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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 "학동 붕괴사고는 인재...무단구조변경, 물탄 콘크리트, 감리 소홀 탓"현산 "학동 건물 붕괴 조사 결과 못 믿어"…추가 감정 신청
한지안 기자 | 승인 2022.03.15 17:17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무단 구조변경, 콘크리트 물타기 등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구조 안전성 검토 부실, 콘크리트 시공품질 관리 부실, 시공관리·감리기능 부실 등 총체적 부실로 발생한 인재"라는 분석이다.

김규용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충남대학교 교수)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애초 기본 설계도면에는 39층과 38층 사이에 슬래브가 이중구조로 돼 있으나 슬래브 간격이 작업자가 들어가서 작업을 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며 "원래는 재래식 거푸집 공법으로 수행하도록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해 공법 변경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 구조 상태가 변경되는 만큼 구조안전성 검토 및 감리 승인 절차가 있어야 했으나 누락됐다는 지적이다. 또 기존 설계에는 없었던 PIT층 콘크리트 가벽이 설치되면서 PIT층 바닥 슬래브 작용하중이 추가됐고, 지지방식 변경으로 하중은 중앙부로 집중됐다고도 분석했다.

동바리를 조기 철거한 점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39층 콘크리트 타설 시점엔 어떤 이유로든 동바리가 제거되면 안 된다"며 "작업 편의성을 위해 가설재를 인입구로 활용하려고 철거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구조적 위험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강도도 부족했다. 조사위가 구조물 코어를 채취해 시험한 결과 표준공시체의 강도는 기준 이상으로 합격점을 받았으나, 코어공시체의 실제 강도는 설계기준 대비 60% 내외로 불합격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이를 제조 및 타설 단계에서 콘크리트에 물을 탔기 때문으로 유추했다. 콘크리트 반죽을 고층까지 쏘아 올릴 때 점성이 크면 압송 장비에 부하가 많이 걸리고 타설 속도가 늦어지는데, 공기를 단축하고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물을 탔다는 추측이다.

김 위원장은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압송하는 과정에서 작업의 용이성을 위해 가수를 하지 않았나 싶다. 물을 더 타게 되면 작업하기는 좋지만 강도를 떨어뜨리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며 "레미콘에는 화학적 결합량이 정해져 있어 물을 추가하게 되면 절대적으로 강도가 떨어지게 돼 있다"고 했다.

이어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초공사 단계에서 공사기간이 약간 길어진 요인은 있었다"며 "복수의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또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감리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감리 당시 관계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이 필수가 아닌 권고사항이다 보니 건설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구조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설계를 임의 변경한 책임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을 받은 재하도업체 가현건설 양측 모두에게 있다고 봤다.

국토부는 이달 내로 HDC현산 등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광주경찰청 신축아파트 수사본부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사상·건축법·주택법 위반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공사현장 안전관리책임자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본부는 사전 협의를 마친 검찰이 수사서류를 토대로 14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7일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이들 구속영장이 청구된 5명은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정 전반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현장 노동자 6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다만 이들은 주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골조 하청업체 관계자, 현장 감리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사고직후 꾸려진 수사본부는 강력범죄수사대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구성됐다.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고원인 및 책임자 규명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아파트 인허가 비리 유무·불법 하도급 여부를 위해 각각 조사중이다.

이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4일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현수 부장판사)에서 진행된 제 17회 공판에서 "정부 기관의 붕괴 원인 조사 결과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토부는 '붕괴 직전에 건물 1층 보·슬래브가 무너지면서 지하층으로 토사가 급격히 유입됐고, 이 충격으로 건물이 도로 쪽으로 한꺼번에 쏠렸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날 법정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시공업체(현대산업개발), 하청·재하청 업체(㈜한솔·백솔) 관계자와 감리 등 7명에 대한 제17회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붕괴 전날까지 살수 장비가 4대만 이용됐다가 당일 8대가 동원된 점, 최소치로 측정해도 물이 97t가량 뿌려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토대로 "과다 살수가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현대산업개발 변호인은 "흙더미에 살수량이 가해진 하중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공기 중 기화와 바람에 흩날린 물의 양, 장비에서 흘러내린 물의 양 등을 고려하면 과다 살수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살수가 흙더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등 정부 기관이 감정한 결과가 타당하지 않다"며 재판부에 추가 감정을 신청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그러면서 "자체 시험 결과 흙더미를 쌓는 과정(하중 16배 증가)에 이미 1층 보·슬래브가 파괴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과다 살수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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