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21.10.23 토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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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치연구소, 2021년 북한여성사회연구 국제학술회의 개최...“코로나 시대 북한여성의 미래”[북한여성사회연구 국제학술회의①] 북한 여성의 정치적 위상 변화
한지안 기자 | 승인 2021.09.01 20:05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코로나 시대, 북한여성의 미래 : 위기 or 기회’를 주제로 ‘2021년 북한여성사회연구 국제학술회의’를 8월 24일과 25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연구소는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펜데믹과 대북경제제재 장기화로 인한 새로운 경제위기 국면을 맞은 북한이 과거 김정일 시대로 회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한때 실세로 부상했던 여성파워엘리트와 북한의 비공식경제를 견인하던 장마당 여성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정치, 경제, 사회문화 측면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북한여성의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온라인 회의 캡처.

이날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인해서 전 세계는 아직도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들이 발생했고. 하늘길이 끊어졌고, 경제가 위축되고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서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며 “따라서 2021년 북한 여성사회 연구 국제학술회의의 주제는 코로나 시대에 북한 여성의 미래 기회인가 위기인가로 잡았다. 코로나 팬더믹이 북한 여성의 삶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지 국내외의 석학들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2020년 제1회 국제학술회의의 주제는 ‘북한 사회의 변화 : 여성 시장화 그리고 문화’였다. 이는 시장화를 중심으로 북한 여성들의 삶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따라서 제2회 국제학술회의는 제1회 국제학술회의에서 심층적으로 살펴보았던 시장화가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어떤 위기와 기회에 직면하게 됐는가를 살펴보는 일이 될 것”이라며 “특히 북한은 대북 경제 제재의 장기화에 코로나 팬더믹이 겹쳐지면서 새로운 경제 위기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과거 김정일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들 한다. 이러한 국면이 장마당 여성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를 야기하게 될 것인지를 정치 경제 사회문화 측면에서 현재를 돋아보고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 첫 번째 세션은 ‘북한 여성의 정치적 위상 변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정대진 박사는 “북한 여성의 정치적 위상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문제 제기 질문을 찾다가 ‘왜 북한에서는 강반석·김정숙 따라하기와 달리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 따라하기가 보이지 않는가’를 생각하게 됐다. 여기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북한 여성의 정치적 위상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며 “선대에 존재했던 강반석과 김정숙 따라 배우기와 같은 세습 최고 지도자의 어머니 우상화 과정과 달리 현재 김정은 어머니의 우상화가 없는 자리, 거기서 김여정과 같은 직계 혈통이 세습 정권의 딜레마를 완화하는 후계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 박사에 따르면 북한의 세습 정치는 주체사상·수령론·계속 혁명론 등의 근거를 두고 ‘고도화된 안정’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 박사는 “주체사상이란 ‘모든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 인민대중이고 혁명과 건설의 힘이 도 다 인민 대중에게 있다’라는 북한의 유일한 국가 활동 지침이자 지도사상이다. 수령론은 ‘이 주체 사상의의 중심이 인민 대중이며 그 중심에는 수령이 있다’는 논리고, 계속 혁명이론이라고 하는 것은 ‘주체 사상에 근간을 두고 수령의 혁명 위업을 계승하고 완성해야 한다’는 후계자론의 근간”이라며 “다른 나라들의 사회주의 독재 체제에서도 비슷한 공산주의 혁명을 이루기 위한 논리들이 완성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의 완성이 백두혈통 후계자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 속에서 세습 지도자의 어머니에 대한 우상화 작업도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상징적 역할들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일성 대에는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있었고, 김정일 대에는 생모 김정숙에 대한 우상화를 통해서 혈통 세습 정치에서 모계가 중요한 한 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김정일 대에는 계모 김성혜와 여성동맹(민주여성동맹)의 정치적 위상 변화가 북한 세습 정치의 독특한 변화 양상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사항으로 보인다. 여성동맹은 북한 사회에서의 여성의 정치적 역할과 위상을 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기재를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김정일 대의 리더십의 변천 과정에서 최고 지도자의 어머니에 대한 우상화 작업과 연동되어서 살펴볼 점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여성동맹은 북한 정권 수립 당시 남녀평등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정 교수는 “여성동맹 초대위원장 박정희는 20년간 자리를 지키다가 60년대 말에 김일성의 측근 숙정 시기에 사라진다. 이 당시 모든 종파와 최측근을 정리하고 개인숭배를 전면화하면서 여성 동맹 역시 당의 근로단체가 아니라 김일성 수령 개인의 이제 근로단체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1971년 10월에 개최된 연맹 제4차 대회에서 김성애가 3대 위원장으로 추대되고 20년 이상 연맹 위원장을 맡게 된다. 김성애의 등락이라고 하는 것이 북한 여성의 정치적 위상의 시초를 살펴보는 데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김성애는 1963년에 김정숙의 사망 이후 김일성과 결혼한 김정일의 계모로 1970년대 80년대 여맹의 대표로 활동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 김정일이 후계자로 본격화된 이후 권력의 중앙에서 멀어지는 양상을 보이며, 김성애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여성동맹도 축소된다. 실제로 여성동맹 회원수는 1977년 260만명에서 1984년 250만명으로, 이후 120만 명정도로 감소된다. 조직 축소에 따라 여성동맹의 권한도 가정 및 자녀 관련 활동으로 축소되기에 이른다.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등장한 1980년대부터는 김성애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에 대한 ‘따라 배우기’가 본격화됐다. 여성동맹은 이후 1998년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천연옥으로 교체하면서 30년 만에 다시 등장한다.

