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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양성이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운 사회 되어야"
한고은 기자 | 승인 2021.06.01 11:56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제21대 회장으로 당선된 허명 회장은 최근 숱한 젠더갈등으로 반목이 이어지고 있는 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여성들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런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여성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는 여성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고 동일한 임금을 받는 당연한 결과를 위해서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다는 허 회장은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양성이 서로의 차이와 특수성을 이해하고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역할을 맡아 약 3개월의 취임 기간을 보내고 있는 허 회장을 만나 여성은 물론 남성 역시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21대 여협 회장에 당선된 소감을 부탁드린다.

우선 감사드린다. 제가 회장에 출마할 때는 여협이 내부적으로 좋지 않은 시기였다. 하나된  여협, 위대한 여성을 만들기 위해 출마를 했는데 당선이 됐으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난 2월부터 임기가 시작돼 약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가장 집중한 일이 있다면.

현재 회원님들께서 많이 협조해주고 화합이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생기있는 여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7대 주요 공약(△여협의 화합과 결속 △ 취약계층 여성 지원 △ 회원단체 지원 △ 여협 건물 리모델링 및 안정적 기금 확보 △ 포럼 개최 및 정책 개발 △ 여협 온라인을 통한 소통과 홍보 강화 △ 국제적 교류 활성화) 가운데 가장 집중해 달성하고 싶은 공약이 있다면.

여협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리모델링 공약을 한 바 있다.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협치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여협의 설립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점검하려 한다. 그런 의미로 포럼을 많이 개최할 생각이다. 사회흐름에 발 맞춰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내부뿐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서도 6월 1일에 대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허 신임회장은 신임사에서 21대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이 19% 밖에 되지 않는 문제와 공무원 성범죄 문제 등을 지적한 바 있다. 공직사회에서의 여성문제가 수면 위로 크게 떠오른 최근이었다. 공직사회에서 이러한 성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지, 여협 차원에서 어떠한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싶은지.

현재 남성과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로 여성의 진출에 어려움이 있는 분야들이 많다. 예시로 여성들도 대학의 모든 학과에 지원할 수 있으나 공대의 여성 비율은 현재 10%대에서 늘어나지 않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정치분야에서의 여성대표성도 마찬가지로 제21대 국회의원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로 미국·유럽 등(평균 30%)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이는 남미나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떨어지고 있다.

여성 대표성은 가만히 두었을 때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국가들이 헌법에서 여성정치분야 대표성 확대를 의무규정으로 두고 있고,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해서 여성대표성이 확대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중 여성이 한명도 없었던 사실 등 정치적 여성대표성이 미약하다는 점은 여러 부분에서알 수 있다. 여협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여성공천을 권고규정이 아닌 의무규정으로 바꾸자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공직사회의 성범죄 문제는 없었던 문제가 이제 와서 발생했다기 보다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용기있게 폭로하지 못했을 것임이 예상된다. 최근에 시작한 미투운동 등 더 이상 이를 숨기지 않고 용기있게 피해를 밝히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공직자의 성범죄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협에서는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들도 성범죄에 연루된 경우 징계수위를 높여야 한다거나, 성범죄에 연루될 경우에는 퇴직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위계·위력에 의한 성범죄 근절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협은 적극적인 미투운동 및 상담 지원센터 등을 운영하며 미투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여협은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들이 성범죄를 포함해 모든 여성폭력의 위험없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할 것이다.

-여성 당사자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한 여성으로, 또 여성 직업인 등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부당하게 느꼈던 문제나 경험은 무엇이었는지.

나는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성을 만나더라도 ‘사람’으로 대했다. 때문에 상대가 나를 ‘여성’으로 대할 때 강하게 거부의사를 표했다. 또 ‘여성이기 때문에’, ‘여자니까’라는 말을 여전히 건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 당당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또 문제가 있는 발언에는 지적하고 되물었다. 그게 나를 방어하는 것들이 됐다. 여성들도 이 상대가 남자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참지 않아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얘기해야 한다. 타인의 변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취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협이 정부의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여성 정책을 보완하면서 여성의 권리신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협이 정부와의 관계를 조율할 부분이 있다고 보는지.

