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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터지는 에어백, 속 터지는 법(法)수출용 자동차는 ‘왕’ 내수용은 ‘봉’
고승주 기자 | 승인 2014.01.22 14:59
[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2012년 연비과장사태, 2013년 에어백 미작동 등. 현대차와 관련, 내수와 수출용 차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도 문제지만, 이를 방관하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 제도가 허술한 틈을 타 기업이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선 판매금지된 디파워드 에어백, 국내선 버젓이
년식 바뀌어도 하지 않는 자동차 안전검사, 생명 문제인데…
 
지난 7월 충북 충주 왕복 4차선 도로에서 현대 투싼이 인도 턱에 부딪힌 후 측면이 바위에 부딪히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차량에는 전면, 측면, 커튼 각 지점에 에어백이 장착돼 있었지만, 단 하나의 에어백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 사고로 숨진 20대 운전자의 유족은 현대차 측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정상이라며 당당하게 대응했다. 
 
2010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총 81건의 현대차 에어백 오작동 불만제보가 정부 당국에 제기되었으나, 회사나 정부 당국이 문제점에 대해 조치하려는 모습은 취한 적이 없다. 독일의 명품차나 다른 국내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반면 해외의 사례는 다르다. 지난해 7월 미국 버지니아 주 플러스키 법원에서 제기된 재판의 모습은 다르다. 법원은 현대차에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아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운전자에 159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옵션으로 전락한 안전
 
이런 차이가 난 이유엔 ‘법’이 있었다.
 
미국은 1960년대 에어백 작동에 관련된 기준을 마련했다. 충돌 시 22km에 달하는 ‘힘’이 발생하면 작동을, 12km 이하에선 작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자동차 관리법과 각종 부속법 어디에도 에어백 작동 조건에 대한 법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안전 규정에도 안전띠만 의무가 되어 있을 뿐, 에어백은 순전히 옵션에 맡기고 있다. 
 
이러다 보니 현대차에선 미묘한 에어백 작동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30km의 ‘속도’에서 차량 전방 양 측면에 부착된 센서에서 입사각 30도 내에서 부딪혀야만 작동한다.
 
이 조건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닌데, 질량이 다른 두 물체가 충돌했을 때 부딪힌 ‘속도’가 같다고 해도 ‘충격량’은 질량이 작은 쪽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같은 30km라고 해도 소형차에 부딪히는 것보다 굴착기에 부딪히는 것이 더 큰 충격을 받는 것이다. 
 
미국이 조건으로 내세운 ‘힘(물리량)’은 바로 이 충격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고 시 작동 범위를 넓히지만, 현대차의 ‘속도’ 기준은 보호 범위를 좁힌다.
 
관점에 따라서는 현대차가 에어백을 터트리지 않으려는 인상까지 받는데, 실제로 국내 장착된 ‘내수용’ 에어백은 위험할 수 있다. 
 
에어백 기술은 다양한 체구의 사람들이 에어백에 얻어맞아 일어나는 부상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1세대 에어백은 충돌 시 에어백 내 장착된 압축가스의 폭발로 1000분의 1초 단위에서 부풀어 올라 승객을 좌석에 ‘끼워’ 보호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체구가 작은 성인이나 아이들은 좌석과 에어백 사이에 끼워지지 않았고 부풀어 오른 에어백에 부딪혀 뇌진탕, 심지어 경추골절이라는 중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제조사들은 작동 시 팽창력을 줄여 충격을 완화하는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을 만들었다. 하지만 1000분의 1초 단위라는 팽창속도엔 변함이 없었고, 여전히 에어백에 얻어맞는 부상은 줄지 않았다. 미국은 이 디파워드 에어백을 금지시키고 최신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최신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은 충돌속도와 승객의 위치와 체격을 고려해 에어백의 팽창력을 최대 2단계로 조절한다. 값도 디파워드에 비해 최소 30%이상 비싸다. 현대차는 한술 더 떠서 ‘안전은 옵션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광고를 내보내고 기본 사양에도 다수의 부분에 4세대 에어백을 장착한다. 
 
반면 현대차는 내수용은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을 쓰고 있다. 그나마도 운전석을 제외하고는 옵션이다. 다만 디파워드 에어백의 특성을 볼 때 안 터지는 게 더 안전해 보이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기준도 보상도 없다
 
법 없어 서러운 것은 연비과장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연비엔 공연비와 실연비가 있다. 공연비는 정해진 기준하에 측정하는 공인연비, 실연비는 소비자 체감 연비를 말한다. 실연비는 어떤 공식적인 값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 공인연비는 최대한 실연비를 따라가려 한다. 그리고 다수의 전문가는 실연비 반영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로 미국을 꼽는다.
 
현대기아차 연비사태의 핵심은 회사 측의 공연비가 실연비 반영수준이 높은 미국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던 탓이다. 현대차는 고운 아스팔트 길에서 측정했지만, 미국에선 거친 시멘트 길에서 측정할 것을 요구했다. 
 
국내엔 미국처럼 노면저항계수까지 따지지 않는다. 최근엔 기준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정확한 측정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소비자 불신이 높다.
 
양국의 다른 기준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현대기아차는 북미에선 2012년 연비과장문제에 대해 즉각 언론을 통해 사과문을 올리고, 지난해 소비자들에게 4200억원의 배상금과 연간 860억원의 유류비 지원을 결정했다. 반면 국내 소비자들은 소송을 걸었지만,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1심서 패소했다. 
 
안전을 둘러싼 제도적 차이는 안전도 테스트에서도 발견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은 지난해부터 차바퀴가 들어가는 휠하우스 등 전면의 25%만 충돌시키는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시행했다. 실제 사고상황에선 차량 측면 일부만 충격이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차량 전면의 40~50%를 부딪치는 기존의 일반 오버랩 충돌 시험에서 거의 만점을 받았던 것도 이유로 꼽혔다.
 
결과는 놀라웠다. 기존 실험에서 거의 만점을 받던 쏘나타,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K3, K7 등이 낙제점을 받았고, 유럽차, 미국차들도 줄줄이 떨어졌다. 국내 당국 관계자들은 스몰 오버랩 테스트의 실효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언제 국내 도입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국내 안전도 검사가 뒤떨어졌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신차만 검사할 뿐 연식이 바뀌어도 재검사를 하지 않는다. 미국은 연식이 바뀌면 무조건 검사를 하는데 쏘나타와 아반떼 등 일부 모델은 안전도 검사에서 떨어져 재검사를 받은 예가 있다.
 
당국 관계자는 “안전도 검사를 할 때마다 차를 사서 충돌검사를 해야 하는데 전 차종을 연식마다 검사하면 돈이 많이 들어가서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꼭 미국을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지만, 국내는 안전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엄격한 기준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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