정 박사는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지고 이듬해 2009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결정하는 교시가 나온다. 2010년 9월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 호를 받으면서 전면에 등장을 하고 2011년 12월에 김정일이 사망했다”며 “이후 (북한 여성의 롤모델로)여성 노력가 유형, 여성 혁명가 유형, 전문직 여성 유형, 현모양처 유형, 원군 원호 여성 유형 다섯 가지가 제시된다. 이 다섯 가지 모두 강반석과 김정숙이 모델로 등장한다. 항일 투쟁한 강반석과 김정숙을 따라 배우자고 주장 하며 현모양처를 강조하고, 자식을 많이 낳아 군인으로 키우고,

‘자식 양육과 교양을 잘하며 남편을 내조하고 어진 며느리가 될 것’을 강조 한다. 또 ‘인민군대의 물자를 지원하고 전쟁 노병과 군인에게 봉사하는’ 원군 원호를 강조하고, 성군 사상을 이어가면서 ‘각계각층에서 노력해서 훌륭한 성과를 낸 여성 영웅들’로 치켜세우면서 북한의 사회의 근간을 떠받치는데 충성하는 세력으로서 여성을 동원·호명·규정하는 시도가 김정은 때에도 일어나게 된다. 이렇듯 김정은 시대에 여성 동맹이 강조하는 내용과 큰 맥락은 선대와 크게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동행하는 리설주나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 여동생 김여정과 관련된 내용도 여맹 기관지 ‘조선 여성’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강반석 김정숙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일은 정권을 잡은 후에 계모인 김성애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친모 김정숙 따라 배우기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김정은의 경우 생모 고영희가 제일교포라는 점이 백두혈통의 이미지 상징성에 치명적인 취약점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덧붙였다.

정 박사는 또 “(북한 정치에서는)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남성 중심의 권력 세습과 선대 최고 지도자들의 어머니를 우상화하는 패턴이 계속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이한 점은 선대 여성 영웅의 우상화 이외에도 현실 정치에서 활동하는 최고 지도자의 ‘여동생’의 지위도 (세습에)한몫을 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라며 “2000년대 이후 김정일 때에도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에 대한 북한 언론에서의 언급량이 증가했고, 이러한 경향은 현재 북한 현실 정치에서의 김여정의 위상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여정은 김정은 집권 이후 현재 노동신문에 111건 정도의 기사가 언급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목 헤드라인에 언급된 기사도 2020년에 한 건, 2021년에도 두 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빈도수가 높지는 않지만 언급량이 꾸준히 증가를 하고 있고 기사 제목 헤드라인에도 드러나는 것으로 봤을 때 김여정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위상과 무게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고모인 김경희와는 다른 패턴들을 보이고 있지 않나 생각하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권력 세습 이론은 현존 체제의 연속성을 보장하려는 현존 통치자와 주변 엘리트들의 공동 프로젝트라고 다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통해 봤을 때 세습 후계자가 지정되어 있지 않을 경우 이 자리를 놓고 권력의 진공 상태에서 최고 지도자의 혈연이 언급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경우에는 김경희와 김여정이 각각 일정 부분, 일정 시기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일과 김정은 모두 남성 형제들이 사실상 정치적으로 제거되거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진공 상태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자신의 ‘아들 후계자’가 지명되기 전까지 여동생의 정치적 위상을 일정 부분 활용하는 패턴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박사는 “특히 김정은 대에 고영희 따라 배우기가 등장하지 않고 아들 후계자도 공식 지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여정의 정치적 역할은 상당 기간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경희와 달리 대남 대미 개인 담화를 발표하는 등 대외 분야에서도 두드러지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았을 때 김여정의 정치적 역할은 유의미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이고 향후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할 연구 과제”라고 덧붙였다.

