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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자유, 균형, 통합 정부 혼자 할 수 없어...국민들 힘 모아달라"세종로 국정포럼서 "새 정부 국정 철학과 비전" 정책 강연
한지안 기자 | 승인 2022.09.22 18:37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개최된 제 200회 세종로 국정포럼에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비전에 대한 정책강연에 나섰다.

이날 한 총리는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의 배경에 대해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위기는 정부와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원인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앞서 겪었던 위기들과는 조금 다르다 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 총리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는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1997년 우리나라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금융위기도 정확히 무엇 때문에, 어디의 금융 감독이 잘못되어 발생했는가를 처음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었음에도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나은 상태였다. 1997년 예상치 못하게 금융위기가 닥친 이후 10여 년 간 역대 정부가 다시는 이런 사태를 겪으면 안 되겠다며 위기에 대비했기 때문이었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의 대표적인 대책은 양적 보완이었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통화를 풀고 기업의 채권을 사서 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기업에 직접 자본이 들어가도록 하는 강한 정책을 말한다.

2008년 당시 유럽에서 재정 위기가 일어나자 당대 유럽 은행 총재였던 마리오 드라기 현 이탈리아 총리는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든 수십조 풀리든 유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며 ‘왓 에버 잇 테잌스(What ever it takes)’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도 이에 못지않게 엄청난 통화를 풀고 금리가 거의 제로인 상태를 수 년 동안 유지했다.

다만 (각 나라 정부는)통화가 풀린 후 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내려앉아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되면 이를 다시 거둬들여야 했는데, 2012년부터 2014년 정도가 적기였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한 총리는 그러면서 “이는 통화량을 줄였을 때 안정된 경제 상태가 유지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정상적인 상황에선 그런 상태가 오래 갈 수 없고, 이는 자칫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들이 논의돼야 했으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또 다시 양적 완화와 같은 정책이 시행됐고, 정부까지 나서서 적자 재정을 추진했다. 즉 2008년도부터 지금까지 약 14년 동안 목줄 풀린 망아지같은 ‘양적 보완’ 경제 정책이 한 번도 정상화된 적이 없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우리 세계 모두의 정책 당국자들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하는 때다. 최근 경제 이론이 이야기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나타나면서 각 국 중앙은행들이 이를 수복하기 위해 돈을 회수하고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전임 트럼프 정부와 경쟁하기 위해 수 조 달러 규모의 재정 확장 정책을 계획한 바 있다.

