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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국악...언젠가 찾게 돼”
한고은 기자 | 승인 2022.01.19 18:07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은 판소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인 국악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9월 국악방송 사장에 임명되면서 국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지금, 때마침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국악이 우리에게 보다 친숙하게 성큼 다가왔다. 국악은 무엇이며, 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지에 대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시점이다.

국악을 보다 가까이...국악방송 라디오에 이어 TV 개국

‘국악’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판소리를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해금 자락을 상상할 수도 있다. 다양한 소리와 그림들을 상상할 순 있지만 선뜻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국악이란, 현대 음악을 제외하고 전통 사회에서 있어왔던 한국 음악 전체를 다 일컫는 것을 말합니다.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음악 등 다양하게 있지요. 일제강점기 때 했던 음악도 포함이고요. 그 모든 걸 통틀어서 국악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종류를 나눠보면 궁중에서 불렸던 정악, 민간에서 불린 민속음악, 최근에는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창작국악으로 볼 수 있다. 창작국악은 국악을 베이스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음악을 말한다. 그렇게 정악, 민속음악, 창작국악 세 범주가 국악 속에 있고 국악방송에서는 그런 세 음악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방송하고, 경연 등을 통해 격려하고 있다.

국악방송은 현재 두 개의 채널로 이루어져 있다. 개국 21주년이 된 라디오채널과 개국3년이 되어가는 텔레비전 채널이다. 라디오는 중년층들이 주로 듣고 있어 늘 해온 것처럼 도전적으로 컨텐츠를 발전시켜 방송하고 있고, 텔레비전도 신생방송국이긴 하나 컨텐츠 확보를 잘 하고 있어 우수한 방송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국악방송이라고 해서 국악만을 단순히 틀어주는 것은 아니다. “국악이 점유하는 비율이 7~80%가 됩니다만, 전통문화채널과 흡사하게 한국의 브랜드들 한옥이나 한국음식도 다루고 있어요. 또 세계의 문화예술 같은 것들도 포함해서 다채롭게 보여드리고 있지요. 전통에 기반을 두되 현대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폭넓게 대중적인 방송은 아니지만 보게 되면 집중도가 있고, 의미 있고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영대 사장은 지난해 9월 사장으로 임명돼 취임 4개월을 맞았다. 언론기관이기 때문에 본연이 갖고 있는 기능들, 시스템들에 대해서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켜본 결과, 기대 이상인 부분과 못 미치는 부분들이 동시에 있었다. “예산이나 제작여건 등이 부족한 편이긴 하더군요. 일하는 직원들이 굉장히 열성적이기 때문에 좋은 프로그램들을 잘 만들고 계시지요. 저는 늘 사장실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부장단은 물론 엔지니어 및 젊은 직원들과도 편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문제점과 다른 쟁점들을 빨리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 유영대 사장이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어떻게 해야 더 좋은 방송국으로 갈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복지 개선이 가장 급하다는 생각입니다. 일터의 환경이 좋아야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직원들이 일하는 여건 개선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사장 임명 뿐 아니라 제11회 박헌봉 국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겹경사였던 셈이다. “저는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국악과 겹치는 부분에서 활동을 많이 했어요. 판소리 연구, 공연해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6년 역임 등이 그것입니다.”

뿐만 아니다. 유 사장은 대중을 상대로 방송활동을 오랜 기간 해왔다. 전주문화방송에서 10년, KBS FM에서 4년, 국악방송에서는 12년 동안 판소리를 해설하면서 보다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되도록 진행자로 활약했다. 그가 국악방송 사장에 임명이 되면서 동시에 국악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재 유 사장은 고려대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을 하고 명예교수로 강의를 진행 중에 있다. 매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국악과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여러 활동을 여전히 이어오고 있지요. 대학원생들에 대한 지도를 하는 등 학교와의 인연도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점차 ‘언론경영인’으로의 정체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대학교수로서 많이 불렸다면 지금은 언론인, 언론경영자로서 대우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교직활동보다 언론경영인으로서 보다 더 집중할 생각이다. 물론 공부 역시 더욱 집중해서 해야 한다. 쉴 틈 없는 행보다.