사진=온라인 회의 캡처.

정대진 박사의 발표에 대해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남북한의)여성에 대한 인식 사고체계는 시대 차이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체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유사하다.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여성에 대한 인지 사고 체계는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 국가 간 차이보다는 유사성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여성의 종속을 정당화하는 가부장제 체제와 성차별주의의 뿌리가 그만큼 깊고 넓다는 것을 보여주며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북한 정권은 북한은 정권 수립 초기에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상에 기초해 여성을 수레의 한 쪽 바퀴로 비유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강조했으나 발표문이 밝히고 있듯이 여성의 사회 참여는 여성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한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생각 한다. ‘여성들이 사업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남성 노동력을 여성으로 교체하고 추가되는 노동력을 반드시 여성으로 보충하라’는 것은 여성의 노동권을 강화하는 것이기보다는 남성 노동력을 저임금의 여성 노동력으로 대체하는 것으로서 노동의 여성화를 강화하는 방식”이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장하기 위해 북한은 탁아소, 유치원, 공동 세탁소 등의 편의시설을 확장했지만 동시에 가정 내에서는 봉건적이고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는데 여성에게만 이중 3중의 부담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봉건 질서를 타파하겠다고 했지만 혈통 중심의 권력 세습 체제 자체가 봉건 질서라는 점에서, 북한 정치 체제와 사회 질서 속에서 여성의 지위는 봉건질서 속 여성의 지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최고 권력자의 어머니 강반석과 김정숙만이 지속적으로 호명되고 추앙되는 것은 북한 사회에서 여성이 존중받고 대접받을 수 있는 위치가 ‘결혼해서 자녀를 낳은 어머니’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대표는 “특히 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영희가 강반석이나 김정숙과 같은 위치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논문에서 주장하듯이 제일 교포 때문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의 세습 통치가 순수 혈통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의 세습 통치 기반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시 말해 혈통의 순수성이 보장되지 않게 되면 세습 통치의 정당성 또한 상실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민주여성동맹은 2016년 11월에 열린 여맹 9차 대회에서 ‘조선 사회주의 여성 동맹’으로 변경됐다. 이에 대해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사회주의라는 용어는 사회주의 경제 활동에서 여성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역할을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는데, 사회주의에서 여성에 요구되는 주체성은 어머니로서의 주체성, 즉 자녀를 낳고 길러 사회주의 일꾼으로 만드는 주체성을 발휘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 권력자의 어머니 배우기만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동맹은 남성 중심의 북한 세습 체제를 뒷받침하는 역할 이상을 한다고 하기 어려우며 이들의 변화나 활동이 북한 여성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는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북한 정치 구조 속에서 현재 연맹에 위치한 역할은 북한 여성의 정치적 위상과 역할을 축소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며 “김정은 집권 시기에 여동생인 김여정의 활약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지만 이는 최고지도자와 혈연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뿐 이외에는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여성의 권력은 상당히 취약하고 불안정한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인민회의 여성 비율이 상징적 대표성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고 보이며, 권력을 획득한 여성들 또한 현 세습 체제를 무장 수호하려는 남성 엘리트들의 공모자다. 북한의 여성들이 다뤄지는 방식은 성차별 이데올로기에 기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가 생각할 때 더 큰 문제는 이런 성적 사회주의 인식을 남성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여성들 또한 내면화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북한 여성들이 어떤 성차별 주의를 얼마나 내면화하고 있는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성차별주의를 남북관계 속에서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 해방이 여성 해방을 가져오지 않듯이 남부 교류와 통일이 성평등을 저절로 가져오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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