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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여성사회연구 국제학술회의②] 북한여성의 경제적 역할 변화‘코로나 시대, 북한여성의 미래 : 위기 or 기회’
한지안 기자 | 승인 2021.09.03 21:35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코로나 시대, 북한여성의 미래 : 위기 or 기회’를 주제로 ‘2021년 북한여성사회연구 국제학술회의’를 8월 24일과 25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연구소는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펜데믹과 대북경제제재 장기화로 인한 새로운 경제위기 국면을 맞은 북한이 과거 김정일 시대로 회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한때 실세로 부상했던 여성파워엘리트와 북한의 비공식경제를 견인하던 장마당 여성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정치, 경제, 사회문화 측면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북한여성의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술회의의 두 번째 세션 주제로는 ‘북한여성의 경제적 역할 변화’가 선정됐다. 이에 대해 시드니 공과대학의 브론웬 달튼 교수는 “현재 북한 전국에는 약 30여 개의 장마당이 있고 매일 180만 명 가량이 방문하고 있다. 공식 시장으로 한정을 지었을 때에는 약 2만 개의 판매대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간이 매대와 비공식 시장 매대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20세 이상의 여성만 제품 판매를 할 수 있다”며 “최근 (일반계급의)북한여성은 결정적인 경제주체로 부상 했다. 가계 소득의 70% 이상을 벌어오는가 하면 자신들에게 주어진 경제적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경제적 부담 외에)북한여성이 지는 부담으로 흔히 무급 노동 그리고 돌봄 노동이 거론되는데, 저는 여기에 제가 ‘충성 노동’이라고 부르는 것을 추가하고 싶다. 이는 정권에 대한 노동으로 신체적· 감정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주는 ‘생활총화’와 ‘인민반’ 활동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볼 때 북한 여성은 인민반을 통한 판옵티콘 식의 감시 체계가 작동하도록 돕는 국가 감시 체계의 주체 역할도 하고 있다. 또 이같은 충성 노동은 다분히 퍼포먼스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북한 여성들 당과 정권에 충성하는 얼굴과 자본주의적 시장 활동을 통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러 얼굴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달튼 교수는 또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발생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가정 폭력이 있고, 이것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여성이 주체인)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듦으로써 (이에 의지하는)가부장제 사회 자체를 또 불안정하게 만들기도 한다”며 “ 그러나 북한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정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북한 자체가 약탈 국가가 되었기 때문인데, 많은 관료들이 공식적인 공급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뇌물을 통해서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 뇌물은 결국 여성들이 대부분 납부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한 여성들은 뇌물 납부 과정에서 정부 관료, 수용소 경비원, 경찰 등에 의한 성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 중국으로 성적 인신 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이러한 약탈 국가의 작동 과정에서는 여성들의 주체성이 일부 나타나기도 하는데, 여성들이 뇌물을 지급하고 원재료를 수입할 여건을 스스로 만드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부패를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어느 정도의 네고를 맞췄을 때 자신이 어느 정도의 장사를 할 수가 있는가에 대한 전략적 고려를 통해 접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북한 사회에선 ‘잘 살고 싶으면 시장에서 장사를 하든지,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여성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관료와 결혼을 하든지, 정권의 무역회사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돈다”고도 말했다.

이어 “북한여성들은 시장 활동 과정에서의 필요성과 선택에 의해서 ‘규제받지 않는’ 소통 방식을 발전을 시키게 되었다. 휴대전화를 통해서 통화를 하고 또 가격을 협상을 하기도 한다. 물론 감시라는 것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일종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또 경제적 역할이 커지면서 집 안에서의 의사결정에도 더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됐다. 이 때문에 다음과 같은 표현도 나타나고 있다. ‘남자들은 하루 종일 꺼진 전구나 경비견 같다’ ‘딸이 정말 중요하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이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여성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연애 결혼, 이혼, 자유 연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여성의 지위가 가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달튼 교수는 “(이같은 현상들은)장마당 세대의 하위문화의 영향이기도 하다. 장마당 세대는 시장 시대에 태어나 자랐다는 점. 과거에 비해서 더욱더 물질주의적 문화 속에서 살고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세대와 구분된다. 이들은 사회적 지위라는 것이 단순히 정부 명령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북한 여성들은 과거 노동자를 재생산하는 역할만 했다면 현재는 계급과 사회적 지위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20, 30대 같은 경우에는 시장 경제를 경험한데 더해 해외 미디어에 대해서 접근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남한이 물질적으로 번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관심사, 기대치, 가치관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시적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은 패션을 소비하고 성형 수술을 과거보다 더 받고 있다. 그리고 모든 가정에 있어야만 하는 ‘가전제품 5종’ 이라는 표현이 나타나고 있고, 특히 한국의 대중 문화가 침투를 하면서 교육열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학원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개인 과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학부모들이 학원비를 항상 걱정을 하듯 북한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외에 특별히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트로트’이다.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이 되고 있는데, 이것은 한류의 일종이기도 하지만 북한에 잘 통하는 그런 특징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정부가 더 이상 메시지를 통제 하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의 시민들이 정부의 메시지와 다른 별도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달튼 교수는 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여성의 경제적 역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김정은이 ‘또 다른 고난의 행군이 있을 수 있다’고 시인할 만큼의 경제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시장은 코로나 사태로 중국 경제에 대한 노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자원 공급이 급감한 상태고, 이 때문에 여성들이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생계 부양 수익도 크게 줄었다. 이 가운데 북한 정권에서는 권위주의로의 복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김정은은 직접 ‘개인 보모, 개인 과외를 금지해야 한다‘, ’여성들이 천리마 정신을 더 발휘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비사회주의적인 활동에 관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등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한 일종의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어진 토론에서 통일연구원 정은이 박사는 ‘현재 장마당에서 활동하는 북한 여성들이 향후 북한의 ‘돈주’ 역할을 맡아 북한의 경제 및 사회체제를 확대시키는데 앞장 시키는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돈주’란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 사업과 무역 등을 벌여 부를 축적한 북한의 신흥 자본가 계층을 의미한다. 제조업, 부동산, 고용 시장 등 사회 대부분의 자본에 관여하고 있으며 북한 사회 내에서의 계급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달튼 교수는 “북한의 경제적 변화를 요약을 하자면 저는 ‘여성은 자본주의를 아래로부터 만들어내고, 남성들은 자본주의를 위에서부터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현재 북한 경제활동 참여자들의 계급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상위 1%의 돈주, 그리고 그 밑의 상인들로 구성 된다. 북한은 과거에 무너진 사회주의 국가들의 전철을 밟고 있는데, 국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남성들이 국영 기업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민영화를 시키고 거기에서 돈을 벌며 마피아 자본주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북한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외적인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으로 전략적인 결혼을 하기도 한다. 또 이를 기회로 활용해 자신들의 핸드백이나 옷을 소비하고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등 사회주의적 계급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과 남한에 있는 제 지인들이 각각 이야기하는 점이 요새는 너무나 비슷한데, 북한에서도 영어를 가르쳐서 글로벌 시민의식을 키우고자 한다든지. 자녀를 의대에 보내서 사회적 사다리를 올라가려고 하는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남성과 그 여성이 이러한 경제적인 전략적 활동을 하는 것에는 남녀 간의 차이 또 계급 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자세히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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