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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자유 위해 혁신해야...질서, 공정, 정의 무너지면 자유도 무너져"
한지안 기자 | 승인 2023.01.26 18:30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김병준 국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前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는 지난 17일 대한민국헌정회가 개최한 자유헌정포럼에 참석해  '자유를 위한 고민- 진보와 보수를 넘어'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 권한에 자유를 강화하는 한편 입법권 등의 국회 외 분배를 통해 자유주의 체계를 강화하는 하고 시장경제 발전과 국가 성장을 위한 민간 주도적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김 교수는 "프랑스어 ‘레짐(régime)’은 우리말 사전에 정권, 정부, 체제 등으로 정의 되고 있다. 저는 공화정, 대통령제, 왕정 등 정치제도가 단순 제도로써만 존재만 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제도를 받쳐주는 이념, 사상, 문화, 관습과 결합된 것이라 보고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저는 일제강점기와 제 1공화국부터 6공화국을 거쳐 지금까지 내려오는 ‘국가주의 레짐’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지금 자유로운데 무슨 레짐이냐’고들 하시는데, 저는 그간 강한 레짐 정권들 하에 있었기 때문에 실감하지 못하는 것뿐 아직도 우리가 국가적인 레짐 속에 있다고 본다"며 "한동안 우리 사회는 국가주의 예술이 우리 발전을 이루는데 굉장히 유용한 수단이자 문화, 재료였다고 봤다. 한국은 제1 공화국에서 시작해 제3공화국 시대로 돌입했던 박정희 정부 당시, 인권 등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국가주의 체제 안에서의 경제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경제 수석을 맡았던 서영일 선생께서 쓰신 책이 한 권 있는데, ‘한국의 기업가 정신과 정부’라는 책이다. UN의 지원을 받던 당시 한국이 국가권력을 통한 집행 체계를 갖췄기 때문에 경제개발 계획에 성공할 수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 한국 경제의 발판이 됐다는 내용이다. 저도 동의한다. 당시 ‘반공’을 기치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 국가주의 체제가 사실은 우리 경제 성장과 국가 안정에 큰 역할했다고 본다"며 "그런데 현재는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달라졌다는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선 시민사회와 시장이 성장했다. 시장의 경우, 3공화국 당시만 해도 R&D의 대부분이 국가 예산으로 집행됐으나, 지금은 국가 예산으로 집행되는 R&D는 불과 10%, 20%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은 기업의 R&D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시민사회의 권력또한 매우 확대됐다. 전교조, 민노총 등은 국가가 권력으로 마음대호 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되어 있다"며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제는 국가주의가 팽배하고 국가가 모든 것을 끌고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국가는 혁신을 바탕으로 발전한다. 혁신 역량이 떨어지면 그 국가는 말 그대로 소멸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혁신은 시장 한가운데, 연구시설 한 가운데서 일하는 이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발전할 때 일어나는 것이지 국가가 지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국가주의의 틀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대가 변했고, 국가 기구가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막강한 인사권을 가지고도 예산권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무총리, 장관을 임명하고 죄수를 사면 시킬 수도 있지만 이는 ‘막강한 권한’이 아니다"라며 "이는 분명히 대통령의 큰 권한이지만 사회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권한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해 대통령한테 어떤 권한이 필요한가"라며 "우노동 개혁을 할 수 있는 힘, 자본시장을 개혁할 수 있는 힘, 대학교부터 인재 양성을 추진할 수 있는 힘, 남북 관계를 풀어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힘이다. 현재 대통령한테 그런 힘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이 엉망이 되어 세계 국가 경쟁력 지표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노동 문제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엉망이 되어 경영 혁신의 역량이 있고, 기술 역량이 있고,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자금이 흐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대통령이 일을 할 수가 있느냐. 여소야대 상황에서 균형발전위원회 등 대통령 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을 교체할 인사권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해양 개발, 교통, 환경, 핵, 기후, 전쟁 등 대규모의 정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와 문제가 얽히고 막강한 이해관계 세력들이 뒤편에 존재하고 있는데 국회조차 이를 풀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곳들이 있다. 권력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국가들"이라며 "연방제 국가는 주정부나 지방 정부로 권력을 내려보내고, 미국은 입법권을 전문가 위원회 등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미국의 ‘독립 규제 위원회’들이 이에 해당한다. 우주항공에 대해 국회가 아닌 ‘우주항공 위원회’ 등 전문가집단에 맡긴다. 국회는 국회가 해야 할 일만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독일의 경우 하르츠(Peter Hartz) 위원회가 유명한 '4단계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않았나. 