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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속가능 식품기업⑤] 원양어선 1척으로 세계 최대 수산식품 기업 키운 동원그룹
한지안 기자 | 승인 2022.10.24 18:29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창립 50년을 넘긴 장수 식품 기업들이 100년 기업을 향한 준비에 나고 있다.

한국 문화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 K-푸드를 앞세워 진출하는 한편 내수시장에서는 MZ세대 소비자를 공략하고 트랜드를 선도하기 위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한국의 지속가능 식품기업’ 시리즈를 통해 주요 식품 기업들을 집중 조명한다.

원양어선 1척·직원 3명에서 세계 최대 수산식품 기업까지 

동원그룹은 1969년 자본금 1000만원과 직원 세 명, 원양어선 1척으로 출범한 동원산업이 모태다. 동원산업을 창업한 김재철 명예회장은 1958년 사모아 인근으로 참치 조업에 나선 ‘지남호’에 무급 선원으로 탑승해 현재의 동원그룹을 일으킨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명예회장은 동원산업 창업 10년만인 1979년 제2차 석유파동으로 경제계 전반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 국내 최초 헬리콥터 탑재식 대형 선망선 ‘코스타 데 마필호’를 인수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참치 선망업에 뛰어든 후 1981년부터 ‘캡틴 김호’를 인수하고 1982년 국내 최초의 참치 통조림 ‘동원참치’를 출시했다. 같은 해 김 명예회장릉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 진출, 이후 사명을 동원증권으로 변경했다. 동원증권은 이후 동원그룹과 계열 분리돼 현재의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동원그룹은 과감한 인수합병과 치밀한 사업 확장 계획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우선 2000년에는 종합식품기업 동원F&B를 설립, 참치 외에 일반식품·유가공식품·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키웠다.

2008년부터는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이어 2011년 세네갈 국영 통조림 기업 ‘스카사’를 인수하며 세계 최대 수산식품 기업에 올라섰다. 

2011년 이후로는 식품 외 사업 영역을 키웠다. 2012년 종합 포장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를 통해 대한은박지를 인수했으며, 2014년 한진피앤씨·테크팩솔루션·탈로파시스템즈(인수당시 아르다 메탈 패키징 아메리칸 사모아)·베트남 포장재기업 TTP(탄티엔패키징)를 인수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어 2015년 또 다른 베트남 포장재기업 MVP(미잉비에트패키징)를 인수해 국내 최대 종합포장재 기업으로 도약했다.

2016년부터는 물류사업을 본격 확대하며 종합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를 인수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국 물류 네트워크와 콜드체인 시스템(Cold Chain System)을 구축, 온라인몰을 통한 식품 유통에도 나서고 있다. 

창립 50주년 김재철 명예회장 용퇴...차남 김남정 승계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2019년 회장직에서 용퇴한 바 있다. 국내 산업계 1세대 기업인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였다. 그의 퇴진 이후 동원그룹은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당시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퇴임사를 통해 “동원이 창립된 1969년은 인류 최초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딘 해이기도 했다. 선진국은 달에 도전할 때에 동원은 바다 한가운데에 낚시를 드리워 놓고 참치가 물기를 기다리는 사업을 시작했다. 엄청난 역사 발전의 갭(gap)이 있었다”며 “그러나 전·현직 동원 가족이 낙담하지 않고 열심히 땀 흘리며 힘을 모은 결과 오늘날 동원은 1, 2, 3차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며 세계로 진출했다.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의 새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도 동원 가족 여러분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 회장의 용퇴에 이후 가업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승계했다.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동원그룹에서 계열분리한 금융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남정 부회장은 1973년생으로 중경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그룹에는 동원산업 생산직으로 입사해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포장, 창고 야적 등 기초 업무부터 경험했다.

청량리시장 일대를 담당하는 영업사원으로서 영업부로 자리를 옮긴 이후 마케팅실, 기획실,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동원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거쳤다.

김 부회장은 최근 동원그룹의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고 사업지주 회사 동원산업의 대주주 겸 등기이사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동원그룹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단백질 가공사업 등을 집중추진하고 있다. 

‘그룹 컨트롤 타워 통일’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

한편 동원그룹은 현재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며 사업구조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합병 전 동원산업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로,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5개 자회사가 동원엔터프라이즈에 소속되고 다시 동원산업이 동원로엑스 등 21개 종속회사를 보유하는 구조였다.

이처럼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이 각각 지주회사 같은 역할을 맡다 보니 지배 구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는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중간 지배사 동원산업과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하고 그룹 컨트롤 타워를 통일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지난 5일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앞두고 진행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접수를 종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시주총에서 합병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힌 9월 14일부터 이달 4일까지 동원산업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식수는 21만4694주, 총 443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그룹 측은 각각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주식매수청구 총액이 700억원을 초과할 경우 합병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을 내건 바 있으나, 총 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기준치에 미달하면서 합병의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소액주주들의 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김남정 부회장(68.27%) 김재철 명예회장(24.50%) 등 오너일가 특수관계인 지분이 99.56%로 소액주주 지분이 적어 합병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은 오는 28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에게 매수가액을 지급하고, 내달 1일 합병기일을 거쳐 같은 달 16일 신주 거래를 시작하며 합병 절차를 최종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합병 후 동원산업은 동원그룹 지주사가 된다.