“국악, 듣기만 하는 음악 아냐…TV채널 개국은 컨텐츠의 확장”

국악방송은 지난 2019년 12월에 국악방송티브이(TV)를 개국했다. 영상 매체를 보던 시청자들이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국악방송이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매체로서의 TV는 꼭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전통, 공연예술은 소리로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사물놀이, 농악을 보면 소리가 아닌 현장을 봐야 하니까요. 그래서 영상매체가 우선적으로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 뿐만 아니라 유튜브채널도 있고, 페이스북 안에도 채널이 있고 즉흥적으로 접속해서 바로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 덩더쿵플레이어 라는 앱을 통해서 다시 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제한적으로 방송을 다룰 생각은 없다. 단순한 영상송출 기구가 아닌 영상으로 이뤄지는 모든 컨텐츠를 각자 취향에 맞게 접속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루트를 만들어낼 생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퀄리티다.

“유튜브 채널만 하더라도 조악한 품질이 아닌 매우 고퀄리티로 제작하는 데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동원되는 카메라도 10개 정도가 돼요. 해당 매체에 따라 퀄리티 차이가 나긴 하지만요. 방송은 새로운 매체들을 더 좋은 품질로 배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무방합니다.”

최근에는 국악이 여러 경연 프로나 국악을 전공한 대형 가수들의 등장으로 한층 더 친숙해졌다. 이러한 유행, 혹은 변화의 흐름을 맞이한 상황이 유 사장은 크게 낯설지 않다. 이미 15년 전부터 국악 방송은 ‘21세기한국음악프로젝트’라는 경연을 통해서 현재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서도밴드’ 등을 지켜봤고 배출했기 때문이다. 국악방송이 이미 갖고 있는 컨텐츠를 통해 국악인들이 발굴되고, 다른 파급력이 큰 매체로 나아가면서 결국 국악의 저변이 넓어지는 ‘선순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취향에 꼭 맞는 모양입니다. 국악에 베이스를 두지만 창작음악을 만들어내는 형식이니까요. 아울러 국악방송에는 박애리, 이희문 같은 국악의 ‘아이돌’들이 국악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이런 다양한 방송들을 보면 국악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젊은층과의 교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라디오 채널을 살펴보면 출근시간대에 맞는 경쾌하고 편안한 음악과 대화를 담아낸 방송을 하고 있다. 퇴근 시간대에는 ‘맛있는 라디오’라는 방송을 한다. 저녁식사를 앞두고 흥미를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지금 듣고 있는 청중이 누구인가, 타겟을 잘 설정해서 방송을 구성하는 것이지요. 특히 황금시간대에는 전통 국악들, 퓨전 음악이 없는 음악들을 본격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있습니다.”

국악방송으로의 진입은 힘들지만 일단 채널을 알게 되면 잘 바꾸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이를 위해 텔레비전에서는 본격적인 음악 방송인 ‘국악콘서트 판’을 비롯해서 실제 국악공연들의 실황 중계는 물론 창극이나 경기소리 등 음악극 영상을 확보하는 일도 부지런히 실행 중이다. ‘아르떼TV’나 ‘스팅레이 클래시카’ 같은 예술 및 클래식 전문채널들처럼 국악을 전문으로 하는 최고급의 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국악, 우리 민족의 ‘DNA’에 존재”

그럼에도 여전히 전통적인 국악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유 사장이 몇 가지 팁을 알려주었다. “먼저 어떤 음악들이 있는지 알아야겠지요. 판소리는 소리를 하는 광대와 북반주를 하는 고수 한 사람을 놓고 옛날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입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가 들어가는 셈이지요. 심청전, 춘향전, 적벽가와 같은 곡들이 있습니다. 서사와 연극성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정가’는 ‘아정한 노래’라는 뜻을 갖고 있다. 노래 1곡을 부르는 데에 긴 경우 12분 정도까지 걸린다. “호흡이 굉장히 느려요. 아주 서정적인 아름다운 시들을 노래하는 장르로, 음식으로 따지면 슬로우푸드 같은 음악입니다. 그밖에 민요, 산조 등등 매우 다양해요.”

마치 바다처럼 넓고 깊은 우리 국악은 그만큼 쉽지 않지만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유 사장의 생각이다. “국악은 우리 민족이 다 갖고 태어난, 유전자에 새겨진 음악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서양음계로 노래를 배우고 들었지만, 어느 날 문득 대금 소리가 좋고, 국악을 듣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민족의 유전자가 자신의 정체성과 만나 발현이 되는 것인 셈이죠. 특히 중년이 되면서부터 관심을 갖게 되는데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국악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무대와 소리를 듣고 있으면 장르가 무엇이든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미 완성형이라는 느낌을 받는 시청자들이 많다. 최근 종영한 JTBC의 ‘풍류대장’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음악계의 대표 인물들이 심사위원을 하면서도 참가자들을 향해 존경을 숨기지 않았다.

