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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는 소비자vs배부른 통신업체들알고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핸드폰 가격 거품의 실체
심창우 기자 | 승인 2013.12.26 14:01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증가하면서 핸드폰 단말기 관련 소비자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중 소비자들이 가장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높은 단말기 가격이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들의 경우 출고가가 100만원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 등을 높은 단말기 가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말기 가격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통해 단말기 가격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계산대로 단말기 가격이 내려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통신사와 제조사 사이에서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통신비 부담 가중 요인은 통신사와 제조사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올해 9월 기준으로 약 3600만 명에 이르렀다. 2013년도 우리나라 인구가 약 5100만 명이라는 통계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3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스마트폰과 관련 소비자들의 불만도 끊이질 않고 있는데, 단연 부각되고 있는 것은 핸드폰 단말기 가격이다. 더욱이 최근 출시된 신제품들은 고사양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출고가가 100만원을 웃돌아 소비자들은 이른바 초고가 핸드폰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문제는 단말기 출고가가 100만원이나 해야 하냐는 점이다. 국내 출시 핸드폰은 대부분 통신사가 제조사로부터 공급을 받아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이 시장조사비, 매매유통비, 지상파 광고비 등의 마케팅 비용 부담을 비싼 핸드폰 단말기를 사는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강동원 의원은 “삼성 갤럭시 노트3 같은 경우 부품 값 원가가 25만원인데, 국내 출고가는 106만7000원이다”며 “부품 값을 제외한 81만7000원 속에는 마케팅 비용과 회사의 이윤이 포함돼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높은 가격 탓에 가계통신비 부담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인데, 제조사에서 내놓은 단말기 값이 문제라면 단말기 유통을 분리해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유도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도 속사정은 존재한다.

과거 통신사 중심 유통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현행 유통 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바꾼다고 하더라도 3만 여개가 넘는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 중 영세한 자영업자의 대부분은 고사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팬택, 외국계 제조사 등이 전국 유통망을 갖추는데 필요한 비용과 시간도 먼저 선결돼야할 요소이다. 이 때문에 제조사와 통신사 사이에 끼어버린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비용을 떠안게 됐고,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2인 이상 가계에서 연간 부담하는 휴대폰 단말기 대금은 약 190만원에 달했다. 2인 이상 가족이 매년 고급 냉장고나 TV 값에 해당하는 가격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결과다.

이와 관련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중요한 요인에는 통신사의 뒤에 숨어 고가의 단말기 판매를 통해 높은 영업이익을 취한 제조사에게도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단통법’으로 스마트폰 가격 낮출 것”

이처럼 스마트폰 출고가격이 10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발생하다보니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여러 곳의 대리점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다니는 소비자들이 많다. 조금이라도 싸게 구매하려고 발품은 파는 것인데, 기대와는 달리 ‘약정할인’, ‘실구매가’, ‘보조금 최대 지급’ 등의 용어와 판매자들의 현란한 언변술 앞에 실제로는 비싼 스마트폰을 싸다고 착각하고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더욱이 단말기 출고가와는 상관없이 소비자가 지불하는 실질적인 단말기 가격인 할부원금은 통신사와 제조가사 지급하는 각종 보조금과 엮여 시기에 따라 계속 달라져 가격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킨다.

이에 정부는 보조금 경쟁의 난립을 막고 중저가 단말기 활성화 등 유통 구조를 바로잡아 단말기 가격부터 낮추겠다는 목표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추진하고 있다.

   
 

단통법은 통신사의 보조금뿐 아니라 제조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규제, 단말기별 출고가·보조금·판매가를 홈페이지 등에 공시, 서비스 가입 시 단말기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합리한 단말기 유통구조를 바로잡고 보조금을 막아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심산이다. 유통구조와 보조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투명하게 만들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통법을 두고 정부와 제조사 간, 정부 내 관련 부처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기재부-산업부-공정위는 전체적으로 단통법에 대해 별도의 입법보다는 투명거래·표준약관 등 종전 제도 보강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욱이 단통법이 통과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을 상대하는 입장에서 가격 구조 등을 공개하는 것은 영업 비밀”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계산대로 보조금을 못 주게 하면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고, 통신사는 보조금으로 쓸 돈을 요금 인하에 사용하고, 단말기 제조사도 스마트폰 가격을 내릴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들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27만원 보조금 상한선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보조금에 관한 가이드라인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앞서 내세운 ‘보조금 27만원 가이드라인 규제’가 시장 구조에 가로막혀 유명무실해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 시민단체들은 “국내 단말기 가격 인하와 고가 스마트폰 중심의 시장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단말기만 붙들고 있을 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정책을 세워 법안의 내용이 소비자의 혜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창우 기자  wo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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