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선거에 출마하면서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는 ‘함께 잘사는 사회,’ ‘함께 행복한 세상’이다. 가난한 자, 배우지 못한 자, 장애가 있는 자, 사회적 소수자 등은 늘 경쟁의 대열에서 밀려있다. 그래서 조금 천천히 가고, 조금 덜 부자가 되고, 조금 덜 발전하더라도 함께 잘살고,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모든 국민들을 똑같이 다독이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어머니의 품 같은 정치를 꿈꾼다.”
 
- 직업여성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많다. 정부가 앞 다투어 여성 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왜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계속 심화되고 있나.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유연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정책이다. 무분별한 시간제일자리 확산보다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제도적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기업과 사회의 인식변화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일하는 방식이나 삶의 균형에 대해 기업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변화해야 한다. 여성의 육아휴직 허용, 대체인력 채용, 단축근무 및 직장어린이집 설치 등의 비용증가가 아닌, 우수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 경력단절여성 사이에서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책은 없을까.
 
“영세한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를 쪼개고 쪼개 일자리의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에서 시간 선택제 일자리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야 한다. 더불어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과 관련해 맞춤형 교육 및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특성에 따라 단절기간이 짧은 고학력, 전문 직종 여성은 경력을 활용해 기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단절기간이 길고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여성은 맞춤형 전문 직업훈련을 지원해 수요자와 공급자의 욕구가 일치하도록 해야 한다.”
 
-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양극화 등 사회 주요 현안들은 여성의 삶과 직결된다. 국가적으로 일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여성 스스로 갖춰야할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학을 졸업할 무렵 교수님께서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 내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릴 각오로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사람은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이런 면에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다.
 
여성 스스로가 직업과 일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을 가져야 한다. 자신을 국가와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자신감을 가질 때, 당당하게 사회를 향해 일‧가정의 양립 조건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인식이 없이는 일‧가정 양립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고, 출산과 육아는 경력단절을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거리로 전락될 것이다.”
 
-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규제개혁을 위한 난제가 켜켜이 쌓여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공직자 윤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다. 공직자로서의 철학도 없고 왜 그 자리에 있는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 단지 더 나은 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복지부동함으로써 큰 과오 없이 직을 마무리하기 위해 자리를 채우고 있다.
 
공직사회를 멍들게 하는 것이 바로 낙하산과 관피아로 상징되는 부패의 고리다. 제대로 된 인사를 통해 공직자가 직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하고, 부패 척결을 통해 엄격한 감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세월호 사건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도,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해양 선박업체의 부정부패를 비롯해 재난구조작업의 총체적 부실, 허술한 재난구조체계로 온 국민을 안전사각지대에 몰아넣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까지 총망라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할 것이다. 철저한 사고조사가 이뤄질 때만이 제대로 된 재난방지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 한국사회에서 여성 국회의원으로 산다는 게 녹록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의미가 있나.
 
“19대에는 여성의원이 역대 어느 시기보다 국회에 다수 진출했기 때문에 원내에서 큰 불편은 없다. 정치도 과거보다는 투명해졌고, 시스템적으로도 개선된 측면이 있다.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힘들다기보다는 국회의원이라는 일 자체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이 많고 부지런해야 한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지역을 매번 다니면서 민원해결과 예산 확보, 행사참석 등 관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지역구 여성의원이라도 대부분 서울이나 경기 같은 수도권 의원들이 많고 지방에 지역구를 둔 여성의원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일주일 내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주말에 귀향하는 식이다. 가히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내려면 체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의원님의 평소 신념이나 가치관이 궁금하다. 또 ‘지금까지 이것 하나만은 반드시 지켜왔다’라고 자부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성실함이다. 아무리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도 성실함이 결여돼 있으면 성공하지 못하지만 재주가 미약한 사람이라도 성실하면 작은 성공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성실함과 더불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거짓으로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 꾸미지 않고 가슴으로 느끼고 행동한다면 많은 사람을 감화시킬 수 있고, 일에 있어서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업무를 마칠 때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나.
 
“열심히 일한 국회의원으로 남고 싶다. 법안 발의나 상임위 활동, 지역구 의정활동을 통해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 싶다. 현재도 몇 가지 사안에서는 중요한 성취를 이룬 부분이 있는데 남은 임기 동안에도 더욱 더 노력할 것이다.
 
또 하나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안마다 합리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정치에는 대단히 첨예하게 부딪치는 일들이 많은데 각각의 일들에 대한 판단과 결정이 쉽지 않다. 신중하게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어느 것인지 늘 고민하겠다.”

최연화 기자  choi@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연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