“정확합니다. 바로 그게 국악의 저력입니다. 국악은 매우 어린 나이에 시작해 오랜 시간 갈고 닦아요. 그런 자질을 갖고 대중가요를 부른다고 하면, 당연히 관객의 마음을 뺏을 수밖에 없지요. ‘국악’이 기존에는 올드하고 닫혀 있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열려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또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국악방송에 건 슬로건은 ‘K뮤직’이에요. 국악은 결국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는, 제한되지 않은 우리 음악이라는 뜻입니다.”

BTS 슈가의 '대취타' 뮤직비디오 캡쳐 화면

유 사장은 BTS(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2020년 발표한 ‘대취타’라는 곡을 예로 들었다. 대취타는 정악의 한 종류인 군례악이다. “슈가의 대취타는 기존 우리 곡을 아주 잘 담아냈습니다. 그건 우리의 유전자에서 나오는 것들이라고 봐요. BTS가 외국 공연에 가서 아리랑을 불러도 외국 아미들이 따라 부릅니다. 너무나 보람 있고,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저력이 이제야 세계적으로 발현이 되고 있으며, 그 바탕에 우리 국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반향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국악을 지켜내기 위해서 유 사장은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우리가 어떤 자세로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악인들이 공중파 프로그램에 나와서 재정적인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국악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음악을 해오고 있는 사연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사실 속상했습니다. 가난 마케팅이라고 하지요. 물론 힘들지만, 국악인들에게 있어 그러한 이미지만 심어주는 것이 아쉬웠던 것이지요. 그럼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은 당연히 있습니다. 다른 음악인들도 다 마찬가지지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서 공연들이 거의 사라졌으니까요.”

즉, 전공자 대부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고용이 지자체 단계에서부터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국악과를 졸업해도 취업 시장이 막혀 있는데, 예술과 생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게 우리 모두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국악방송도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프리랜서이면서 실력 있는 국악인들을 계속 새롭게 보여드리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귀명창’이 되는 그날까지

전통적인 국악, 국악의 클래식이라고 할 만한 곡의 추천을 부탁했으나 유 사장에게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음악을 듣기 전 필요한 건 바로 ‘준비자세’라는 것이다.

“일단 필요한 건 ‘호흡’입니다. 국악은 순식간에 진입하기는 어려워요. 10여분이 넘어가는 음악들이 많은데, 짧은 시간에 기승전결이 나눠진 가요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먼저 필요합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을 보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다. “하루에 몇 시간을 들어야 한 판을 다 들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한 달을 30번 이상 들어야 곡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요. 1년은 들어야 비로소 좋아할 수가 있고요. 춘향가 역시 6~8시간을 들어야 합니다. 국악을 금방 좋아할 수는 없는 셈이지요. 1년 정도를 하루 2시간씩 들어보면(웃음) 어느 순간 귀가 트입니다.”

이렇게 귀가 트인 이들을 국악인들은 ‘귀명창’이라고 부른다. 노래를 잘하진 않지만 우리 음악을 잘 들을 수 있는 귀를 갖게 되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 목표는 온 국민을 귀명창으로 만드는 것이에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이전에는 ‘국악’이라고 하면 바로 채널을 돌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죠. 그렇게 채널에 잡아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국악방송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근의 시류인 퓨전 국악, 대중가요와의 만남, 트로트 등 다양하게 적용되는 국악 음악과 컨텐츠에 왜 전통적인 국악인들이 가세하는지 의아해하는 이들도 많지만 유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러한’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러한’ 국악 컨텐츠를 제공해야 해요. 내가 아는 국악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거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맞는 국악을 공급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국악방송도 시대흐름을 놓치지 않되 국악이라는 전통을 갖고 K뮤직을 선도하는 데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국악’이란 노출이 되는 만큼 소구력을 지닌 장르,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어 언제고 발현되어 듣게 되는 음악. 제한 없이 확장될 수 있는, 바로 그런 음악이다. 국악의 저력과 힘, 매력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오픈마인드로 국악방송의 수장 자리에서 오늘도 바삐 애쓰고 있는 진짜 국악인, 유영대 사장의 행보를 응원한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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