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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여성사회연구 국제학술회의③] 공화국 립스틱
한지안 기자 | 승인 2021.09.09 16:19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코로나 시대, 북한여성의 미래 : 위기 or 기회’를 주제로 ‘2021년 북한여성사회연구 국제학술회의’를 8월 24일과 25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연구소는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펜데믹과 대북경제제재 장기화로 인한 새로운 경제위기 국면을 맞은 북한이 과거 김정일 시대로 회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한때 실세로 부상했던 여성파워엘리트와 북한의 비공식경제를 견인하던 장마당 여성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정치, 경제, 사회문화 측면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북한여성의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술회의 세 번째 세션 주제로는 건국대학교 전영선 교수가 집필한 ‘공화국 립스틱’이 꼽혔다. 저자인 전 교수는 이날 발표를 맡았다.

전 교수는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 북한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화장품”이라며 “북한의 견고한 사회주의 정치 체제 속에서 화장에 대한 담론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 미풍양속 기존의 도덕 기준들하고 결이 다른 내용들이 정부의 목소리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3년 정도 추적을 해 봤다. 화장품과 관련된 키워드로 우선 김정은 체제의 변화를 먼저 꼽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김정은 체제에 나타난 여러 변화 중에 특징적인 변화가 ‘개인적 욕망’과 ‘경제 활성화 방안’이 어느 정도 결합되는 지점이 있다는 점이다. 그 중 하나가 화장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조사를 하다 보니 북한의 문화 예술 작품 중에 화장품을 소재로 한 작품도 꽤 있어서, 화장이 현재 북한의 ‘자체적인 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적 출구로 선택되었다는 것을 전체적인 방향키로 잡았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어 “최근 노동신문의 꽤 많은 부분에서 김정은의 화장품 공장 현지 지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여러 가지 제품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화장이 예전에는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갖춰야 될 하나의 에티켓이었다면 최근에는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업은 계속된다’라고 하는 북한 드라마에 학생들이 사회 진출하기 전에 선생님에게 화장을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이게 북한의 화장 문화라고 할 수가 있으나, 북한에선 화장법 등이 당이 정한 기준을 넘어서지 못하게 돼 있다”며 “민족성이라고 하는 것, 사회적 도덕이라고 하는 것이 화장품에 적용 되고 있고, 화장은 여성을 국가의 꽃이자 사회의 꽃으로 보는 관점에서 ‘에티켓’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래서 특히 화장 중에서도 짙은 화장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기초화장을 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보면 김정은 체제 이전까지 화장품은 3월 8일 국제 부녀절에 국가에서 내려주는 선물이었다. 문화예술을 통해서 이런 걸 확인 할 수가 있는데, 특히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 나온 대표적인 브랜드 ‘봄향기’가 어떻게 탄생 됐고 최고 지도자가 어떻게 인민의 생활을 고민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소설·영화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인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작은 화장품에도 장군님의 따뜻한 사랑이 어려 있고 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것“이라며 ”이것이 김정은 시대로 넘어오며 조금 바뀌며 보다 많은 분야에서 뷰티 산업이 작동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 시대에는 화장품이 국가가 내려주는 선물이 아닌 남성들이 여성에게 선물하는 선택지로서 소개 되고 있다. 또 ‘선녀’라고 하는 브랜드가 새로 나와서 정부가 홍보하고 있고, 어떤 제품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소개를 많이 하고 있다. 화장품 종류가 많아지면서 특정한 기능을 강조하는 화장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이 노동하거나 근로하는 모습이 북한 발간물의 중심을 차지했다고 한다면, 지금은 그와 다르게 개인적인 취향 또는 놀이하고 있는 모습 같은 것들이 많이 실리고 있다”며 “결국 제가 봤을 때 화장과 화장에 대한 인식의 변화,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은 화장품이 북한 경제 발전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시작됐던 2012년부터 북한이경제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대외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여전한 북한이 돌파구 없이 자력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현대적 여건’을 갖고있는 화장품을 선택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다만 2019년 이후로 북한이 대외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위기의 2020년을 지냈고, 올해는 사회주의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때문에 인민생활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화장품에 대한 강조도 줄어드는 것이 최근 경향인 것 같다”면서도 “북한이 현재 ‘화장’이라고 하는 것을 ‘사회주의 문명국 인민의 누려야 할 가치’라고 강조 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당면한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세츠난 대학교 모리 토모미 교수는 “북한의 화장 규범과 방법에서의 주체는 여성으로 전제되는 듯 하다. 다른 국가에 남성용 화장품이 존재하고, 남성들이 피부를 관리하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어느 정도 나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에 남성용 화장품이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적다면 이는 어떤 사회주의 미감에 기초하는지 궁금하다”며 “북한 화장은 기초 화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기초 화장품은 피부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한편 색조 화장품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색조 화장품을 사용해 화장을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행위라고도 본다면, 색조 화장품 제조를 활성화할 경우 후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민의 열망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정부가 색조화장품 제조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북한 화장품도 제품별로 색조 화장품 라인업이 다양하다. 화장품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색채와 관련된 표준화 작업들이 진행이 돼야하고, 거기에 연관된 산업들이 있기 때문에 (화장 제한을 통한 사상 통제와 같이)디테일하게 가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저는 북한 화장품이 수출될 수 있는 이유가 ‘가성비’라고 보는데, 대중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기초 화장품 중심으로 산업이 육성되는 것 같다. 우리가 남한 제품 북한 제품, 중국 제품 이렇게 비교를 하지만 시장을 더 넓혀본다면 중앙아시아 국가들이나 중동 지역의 국가에선 전 세계에 있는 많은 나라 제품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환경일 것”이라며 “북한제품들은 다소 품질이 부족한 부분을 무마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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