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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현대엔지-엠코 합병의 네 가지 묘수최종 승계까지 앞으로 7조원
고승주 기자 | 승인 2014.01.22 15:05

[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의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은 기존의 일부 관측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애초 현대엠코는 현대건설과 합병될 것으로 점쳐졌으므로 정몽구 회장이 대(大)보다 소(小)를, 모험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셈이다. 여기엔 장남 정의선 부회장의 불안한 위치가 반영돼 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등 경영일선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 지분이라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대차 직접 지배, 승계와 지배구조 위한 최소 자금은 10.5조원
2단 합병 후 우회 상장은 정 부회장 지분가치 극대화 전략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정의선 부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자산은 총 3조553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부회장(2조6070억원)보다도 9460억원이나 더 많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 부회장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도 현대차그룹의 지배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 
 
두 재벌 모두 처한 상황은 비슷하다. 전자와 자동차라는 주력부문에 대부분의 계열사가 연관돼 있고, 주가가 너무 높아 총수일가가 단번에 지배하기에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두 기업의 승계 방식은 정반대다. 
 
삼성은 주력 삼성전자를 삼성생명이, 삼성생명을 삼성에버랜드가 지배하고, 이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이 부회장이 올라섬으로써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한다는 전략을 짰고 현재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비상장 회사를 설립하고, 일감몰아주기와 합병 등으로 이 비상장 회사들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켜 그 회사의 주식으로 현대차 순환출자를 구성하는 3대 주력 계열사 중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여 직접 ‘지배’한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략을 통해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순의 순환출자 고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이 보유한 회사주식은 건설사 현대엠코(25.06%),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31.88%), 광고대행사 현대이노션(40.0%)으로 각각 3000~5000억원, 2조7000억원, 5000억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추산된다. 
 
엔지-엠코 합병,
승계 가시밭길 우회로
 
현대와 삼성과의 비교는 정의선 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 얼마나 힘겨운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돈은 4조6200억원이다. 이 돈은 승계 최단 코스인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매입할 돈에 불과하다. 정부의 본격적인 규제를 앞둔 순환출자를 해결하기 위해선 추가로 1~2조원의 여윳돈이 더 필요하다. 나중에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6조6000억원~7조원 규모의 주식을 물려받으려면 양도세 50%를 적용하면 추가로 약 3조~3조5000억원의 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시간은 없다. 아직 정 회장(77)은 정정한 모습이지만, 점차 연로해지고 있으며 정부의 순환출자 규제는 코앞까지 닥쳤다. 
 
그럼에도 현대엠코를 현대건설이 아닌 현대건설의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시킨 것은 느리지만 확실한 발판을 딛고 나가겠다는 정 회장 부자의 신중함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현대엠코의 규모는 자산 1조7423억에 누적매출 2조4454억원이었다. 현대건설은 자산 14조1401억원에 누적매출 9조8668억원을, 그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산과 누적매출은 각각 2조3500억원, 1조8338억원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직전, 언론에서 제기된 것은 현대건설-현대엠코 합병론이었다. 비상장사 현대엠코를 상장사인 현대건설과 합병하게 되면 우회상장으로 인한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당시 현대건설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현대건설-엠코가 합병할 경우 정 부회장 지분상승을 위해 현대엠코엔 유리하게, 현대건설엔 불리하게 합병될 가능성이 높았다. 현대차그룹은 추가 리스크를 우려하는 채권단에게 2년 동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후에야 2011년 4월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었다.
 
이 약속은 1월 16일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을 결정하면서 부분적으로 깨졌다.  도덕적인 관점을 배제한다면 상당한 묘수로 파악된다.
 
첫 번째 묘수는 기간이다. 올 2월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그룹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 재벌의 경우, 총수일가가 상장사의 30%, 비상장사의 20% 이상의 지분을 초과 보유할 경우 과징금을 맞는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비율 1대 0.18에 따라 정 부회장의 합병법인 예상지분은 11.7%가량으로 부과기준을 가볍게 회피한다.
 
두 번째 묘수는 2단 합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규모가 서로 비슷한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를 합병해 가치를 상승시키면서 과징금 부과 한도인 19.99%까지 정 부회장의 지분을 늘린 후, 상장사인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을 하면 그 합병 시너지는 현대엠코-현대건설 1단 합병을 훨씬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세 번째 묘수는 세금이다. 일감몰아주기 비중이 총 매출의 30%이상 초과분에 대해 법인세보다 세율이 높은 증여세를 물렸던 것을 올해부터는 15%이상 초과분으로 규정을 강화했다. 2012년 기준 현대엠코의 일감몰아주기 비중은 64.1%인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비중은 4%에 불과하다. 둘을 합치게 되면 37.6%로 비중이 낮아진다. 
 
네 번째 묘수는 현대건설의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투자자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 밑에 들어가고 이 합병법인이 현대건설 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렇다고 해도 합병법인에 대한 현대건설의 지분(38.6%)의 가치가 다소 희석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 법인의 정 회장 일가와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46.9%나 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소한 현대건설과 엠코 간 합병처럼 엠코의 우회상장으로 인한 추가 희석폭은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서 그 증거를 찾아볼 수 있는데, 지난해 11월 현대건설-엠코 합병설 이후 26.65%에서 지속적인 매도로 떨어지던 외국인 지분율은 14일 합병 검토 공시 당시 24.73%로 떨어졌다가 합병 결정이 난 16일 24.59% 지점에서 하락세를 추스렸다. 
 
배보다 배꼽 큰 지주회사
 
현재 추가적인 예측으로는 지주회사 설립이 있다.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가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과 투자를 나눠 인적분할하고 지분은 3자 배정 유상증자와 주식교환 등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이 해당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회사규모가 작아지면 법인세 부담도 줄고 상대적으로 주식가치가 적은 홀딩스 지분만 매입하면 돼 승계부담도 줄어든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시 금산분리법으로 인해 중간 금융지주사가 하나 필요하다. 이 경우 부담 비용은 막대하다. 장기적으로는 고려할 수도 있지만, 당장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투자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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