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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희 사진작가 "바다에 담은 유년의 그리움...사진 통해 노스탤지어 풀어내"인사동서 개인전 개최 "사진은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한지안 기자 | 승인 2022.07.25 16:45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바다에는 고향이 있고 유년의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는 작가는 추억을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렌즈에 필터를 끼우고 장노출 기법을 사용해 오랜 시간 인내심을 들여 작품을 만들어냈다. 원하는 풍경과 날씨를 찾아 수차례 바닷가를 오가고, 직접 렌즈 앞에 서서 과거의 기억 같은 이미지를 담아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의 피사체가 된 바다는 작가에게 ‘누구나 마음에 꿈꾸는 노스탤지어의 대상’이다. ‘방죽 길 위에서 바라보았던 드넓은 바다, 늦은 오후 바위에 앉아 함께 부르던 노래, 봄 언덕 위에서 보았던 푸른 들판, 지치고 힘든 일이 생길 때 마음에 평온을 주는’ 장소들이기도 하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여름 오전,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여성소비자신문이 신숙희 작가를 만나봤다.

“언론활동 하던 중 사진에 관심 가져...스스로의 마음 표현하는 방법”

작가의 고향은 바다가 아름다운 전라남도 고흥군이다. 신숙희 작가는 이화여대 의류 직물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귀국 후 한국의 양성불평등 문화를 체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사여성주간 우먼타임스를 창립했다.

‘당당한 여성, 양성 평등한 문화, 함께 가는 공동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언론 활동을 하며 처음 사진을 접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강의에 나서던 중 휴식기를 갖게 됐을 때 사진촬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신문사 운영 당시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있었다.

“신문사 사진기자들은 주로 사회면에 들어가는 사진을 촬영한다. 그런데 저는 문화면에 들어갈 만한 포근한 사진이 좋았다. 당시 사진 기자들에게 계절에 맞는 사진도 찍고 사랑이 머무는 따뜻한 곳을 찍어오라고 지시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나라면 이런 사진을 좀 찍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인생의 중반부는 사회 공헌을 위해서 열심히 뛰었으니 후반부는 내가 기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진이라는 것이 스스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 시간이 저는 참 기쁘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풍경 사진이고, 몰입하고 공부하는 것도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그래서 이런 주제로 개인전을 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어려서 살았던 바닷가 뒷동네 닮은 풍경’ 찾아

“제가 어려서 살았던 바닷가 뒷동네가 이렇게 생겼었던 기억이 많다. 친구들과 숨바꼭질하고 놀았던 곳, 고향도 다 없어져 버렸는데 경주 감포 쪽에 아직 이렇게 남아 있었다”, “이곳은 목포의 논골담이라는 곳인데 찻길도 없고 샛 길만 있다. 사람들이 잘 몰라 다니지 않는 뒷산에 올랐다”...신숙희 작가는 매 사진 앞에서 어떤 기억을 담았는지 설명했다.

해변가에 놓인 빨간 바구니에는 어려서 먹었던 고둥의 추억을 담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직접 고둥을 잡았다고 했다. 밤 바다를 비추는 가로등 아래서는 친구들과의 추억을 촬영했다.

신숙희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2년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른 오전의 바다를 장시간 촬영해 날이 더워지면서 올라오는 해무를 찍고, 서해안과 동해안 바닷물의 빛이 달라 원하는 풍경을 찾아 여러 곳을 돌았다는 설명이다.

날이 맑아 바다가 너무 잔잔하면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기도 했고, 오랜 시간 공들여 촬영한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다시 촬영하기 위해 수차례 같은 곳을 오갔다.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는 안 그랬지만 전시를 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정한 주제에 맞는 사진을 생각하게 되더라. 노스텔지어라는 주제를 정하고 2년 동안 내내 이 주제에 맞는 장소를 먼저 찾게 됐다. 그 장소에서 어떤 기법으로 촬영해야 내 주제하고 어우러지는 사진이 될까를 고민했다.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작품을 봐야하느냐고 물으면 저는 우선 작가 노트를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사진을 찍었는지 이해하고 사진 속에 담긴 스토리를 공유하면서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바다의 차가운 색감을 따뜻한 풍경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특수한 기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부서지는 포말을 부드럽게 담기 위해 장노출을 선택했고, 후보정 과정에서 포토샵을 이용해 유화로 그려낸 듯한 효과를 줬다.

“사진을 촬영한지 10년 남짓 됐지만 과거에 찍었던 사진 중에 뽑아서 전시를 할 수는 없었다. 주제에 맞춰서 집중적으로 새로 작업했고, 포토샵 프로그램의 수백가지 필터 중 주제를 드러낼 만한 것을 선택해 여러 가지로 활용했다. ‘단독으로 작품을 걸어놓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보게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하는 고민을 했다. 개인전을 준비하는 2년 동안에 저 스스로 책임감도 생겼고 여러 공부를 한 것 같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들 향한 조언 “매순간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해야...재미있는 일 해야”

한편 신숙희 작가는 언론인, 교수, 사진작가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변화를 거친 인물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면 한 가지에 몰두하는 성격이라고 그는 말했다.

“신문사를 운영하던 당시에는 하루를 25시간처럼 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 양성평등 의식이 낮던 시절 우먼타임스는 여성지 가운데서도 높은 구독률을 기록하며 여성이슈를 화두에 올리는데 일조했다. 

후배 여성들을 위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매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이 최선일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누워서 영화 보는 것이 그 순간의 최선이다.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근육 운동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아령을 들고 운동하기도 하고. 내가 필요해서 하는 것, 떠밀려서 하지 않는 것. 이런 것이 삶을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틈을 낼 시간은 항상 있더라. 그래서 그 시간에 ‘재밌는’ 걸 하는 것 같다.

집에 있다가 심심하면 운동도 하고, 부엌에 가서 요리도 하고. 신문 하던 시절 하루를 25시간으로 살아도 모양을 내고 싶어서 백화점 기웃거리는 시간, 동대문 시장에 옷 사러가는 시간들은 항상 있었다. 패션을 공부해서 그런지 꾸미는 것, 화장하는 것도 좋아해서 혼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것이 재밌다. 그런 게 삶의 즐거움인 것 같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그는 앞으로 새로운 사진을 촬영해볼 계획이다. “최근에 들어와서 이런 사진을 좀 찍었는데(작가는 휴대폰에 저장한 흑백 사진 파일을 보여주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더라. 바다이기는 한데 장노출에 흑백이다.

흑백 사진의 묘미는 작품의 뒷면을 연상 해보게 된다는 점이다. 컬러 사진이 한번에 모든 것을 드러낸다면 흑백은 ‘원래는 무슨 색이었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다음에는 흑백 사진을 찍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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