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행복한 시읽기] 구상 '꽃자리'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7.29 14:02

[여성소비자신문] 꽃자리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지금 이 순간 앉은 자리를 스스로 꽃자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자신이 앉아 있는 그 자리가 꽃자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돌이켜보면 저도 현재에 크게 만족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로 시작하는 구상 시인의 시 ‘꽃자리’는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그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라고 시 전편에 걸쳐 세 번이나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시인은 ‘꽃자리’에서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고 노래합니다.

꽃자리는 꽃이 피어야 생겨나고 꽃이 지면 곧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는 스스로 감옥 속에 갇히지 말고, 쇠사슬에 매이지 말며 동아줄에도 엮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들은 거의 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구속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이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그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라고 거듭 거듭 주지시키려하는 이 구절은 당나라의 임제 선사가 남긴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入處皆眞“의 의미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는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머무는 모든 곳, 즉 지금 서 있는 곳이 곧 진리의 자리’ 라는 말로 풀이 됩니다. 즉,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주인의식을 가지며, 탈출하고 싶은 바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 자리가 행복을 가져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해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도 이해됩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시대에 지치고 힘든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것은 마음 다스리기인 것 같습니다. 폭염 속에서 산들바람과 파란 가을 하늘을 기다리는 마음 역시도 어렵고 힘들지만 지금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고 생각하며 잘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고 말하면서요.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