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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의 4분의 1’ 포기한 정몽구 회장…책임회피
고승주 기자 | 승인 2014.02.24 11:15
[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굵직한 사업이 끝나 현대차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일각에선 대외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내달 14일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의 후임으로 강학서 재경본부장(부사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겠다고 21일 공시했다. 정 회장은 다음 달 현대차와 현대제철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나, 이중 현대차에만 임기연장신청을 냈다. 정 회장은 지난 2005년 3월부터 9년간 현대제철 등기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해 고로 3호기가 완공돼 연간 240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고, 현대하이스코 냉연 부문이 합병돼 자동차 부문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며 “회사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강 재경본부장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하게 됐다”고 전했다.
 
실질적인 법적책임 회피
 
재계 일각에선 정 회장이 지난해 잦았던 인명사고와 올해부터 공개되는 고액연봉에 대한 대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19일 오후 5시 10분께 현대제철 당진공장 슬러그야드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김모 씨가 냉각수 수위를 점검하던 도중 실족해 섭씨 70~80도 정도의 냉각수에 빠졌다. 이 사고로 김 씨는 전신에 1~2도 화상을 입고 23일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앞서 다수의 인명 피해로 고용노동부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지정돼 노동부 감독관이 파견돼 상시 감시하는 등 특별관리가 이뤄지고 있었으나, 이날 사고는 감독관이 출근하지 않는 휴일에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6일엔 협력업체 직원이 고로 보수 작업을 마친 뒤 의식을 잃고 쓰려져 숨졌으며, 12월 2일에는 지붕 안전진단을 하던 노모 씨가 추락사했다. 11월엔 공장 내 발전회사 현대그린파워에서 가스 누출 사고로 1명이 숨졌고, 10월에도 건설현장 8층에서 보수작업 중이던 작업자의 안전띠가 끊어지면서 추락사했다.
 
5월엔 제강공장 전로3호기에서 작업자 5명이 아르곤 가스 누출로 질식사했고, 3월에도 고로에서 작업자가 사망했다.
 
지난 7일 헬기를 타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불시점검에 나선 정 회장은 “재해사고가 또 다시 벌어지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을 내리겠다”고 경고했지만, 노동계에선 정몽구 식 밀어붙이기 경영이 3호기 가동을 앞당기기 위해 주말, 심야작업까지 강행하게 해 사고를 일으켰다며 비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사고가 벌어지면 정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항상 제기돼 온 만큼 책임 회피를 위해 물러난다는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의문의 초점은 책임여론과 무관하다는 반박도 있다. 
 
등기이사는 회사의 최고책임자로 법적 사안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해 대형마트의 갑을문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의혹으로 국정감사마저 제기됐을 때 이마트의 정용진 부회장, 홈플러스의 이승한 회장, 롯데마트의 신동빈 회장이 연달아 소환된 것이 그 예다. 이후 이들 회장들은 전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거나 아예 사임했는데, 등기이사로서의 법적 책임에서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대제철의 연달은 인명사고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최고 책임 역시 등기이사에게 있으며 현대제철의 수장인 정 회장 역시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제철은 포기해도 차는 못 했다
 
지난해 1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바뀐 것도 정 회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상장사 등기임원의 보수는 모두 공개된다.
 
정 회장은 상장사 이사로 등기되지 않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달리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파워텍에서 상근이사로, 현대건설과 현대NGB에서 비상근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에선 비상장사인 현대NGB를 제외하더라도 정 회장이 국내 연봉 1위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 회장은 현대제철을 빼더라도 5개 회사에서 연봉을 받고 있으며, 그중 가장 고액을 지급할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자동차 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한 상태다”며 “현대제철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고 전했다.
 
2012년 기준 현대제철 등기이사 4명의 연봉합계는 69억300만원이며, 1인당 평균 지급액은 17억2600만원이었다. 
 
현대자동차는 등기이사 4명에게 91억9600만원, 1인당 22억9900만원을, 현대모비스도 등기이사 4명에게 61억6700만원, 1인당 16억3000만원을 지급했다. 
 
현대건설은 등기이사 3명에게 22억9800만원, 1인당 7억6600만원을, 현대파워텍은 등기이사 4명에게 19억3000만원, 1인당 4억8200만원을 연봉으로 줬다.
 
이들 5개사 연봉액에서 현대제철의 비중은 25%나 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보다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 등기임원직은 유지했다”고 전했으나, 현대차 등기이사직과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은 무게가 다르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의 실적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북미와 중국, 남미, 동남아 시장에서 미국 3대 자동차, 일본 3대 자동차, 독일 폴크스바겐 등 쟁쟁한 업체들과 경쟁 중이다. 
 
아들 정의선 부회장에게로 승계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 회장이 현대차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 즉각 현대차그룹 전체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외신과 시장 분석가들은 총수의 결정권 비중이 높은 한국기업 특성상 총수 리스크는 항상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 회장의 현대차 등기이사 문제는 고액연봉 비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문제인 셈이다.
 
한편 내달 주주총회에서 강 부사장의 등기선임안이 통과되면 현대제철의 등기임원은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박승하 부회장, 우유철 사장, 강학서 부사장 등 4명이 된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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