김남정 부회장, 식품·2차전지·물류 등 신사업 이끈다

김남정 부회장은 과감한 M&A를 주도하며 그룹 성장을 이끈 경영인으로 꼽힌다. 부회장직에 오른 2014년부터 TTP, MVP, 동부익스프레스, 동원팜스(당시 두산생물자원) 등 M&A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가운데 동원그룹은 최근 신사업으로 ‘축산물’과 ‘2차전지’를 낙점한 상태로,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후 김 부회장이 신성장 동력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지 이목이 모이고 있다. 이번 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산업 합병으로 투자 자금이 마련되는데다 컨트롤 타워 통일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이 신속해지는 만큼 새로운 M&A 빅딜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룹이 키우는 식품 관련 미래 먹거리는 ‘축육 사업’이다. 동원그룹은 ‘국민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한다’는 김 명예회장의 목표에 따라 축산물 사업을 확대하고 모든 종류의 단백질 식품을 다루는 ‘토털 프로틴 프로바이더’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지난 7월 동원그룹은 동원홈푸드 축육 부문에서 올해 8300억원을 달성하고 오는 2025년까지 매출 1조3000억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동원그룹은 지난 2015년 국내 최대 축산 도매 온라인몰 ‘금천미트’를 인수하면서 축육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 하반기 축산물 가공 전문 기업 ‘세중’을 추가로 인수한 바 있으며, 이후 금천미트와 세중을 통합한 동원홈푸드의 ‘축육 부문’을 신설해 사업 위상을 격상했다. 

기존 금천미트가 기업간 거래 시장에서 성장했면 세중과 통합한 축육부문은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지역 정육점과 연계해 고기를 1시간 이내 배송하는 온라인 배달앱 ‘미트큐 딜리버리’를 선보였으며 올해 들어서는 중간 유통과정을 제한 소비자와의 직거래(D2C) 서비스 ‘미트큐 딜리버리 Fresh 택배’를 론칭했다. 

동원그룹의 토털 프로틴 프로바이더' 목표에는 대체육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 2018년 12월 글로벌 대체육 개발 업계 최초 상장사인 미국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의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 2019년부터 비욘드버거·비욘드소시지·비욘드비프 등을 국내에 들여왔다.

‘비욘드비프’ 제품을 활용한 ‘비욘드미트 과카몰리 샐러드’, ‘비욘드미트 볶음고추장’, ‘비욘드미트 궁중떡볶이’ 등을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장보기 마켓 ‘더반찬’을 통해 유통된다.

식품 외 영역에서는 종합 포장재 전문기업 동원시스템즈가 '캔'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2차전지 소재부품 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원시스템즈는 2020년 이차전지용 알루미늄 양극박 생산 라인을 증설한 후 지난해 4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2차전지용 캔을 납품해온 엠케이씨(MKC)를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시장을 주도하는 4680규격 원통형 배터리 캔을 개발했고,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사업장 내에 2차전지용 원통형 배터리 캔 생산을 위한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요성이 부각된 물류 사업에서는 동원로엑스 신사업의 일환으로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을 강화하며 종합물류기업으로 본격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ESG경영 성과담아

한편 동원그룹은 ESG경영에도 나서며 지속가능한 수산업 및 식품, 포장재, 물류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룹 상장 계열사 3사는 올해 7월 지난해 경영 활동을 통해 창출한 경제, 사회, 환경적 가치와 성과를 공유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각각 발간했다.

해양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며 수산업계 지속가능경영을 이끌고 있는 동원산업은 '미래의 바다를 위한 지속가능한 수산유통기업'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산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논의하는 회의체 'SeaBOS'의 창립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이사회 산하의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온실가스 저감 및 현장 중심의 안전보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동원F&B는 지난해 6월 건강한 식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동원F&B는 '친환경 제품 매출 1000억원 달성',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15% 절감', '산업안전 보건경영 확립' 등 ESG 3대 핵심 목표를 선정하고 이행 내역과 성과를 지속 관리하고 있다.

소비재 전반의 포장재를 생산하는 동원시스템즈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전 사업장의 탄소 배출량을 '0'으로 감축해나가겠다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전 사업장에 탄소 배출량 관리를 위한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저탄소 '녹색기술제품' 친환경 포장재와 친환경 배터리로 주목 받는 이차전지의 소재 사업에도 진출하며 첨단소재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수산, 식품, 포장재, 물류 등 4대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생활산업그룹으로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3개 상장사와 40여개 계열사를 영위하고 있다. 김재철 명예회장의 창업이념인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과 비전인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을 기반으로 100년 기업 도약을 준비 중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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