현재 이 같은 정책 중 몇 개가 시행된 상황이다. 앞서 미국의 대표적인 친 정부 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Paul.R.Krugman)는 수차례씩 ‘이번 인플레이션은 잠정적인 것이다, 공화당이 민주당 견제를 위해 과하게 우려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이전 정부의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전 재무 장관은 ‘엄청난 통화량과 마이너스 금리를 수년 동안 유지하고 재정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을 버티는 경제는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결국은 물가가 치솟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우리나라도 더 일찍 재정 긴축을 시작하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다면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통화가 점진적으로 수습되면서 현재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통이 훨씬 덜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못했다. 우리만 못한 게 아니라 모든 나라가 다 못했다”며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각 나라 중앙은행이 이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리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간 0.25%씩 올리던 금리를 갑자기 0.75% 올리거나 1%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다. 아마 이 같은 금리 고금리 체계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총리에 따르면 이 경우 정부의 정책역량은 ‘고금리·고물가 상황에 사회취약계층의 충격을 줄이는 법’에 집중된다. 한 총리는 “현 정부 들어와서 민생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농산물 바우처를 국가 예산으로 지불하고, 소외계층에게 사회적 복지 지원을 하고, 에너지 취약계층의 전기 요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한 것이 총 9번 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물가 수준은 2021년 대비 여전히 높고, 국민들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겨우 지난달 물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은 수준이고, 지수로 보면 2020년을 10이라고 했을 때 지난달 처음으로 0.1 만큼 내렸다. 그러나 이번 달은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는 “금리도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니 시중은행도 올리고 있고, 그 때문에 그간 변동금리로 은행 대출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가운데 금융취약계층의 지원 대책이 문제다. 때문에 이 기간 힘들어진 계층들에 대해 정부가 예산을 30조원 가량 투입해 부실 채권을 사들이는 등 여러 대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에 따르면 최근 고 환율 흐름도 그간의 위기상황과 다르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그에 따르면 환율은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때’ 상승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흔들렸던 환율은 우리나라의 단기부채가 갑자기 많아지는 등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이번 위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거의 없다. 한국 정부가 외환 보유고, 외채, 외채 상환 시점 등 재정 문제를 적절히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학이나 해외 송금이 증가하면서 환율이 과거와 달리 국민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 상황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한 총리는 “그러나 기본적으로 환율이란 낮아지게 되면 수출 기업에 유리하고 내수 기업에 불리한 것이다. 외채를 많이 쓰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불리하고 해당 외화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유리한 것”이라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재 무역수지는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지만 경상수지는 지난 7월까지 흑자를 보인 것이다. 즉 분야별로 환율에 대한 임팩트가 달라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물가, 경제 성장, 금리, 환율 등이 가능한 안정 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취약계층에 대한 보완 대책을 계속 계획해나가고 있다. 다만 이것이 현재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문제라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영원히 이렇게 단기적인 문제에만 사로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지금까지 문제된 잘못된 제도, 잘못된 규정, 잘못된 법률 등을 고쳐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성장에 역점을 두는 정책을 추진해 새로운 도약과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것에 바탕을 두고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부분도 늘려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선 5개 거시 정책이 바르게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첫째로 국가는 외교를 잘해야 하고 국방이 튼튼해야 한다. 무분별한 환상 같은 것은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맨 끝에 둬야 하는 일이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의 정책이고, 그렇게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튼튼한 국방이란 우리가 튼튼하고 제대로 된 군사력을 갖춘 상태에서 필요할 때 그 군사력을 쓸 의지를 갖춘 것을 말한다. 즉 억지력을 확실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외교도 그냥 부탁하면서 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가 세계에서 존경 받고, 원칙을 지키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 국가가 되기 위한 외교를 전방위적으로 해야 한다. 어느 나라가 추진하는 일에는 참여하고, 다른 나라가 추진하는 일에는 참여하지 않는 이런 것은 우리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에게 유리하면 누가 무엇을 만들든 참여하고 같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 “두 번째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국가의 의무가 과거 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에 재정이 고갈되면 곧바로 금융위기에 빠지게 된다. 재정을 불건전하게 운영한다는 것은 국가 정책의 기본을 흔들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 준칙도 이에 맞춰 확정했고, 법안도 제출했다. 적어도 1년에 3% 이상 적자를 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라며 “우리의 부채가 GDP의 60% 이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는데, 야당과 가장 심하게 부딪히는 지점이 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 쪽에서는 ‘경제가 어려우니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전체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국제사회에서 소위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서 재정이 작동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정이 건전해야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생기는 것이다. 재정을 엉망으로 해선 어떤 정책을 추진해도 국제사회에서 신뢰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와 관련해서는 “국제 수지가 어느 정도는 흑자가 되어야 한다. 당연히 외환을 쓰는 것보다 버는 것이 많아야 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기조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값이 상승함에 따라 이 수지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에너지가 한국 기업 수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계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의 에너지 수입 가액은 589억 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 무역 수지가 악화된 규모는 454억 달러다. 즉 에너지 수입 증가분이 제외됐을 경우 180억 달러 흑자를 보였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총리는 “이것이 현실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해 원전도 더 많이 활용을 했어야 했고, 또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발전 방식을 줄였어야 했다. 지나놓고 보니 당연히 그랬어야 했다는 것인데, 이런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에너지 수입이 8개월 동안 60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나고 무역 수지는 450억 달러 가량 적자가 났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7월까지 7개월 동안 우리 국제 수지는 흑자를 보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또 정부의 목표 중 하나는 국가 경제가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수지 흑자나 제조업 건전성도 오래 가지 못한다. 당연히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앞으로 수년 간의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들이 많이 있다”며 “우선 노동력, 금융 개혁이다. 노동 개혁이라는 것은 경제 활동에 노동력을 잘 공급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아마 외부 노동력도 포함돼야 될 것 같다. 앞으로 우리의 비자 체계 같은 것이 지금보다 훨씬  단순해질 것이고, 또 금융 개혁을 단행해 자본이 원활하게 벤처 또는 리스크가 많은 기업에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기초기술 쪽에 투자를 많이 하고 토지를 최대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다시 한 번 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총요소 생산성’이다. 국가에 기업이나 민간 노동자, 기업인들의 창의성이 발휘되고 있느냐 발휘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 후에 엄청난 차이로 돌아온다. 초기에는 무조건 노동을 많이 하는 방식으로도 국가가 발전하지만, 어느정도 수준에 오르면 그 이후부터는 자유와 책임을 같이 부담하는 체제로 발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위주의 체제하에 생산성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공정, 상식, 타협과 통합의 노사관계, 협치, 반부패, 전문성, 개방,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 특히 세계 6위 정도의 무역을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이것들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또 “다만 이는 국가의 영역이고,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지시는 것은 다섯 가지 미시 정책일 것”이라며 일자리, 주택, 교육, 의료, 은퇴 후 생활이 보장되는 연금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연금 하나로 이를 해결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 곳도 없다. 국민연금이 어느 정도의 소득을 보장해 주고, 나머지는 기업 연금이나 개인 연금 등 이중 삼중의 연금 체계가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자리의 경우 지금까지 정부 예산을 써가면서 일자리를 창출했다면 그 일자리는 생산적인 일자리는 아니라 생각한다. 민간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민간 주도 일자리 창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이 다섯가지를 위해서는 자유, 책임, 연대가 필요하다. 경제계에서는 민간주도 시장 경제를 추진하고 정부는 뒤에서 지원한다는 균형과 통합, 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말”이라며 “정부가 사회나 정치 영역에서의 균형과 통합을 위한 노력은 계속 하겠으나 저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이 여기에 힘을 실어달라”고 덧붙였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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