노동 문제에 대해 정부 주재로 노와 사가 합의를 보면 국회가 이를 통과시키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어떤가. 노사정위원회를 통과하면 다시 국회에 문제가 넘어오고, 국회가 처음부터 다시 문제를 살피는 구조다. 이 때문에 민노총이 ‘국회에 와서 문제가 다시 반복될 텐데 노사정위원회를 왜 나가느냐’고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 국회는 입법권을 횡으로도 종으로도 분산시키지 않고 전부 쥐고 있다. 관료사회의 경우도 정권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구조로 인해 제대로 작동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한편 시장 경제에 대해 "저는 개인이 스스로의 역량과 상상력,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 체계의 모세혈관 하나하나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개인의 자유권 확대를 통해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고 우리 사회를 성장시키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공산주의로부터 벗어나는 제2의 자유주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자유가좋고, 자유민주주의가 좋고, 자유시장 경제가 좋고, 시장 경제 체제가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문제뿐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세계 어떤 나라의 국민보다 성공을 향한 열정이 높고 목표를 위한 추진력이 있는 이들이다. 또 혁신 역량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과 관련해선 "현재 교육이 어떤 체제로 이뤄지고 있나. 학교 교사의 자격, 학생들의 학습범위와 교과과정을 교육부가 결정하지만, 10년 뒤, 20년 뒤에 우리 국가가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며 어떤 덕목을 가진 사람들을 필요로 할지를 교육부 관료가 알고 있겠나"라며 "빌 게이츠도 세계 미래학자들도 10년 뒤 20년 뒤를 내다볼 수 없다고 하는데 교육부가 20년 뒤에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를 어떻게 알고 교과목과 교사의 자격을 정하고 학교 존립 여부를 정하느냐는 말이다.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이같은 제도가 없어졌으나 우리는 교육부가 이 권한을 쥐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교수는 그러면서 "자유는 어떨 때 성립되는가. 자유는 상식과 공정과 정의가 살아 있을 때 성립된다. 자유를 위협하는 적은 불공정과 불의와 비상식이다. 공정과 정의가 무너지면 불공정과 불의와 비상식에 피해 본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서 자유주의 체제를 엎어버리게 되어 있다"면서 "분배 문제도 마찬가지다. 극단적으로 분배 문제가 심각해지면 이에 피해를 본 사람이나 거기서 억울함을 입은 사람들이 언제든지 사회주의 혁명과 공산주의 혁명을 외치며 일어나게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자유를 위해서 그 사회는 공정해야 하고 정의로워야 하고 상식적이어야 한다. 분배문제의 경우에도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인내할 수 있고 용납할 수 있는 정도의 분배 수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강의 주제와 관련해 "분배에 대해서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많은 보수가 잘못된 보수고 많은 진보가 잘못된 진보"라며 "잘못된 진보주의자들은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어렵고 힘들고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서 일한다고 한다. 그러나 없고, 춥고, 배고픈 사람들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저성장 시기에 피해를 본다. 모두 IMF 시절 겪었지 않았나. 그게 인류의 역사다. 때문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위하는 게 진보라면 진보는 반드시 '성장 담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진보는 성장 담론이 없거나 약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성장 담론이 없다고 비판하니 성장 담론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을 가지고 왔다. 소득주도 성장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첫 번째는 '직접 로열티가 어디에 있는가'다. 2011년도부터 12년도 사이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에 대해 주장한 것을 그대로 들고 나온 것이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ILO는 유럽 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이다. 유럽 사회는 대한민국보다 소위 고용률이 굉장히 높다. 자영업자가 한국처럼 많은 지역이 아니라 임금 소득에 우리와 차이가 큰데, 자영업자가 많은 대한민국에 이를 가져와서 '임금'이라는 말을 삭제하고 '소득'이라는 단어로 대체한 것 뿐"이라며 " 또 어느 지역으로 가도 임금주도성장, 소득주도성장은 분배 담론이지 성장 담론이 아니다. 우리는 수출로 사는 나라인데, 내수 시장을 얼마나 키웠다고 임금을 계속 올리는 그 구조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구조인가. 그들의 성장 담론은 지금도 없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보수도 상당 부분 잘못되어 있다. 보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사실 자유주의다. 자유주의의 질서가 언제 무너지는가. 질서, 공정, 정의, 상식이 무너졌을 때 자유주의 가치가 무너진다"며 "우리가 견뎌내야 하는 것은 자유를 부여한 후 복잡해지는 사회다. 서로 권리를 주장하고 여러 자본이 투입되고 규제 여부를 주장하는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시기를 넘으면 시민사회의 질서가 생기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함을 우리가 믿고 자유주의적인 정신을 더 고취시키는 5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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