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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AI활용 혁신신약 개발 잰걸음...정책 지원은 ‘미진’
한고은 기자 | 승인 2022.09.15 18:28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제약업계가 AI기술을 보유한 전문업체와 협력하는 등 신약 개발 효율성 제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제약업계의 AI신약 개발 현황은 주요국과 비교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진제약, 심플렉스와 AI 신약개발 공동연구 협약

삼진제약(대표이사 최용주)은 지난달 23일 국내 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업 ‘심플렉스(대표이사 조성진)’와 ‘AI 신약개발 공동연구’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삼진제약은 이번 협약으로 현재 검토 중에 있는 복수의 약물 타깃을 ‘심플렉스’에 제안하게 되며, ‘심플렉스’는 자사의 ‘Explainable AI(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CEEK-CURE’를 적용, 개발 가능성 높은 후보물질을 순차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심플렉스’가 발굴한 후보물질을 삼진제약이 검증하고 상용화에 필요한 절차들을 진행하게 되며 도출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양사 공동 소유, 상용화에 필요한 ‘실시권’은 삼진제약이 독점적으로 보유한다.

JW중외제약, 랩터 AI로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JW중외제약도 올해 3월 AI 신약개발 벤처기업 온코크로스와 인공지능(AI) 기반의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온코크로스의 AI 플랫폼인 ‘랩터(RAPTOR) AI’를 활용해 JW중외제약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신규 적응증을 탐색하고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게 된다.

‘랩터(RAPTOR) AI’는 신약후보물질이나 기존 개발된 약물에 대한 최적의 적응증을 스크리닝하는 R&D 플랫폼으로 임상 성공 확률을 높여주고 개발 기간을 단축시켜준다. JW중외제약은 앞으로 자체 신약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텍들과의 연구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SK케미칼, 양자 역학 기술 기반 AI신약 개발 협업

SK케미칼(대표이사 전광현 사장)은 지난 4월 양자 역학 기술 기반 AI신약 개발 업체 인세리브로 (대표이사 조은성)와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인세리브로는 양자역학 기반 분자 모델링 기술과 AI 플랫폼을 바탕으로 특정 질환에 대한 신약 선도·후보 물질을 도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SK케미칼은 인세리브로가 도출한 후보물질에 대한 초기 약효평가에서부터 비임상, 임상 등 후보물질의 검증 전반과 신약개발의 인허가, 생산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인세리브로는 고려대학교 생명정보공학과 조은성 교수가 창업한 기업으로, 조 대표가 미국슈뤼딩거 (Schrödinger) 재직 시 개발한 분자 모델링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한 독자 플랫폼 ‘MIND’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AI 신약 개발 업체와 달리 ‘양자 역학’ 기술을 적용해 후보물질의 약물 친화도와 적중률을 한층 높여주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차별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MIND’는 인공지능과 분자모델링을 결합한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분자모델링 기술 ‘QM/MM 도킹(docking)’, ‘워터 파마코포어(Water Pharmacophore)’를 바탕으로 AI가 능동 학습을 진행하는 등 분자모델링 기술과 인공지능이 유기적으로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형태다.

‘QM/MM 도킹’ 기술은 분자 도킹 모델링을 양자역학 방식으로 계산, 기존 양자 차원의 현상을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까지 분석해 정확한 예측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도킹 모델링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이용하여 약효를 갖는 화합물이 어떠한 형태와 구조로 결합하는지 예측하는 기술이다.

한국 AI 활용 신약 경쟁력, 주요국과 격차 극심

이처럼 업계는 개발에 착수하는 상황이나 한국의 제약산업 경쟁력이 주요국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창출이 가능한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기술에서 주요국과의 경쟁력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 한국과 주요국 간 신약 개발현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신약 개발 기술이 부족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형 맞춤 정책지원 및 신약 개발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주요 경쟁국 대비 신약 개발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신약 개발 기술수준은 최고 선두주자인 미국의 70% 정도에 불과하며, 약 6년 정도 뒤처져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 투자를 시작한 중국도 미국 대비 75% 수준으로 한국보다 높은 신약 개발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신약 개발 관련 일본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초과학 분야에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기초과학 분야 강국이며, 제약산업 기반인 생리의학 분야에서 역대 노벨 수상자를 5명 배출하였다. 또한 일본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의료기반법을 제정해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적극 지원 중이다.

중국은 다국적 제약기업의 중국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현지 다국적 제약회사와 설립한 합작법인의 중국 측 지분이 51% 이상일 경우 자국 의료데이터를 전면 개방하여 신약 개발과정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는 신약 개발 시 의료 빅데이터를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10억 명 이상의 시민으로부터 데이터를 원활하게 수집할 수 있는 중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의료데이터 개방 정책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중국으로 진출 시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강국인 미국은 국가 차원의 AI 신약 개발 지원을 바탕으로 현재의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개발과정에서 미국은 AI·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에는 평균 10.7년이 걸리던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시키는데(모더나 11.4개월, 화이자 10.3개월) 성공했다. AI를 활용한 백신 개발 경험은 과정이 유사한 신약 개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2017년 1월부터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제약사 등이 참여하여 AI 신약 개발 프로젝트인 ATOM을 시작했다. 민간에서도 구글이 거대 제약사 사노피와 함께 2019년 9월부터 AI 신약 개발을 위한 Innovation la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럽에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제약 산업 강국이 다수 포진해 있다.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1개 기업의 매출 규모가 한국 100대 제약사의 총 매출액보다 높다. 특히, 제약 강소국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의2021년 매출액은 690억 달러로 한국 100대 제약사 총 매출액(254억 달러)의 2.7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AI‧빅데이터 활용 융합형 전문인력 확보 및 정책 지원 필요

식약처에 따르면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에서 15년이 소요되고 약 1~2조 원을 투자해야 하며 후보물질 발굴에만 10년이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AI를 활용할 경우, 신약 개발기간은 평균 3~4년으로 단축되고, 개발 비용도 6,000억 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알려진다.

AI가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AI는 인간 수십 명이 수개월 동안 1,000여 편의 논문을 읽어야 겨우 10여 개를 찾아낼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단 하루 만에 찾아내기도 한다.

2020년 초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개인정보 처리 방식으로 가명처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정부는 올해 6월 보건의료데이터 정책심의위원회에서 임상데이터 네트워크(K-CURE)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이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양질의 의료데이터에 AI·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하여 신약 개발 시간 및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야 한다. 이를 위해 AI·빅데이터 기술을 갖춘 동시에 신약 등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융합형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미국 FDA와 같이 의료 심사인력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신약 개발과정에서 과학기술·규제 자문 지원, 신약 심사 및 허가 소요 기간 단축 등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확인했듯 우수 전문인력과 AI·빅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상당한 시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최대 강점인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원활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빅데이터·의료 융합형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맞춤형 정책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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