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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공천, 남성 역차별 반발에 방어기제 못 갖춰”“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새 정치’ 아냐”
최연화 기자 | 승인 2014.05.01 10:39

   
 
[여성소비자신문=최연화 기자] 올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문제가 쟁점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향식 공천방침을 확정하는 대신 여성 공천지역을 현재 여성 단체장 수보다 1곳 이상씩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과거 선거 때도 비슷한 방안이 반복됐지만 대부분 공수표로 돌아갔다. 물론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최대한 공정성을 기하고 있다지만, 계파별‧지역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양대 정당의 행보를 보고 있자니 사회적 약자의 정치 참여를 위한 여성할당제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다. 이번에도 역시 공천이 시작되자 30% 가점을 10%로 낮추고 2차 여성우선공천지역을 취소했다. 개혁공천의 일환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새누리당은 최근 이 약속마저 저버렸다. 대신 여성 후보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여성우선추천지역 선정이 뚜렷한 기준이 없고, 본선 경쟁력을 갖춘 마땅한 여성후보가 없다는 게 이유다.
 
‘물 건너간 여성우선공천’ 대책은?
물론 남성 출마자들의 반발이 일리가 없진 않다. 지금까지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여성은 37개 지역 39명이고 그중 2곳은 여성복수 등록이다. 당규에 규정된 여성 의무할당 15%를 채우려면 당선 가능성이나 경쟁력에 관계없이 해당지역 모두에 여성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지역에서 남성들은 경선 도전 자체가 봉쇄되는 결과가 된다.
 
서울에 여성 예비후보가 몰려 있는 점도 문제다. 즉 지역선정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잡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성 출마자들 역시 당의 방침을 온전히 반기는 것은 아니다. 선정된 공천지역이 너무 적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현재 새누리당 전국 여성 출마자들은 ‘여성경선 가산점 30% 상향조정’ 등 여성 공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한 여성학계 관계자는 “조직과 자금동원 능력에서 열세인 여성들에게 정당 공천 및 할당이라는 통로마저 없어지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여전히 정치적 영역에서 양성평등은 제도적 강제조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다음 단체장 선거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여성후보를 더욱 많이 배출하려면, 이번 광역‧기초의원 공천에서 반드시 여성할당 30%가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정책연구원 김원홍 박사는 “정당에 대한 여성공천 할당제의 경우 강제하는 조치가 없으므로, 여성단체들의 주장이 일방적인 수준에 머무른다는 지적을 피하기란 어렵다”며 “우리가 사는 사회에 수적으로는 다수지만 아직까지 소수파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표적인 범주가 여성이므로 민주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현재 지방선거를 겨냥해 개혁을 외쳤던 여야가 ‘공천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이진옥 부대표를 만나 문제점을 진단해보았다. 다음은 그녀와 일문일답.
   
 
 - 여세연은 여성정치 확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나.
“1999년 발족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000년 1월에 설립해 지난 15년 간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실질적인 ‘여성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한 운동단체다. 실질적인 여성유권자교육은 물론 여성후보자 및 참모를 위한 교육, 특히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진정한 주체인 여성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통한 생활정치 실현에 방점을 두고 활동 중이다.

이와 함께 지역차원의 다양한 참여민주주의 실천, 보다 전문적인 제도개선운동 및 의정모니터링, 연구·조사·출판, 국내외 연대사업, 차세대 여성 및 청소년 민주시민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매 선거 시기에 진행된 여성단체 연대활동에도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 2월 총회를 통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으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여성정치세력화, 생활정치 실현, 성평등의회와 남녀동수참여를 지향하고자 하는 논의의 개발과 담론 확산에 충실한 연구 실천을 수행하고 있다.”
 
- 현재까지 여성정치할당제 제도화를 돌아본다면.
“여성정치할당제 제도화를 위한 여성들의 노력으로 이를 법제화했고, 2013년 말 현재 전국적인 광역의원 여성비율이 14.8%, 기초 의회의 경우 21/2%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 여성공천할당제를 위해 특히 어떤 활동에 주력하나.
“여성 30% 의무공천제에 주력하고 있다. 각 정당 특히 이번에 새롭게 통합된 새정치민주연합이 30% 의무공천을 실시하고 기초비례공천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새누리당에도 여성공천을 하라고 당대표 면담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여성계 전체가 6.4 지방선거 긴급네트워크를 결성해 이를 위해 대응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여성공천할당제가 한국 민주주의 심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여성정치 할당제가 가지는 한계점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선적으로 비례대표수가 적기 때문에 여성의 의제를 대변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할당제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또 정당 내에서의 할당제에 대한 저항의 문제가 있다.
 
기존 정치세력에게 할당제의 의미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 게 현상적인 거라면, 할당제가 실시되는 것이 젠더불평등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공론을 거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소수여성들을 흡수해가는 방식으로 작동하다 보니 여성할당제 역차별 문제에 제대로 방어할 만한 기제를 갖추지 못한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할당제를 남성과 동등한 권리실현을 위한 도구(예를 들자면 남녀동수제)이자 불완전한 민주주의의 보완책으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즉 여성의 정치 참여를 한시적으로 보장하는 제한적인 제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 여성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여성이 가진 공감능력이 정치적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공감능력은 한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돼 있는 이들을 사회적 제도로서 보호하기 위한 현대리더십의 요구사항이다. 사회 내 소수자, 환경, 평화, 미래세대 등의 중요한 이슈를 제기하는 데 필수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사안을 고려해볼 수 있는 관계적인 노력이야말로 이런 공감능력을 길러내는 주요한 과정이다. 또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을 입법기관에서 법제화할 수 있는 근본적 소양이 될 것이다.”
 
- 그렇다면 기존 여성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가.
“기존 여성 정치인들이 예전에 비해 수적으로 많이 늘어났고, 여성 이슈가 정치친화적이 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양적인 성장에 비해 여성정치인의 질적인 대표성이 충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세계적으로 볼 때 자율적인 정당할당의 대표사례가 있다면.
“정당법에 명시하고 그것을 원칙대로 지키는 나라로는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 등이다. 이를 비롯한 의석보유제를 성별비례제로 전환한 대만이나 1990년 이후 여성할당제를 도입한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나라들이 여성할당제가 제대로 제도화되어 있다.”
 
- 마지막으로 정부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난 10년 동안 제도개선을 통해 이룩한 여성정치참여 확대가 기초공천 폐지와 같은 정당들 간의의 정치게임에 의해 명백히 퇴보되고 있음에 실망했다. 여성들은 이에 대해 분노하고 감히 이를 새정치라 할 수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최연화 기자  choi@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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