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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피임약, 불임 위험도 있는데…부작용 적다?병원 갈 시간 없는 여성, 피임약 선택권한 없어
정효정 기자 | 승인 2012.06.15 11:10

식약청이 발표한 의약품 재분류안에 여성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 쉽게 구입할 수 있던 사전피임약을 병원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 접근성이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호르몬 농도가 10~15% 높은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사후피임약을 자주 복용할 경우 불임 가능성도 높아진다.

피임약은 가임기 여성은 물론, 여행, 시험 등을 앞둔 여성들이 생리를 미루기 위해 복용하고 있어 안전성은 물론 접근성 등 다양한 방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의약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내 허가된 완제의약품 3만9천254개 품목 중 6천879개 품목에 대한 의약품 재분류 실시 결과 526개 품목을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의약품 재분류안에 따르면 사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사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된다.

식약청은 사전피임약의 경우 여성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고 혈전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반면, 사후피임약는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며 임상시험, 학술논물, 시판 후 조사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사전 피임제에서 문제가 되는 혈전증 등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사전피임약의 전문의약품 분류에 일반 여성 소비자들 역시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면, 인터넷에서는 정부의 사전피임약 분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직장을 다니는 여성의 경우 야근, 혹은 휴일 출근 시 병원을 찾을 시간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임신한 여성이 다니는 곳’이라는 산부인과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아직 남아 있어 의사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후피임약의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사후피임약은 호르몬 농도가 사전피임제보다 10~15배 높아 1회 생리주기에 1회만 사용해야 하지만 무분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고, 자주 복용하면 불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식약청의 발표만 놓고 보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사전피임약에 비해 안전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피임약 복용을 위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다는 김모씨는 “병원에서 사후피임약은 정말 피치 못 할 상황에서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자주 복용하면 불임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후피임제 오․남용 방지대책으로 식약청은 “청소년 등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토록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사후피임제가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은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피임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 역시 많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피임약을 검색하면 피임약에 대한 각종 질문들을 볼 수 있다. ‘언제 먹어야 하는 가’라는 질문부터 ‘어떤 피임약을 먹어야 하는지 알려 달라’는 질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때문에 피임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의 경우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사전피임약을 보다 단기간 복용하면 되는 사후피임약을 선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전피임제의 전문의약품 분류에 대해 여성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국여성민우회 등은 의약품 재분류에 대해 “경구 피임약(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재분류 하는 결정은 피임을 원하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전문의약품으로 분류 되면 앞으로 병원 처방을 통해서만 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낙태’에 대한 금지와 엄벌주의로 피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경구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여성의 임신결정권을 빼앗는 일과 다름없다”며 경구 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역시 8일 성명서를 통해 “40년 간 별다른 제재 없이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던 사전피임약을 이제 와서 부작용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전피임약은 1960년에 도입됐고 의약품 재분류는 1985년에 도입됐기 때문에 분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식약청 관계자의 궁색한 해명에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청의 의약품 재분류안에 대한 의료계와 약사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한의사협회는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해 “오․남용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대한약사회는 “사전피임약은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에서 사용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며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국민의 편의성을 무시하고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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