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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 국립국악원 원장 “국립국악원만의 공연 레퍼토리 개발할 것”
김은석 기자 | 승인 2014.03.26 15:07

   
 
최초의 여성 수장이란 말보다 연주자 출신 원장이란 게 더 큰 의미…국립국악원만의 공연 올릴 것
“국악이 전 세계인들에게 ‘걸작’으로 인정받는 날 멀지 않을 것…국악 대중화에 주안점 두겠다

[여성소비자신문=김은석 기자] 서울시 문화재 전문위원을 지닌 김해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제 18대 국립국악원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립국악원 사상 최초의 여성 원장이 탄생했다. 국립국악원에 애정이 없었다면 수장으로 올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한 김 원장은 함동정월 명인을 사사하고 최옥삼류 산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가야금 명인이기도 하다.

김해숙 원장은 서울대 음대 국악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음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연주활동과 교직생활을 이어온 그녀는 국악원 원장으로서 국악 대중화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국악, 고유 가치에 비해 저급하게 소비되고 있어”

- 국립국악원 개원 이래 첫 여성 원장이다. 각오가 남다를 듯하다.
“최초의 여성 수장이라는 관심보다 국악 연주자로서 이곳에 온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초기 국악원장에 일부 연주자 출신이 있었고 최근에는 이론 분야 출신이 많았다. 연주활동과 교직생활을 이어온 내게 오히려 예술 현장의 실제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최초 ‘여성’에 대한 부분은 남성과는 다르게 여성이 섬세하고 꼼꼼하고 세심한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을 잘 살려 본다면 국악원이 발전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거라 생각된다.”

-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중요한 과제로 꼽은 바 있다.
“국악 대중화와 세계화라는 명제가 끊임없이 대두되는 것은 아직까지도 국악이 우리에게 가까이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이를 위해 탈 예술화를 한다거나, 현대화를 위해 서구화를 하거나 세계화를 위해 국수주의를 고수하면 이것 역시 잘못된 일이다. 지금의 국악은 그 고유 가치에 비해 너무도 저급하게 소비 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고정되어 있다. 방송, 영화 등에서는 탐관오리나 기생이 유흥을 즐기는 데만 노출을 시키거나 웃음을 주기 위한 도구 등으로 전락했고 일부 국악인들조차도 상업성만 앞세운 무리한 실험을 통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경우가 많다.”

- 이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이런 현실에서 국악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끌 방안으로는 ‘국립국악원만의 공연 레퍼토리 개발’ 이다. 국악 고유의 예술성과 가치를 온전히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예술 작품을 올려야 한다. 세계인들에게 보편적이지만 국악 특유의 아름다운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멋진 공연 작품을 만들어 갈 것이다.”

-국악과 대중의 거리감이 존재한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거친 근현대사를 지나온 우리 음악의 역사성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음악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존멸 위기를 맞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음악의 우수한 생명력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근대화, 현대화를 앞세운 전후복구와 경제발전의 급성장 과정에서 우리 것의 소중함에 대한 가치가 퇴색되어 갔다. 서양 음악에 비해 우리 음악을 낮게 보는 인식과 교육의 부재 등이 더해지면서 국악은 기성 세대의 음악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달게 됐다. 국악인들이 이런 어려움을 꿋꿋이 극복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지만 대중들의 인식은 여전히 차갑다. 이제는 이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진정하게 알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 음반은 한국 전통 음악의 응축된 결과물

-가야금에 입문한 뒤 40년 넘게 가야금 연주자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처음 가야금을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가야금은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하게 됐다. 원래는 숙명여중에 진학하고자 했지만 시험에 떨어져 고민하던 중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에 진학하게 됐다. 두 살 위의 언니도 국악을 하고 있어 국악이 좋았고 국비로 운영되는 교육기관이라는 점도 좋았다. 부모님이 국악을 전공하신 국악 집안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셨고 국악을 좋아하셔서 우리 음악이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국악사양성소 진학 후 당시 인기가 높았던 가야금을 전공으로 주저 없이 선택했다. 이 안에서 잘 해낸다면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판단했다.”

-남다른 재능과 열정으로 우리 소리에 혼을 쏟아내고 있다. 혹, 회의감에 빠진 적은 없었나.
“우리 음악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거나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해 후회를 해본 적은 없다. 짧은 기간 안에 무엇을 이뤄야 하겠다는 생각도 없다. 길게 바라보면서 우리 음악이 발전하고 자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을 쏟을 것이다.”

- 지난해 프랑스 국영 라디오 방송에서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를 발매해 화제를 모았다. 앨범 발매가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 음반은 2012년 프랑스 국영 라디오 방송 산하 기관인 '오코라 라디오 프랑스'에서 제작하고 출시했다. 이 음반은 라디오 프랑스가 2010년부터 한국 전통 음악을 10년간 음반화하는 작업인 한국 음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1년 ‘종묘제례악’에 이은 두 번째 음반이었다. 당시 우리 전통음악을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어 대단히 기뻤다.  ‘가야금 산조’는 기존 음악에서 벗어나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혁명과 같은 장르다. 판소리의 음악어법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한국 전통 음악의 응축된 결과물이기도해 의미가 깊었다고 할 수 있다.”

- 국립국악원 4개 예술단체가 총출동하고 지방 국악원 단원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펼치는 종합예술극을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소개 부탁한다.
“국악이 지닌 예술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국립국악원만의 대표 공연을 개발해 올 연말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현재 ‘공무도하가’를 소재로 작품을 준비 중이며 ‘백수광부는 왜 강을 건너려고 했을까?’에 대한 극적인 제시와 이에 대한 각기 다른 다섯 개의 삶의 선택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남원 민속국악원, 진도 남도국악원, 부산국악원 연주단도 총동원 한다. 우리 문화가 서구문화 위주로 편중돼 사람들의 입맛이 서구화된 것처럼 ‘귀맛’도 바뀌어 전통 음악만을 그대로 갖고 갈 수는 없다. 민간 음악과 궁중음악, 무용 그리고 서양 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현대 음악까지 총동원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도 설득력 있고 공감대 있는 작품을 만들 것이다.”

김은석 기자  kesh@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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