먼저 여협은 NGO 단체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옳지 않은 것에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맞다. 여협은 정부 및 각 정당과 상호협력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쓴 비판의 목소리를,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여 보완하기도 한다. 좋은 정책에 대하여는 지원과 환영의 목소리를 아낌없이 내기도 한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발표를 환영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매년 각 정당들에게는 여성정책을 요청하고, 선거 시에도 각 후보자들의 여성정책 공약 이행 여부를 감독하고 있다. 앞으로도 여협은 잘된 정부정책에는 환영하고, 보완이 필요한 정책에는 보완된 정책을 제시하며, 잘못된 정책에는 따끔한 질타를 가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와의 관계도 중요한 문제이다. 전 서울시장의 공백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채워진 시점에서, 서울시의 여성정책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갖고 있는지.

오세훈 시장은 선거 운동시절 여협에서 여성정책 발표 기자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여성이 행복한 도시 개발 프로젝트인 “여행(여성행복)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성안전과 관련하여 안심귀가 서비스, GPS장착 카드 택시 이용시 보호자의 휴대폰에 승객의 승하차 정보가 제공되게 하거나, 여성 1인가구를 위한 안전 정책, 가정폭력 및 성폭력 등에 대한 대응을 위한 서울시 산하 “종합학대예방센터”의 설립도 약속했다.

현재 서울시는 코로나 이후 여성 돌봄 등에 그 정책을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 바 있으며, 여협은 6월 4일 서울시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서울시의 여성정책에 대한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다.

“젠더갈등, 정치권에서 이용하는 측면도 있어”

-최근 우리사회는 젠더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여성과 남성 모두 소비자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기업을 향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의 이러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 보는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업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부분을 포함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많은 분야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젠더갈등을 이용하였기에, 더욱 확대되어 나가는 면도 없지 않다고 생간한다.

최근 반페미니즘 정서가 확산하며 교사들 또한 교실에서 페미니즘 언급을 최대한 피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는 잘못된 페미니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또래문화를 통해 본 청소년의 성평등 의식과 태도 연구’에 따르면, 초·중·고 남학생 2519명 중 과반수는 페미니즘을 차별과 혐오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현재 학교에서 주로 교육하는 신체발달 위주인 성교육을 성평등 관점에 입각한 성교육으로 근본부터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도 젠더갈등을 이용해선 안 된다. 정치권에서 해결하지 않고 젠더갈등을 국민의 표심을 잡는 도구로만 이용한다면, 점차 갈등이 증폭되고 고착화될 것이다.

-최근 여성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90년대생, 즉 20대의 젊은 여성들의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과 해결법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하여 취약계층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임시직, 서비스직 등 경제위기 당시 우선적으로 타격을 입는 업종에 종사하는 많은 근로자들이 실업의 위험에 놓여 있다. 특히 청년여성의 경우 파트타임 업무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젊은 여성들의 자살율, 자살 시도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2020년 9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가 발생했던 2020년 상반기 고의적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는 107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792건)보다 35.9% 증가했고, 같은 기간 20대 진료 건수는 80.5%, 30대는 87.2% 늘어, 20대와 30대 청년의 경우 그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우리나라에서의 여성의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2019년의 각 전년도 월별 대비, 2020년 1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전년도 해당 월의 여성의 자살로 인한 사망률보다 계속 높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이다. 단기대책으로는 여성 1인 소상공인, 여성 비정규직 등 코로나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젊은 여성에 대한 일자리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여성들에게 위기 상황에서도 타격을 받지 않고 제조업이나 과학기술 분야 등 안정적인 근로환경을 마련해줄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나 역시 힘들고 어려운 20대 시절을 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버티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것 뿐이었다. 좌절하는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다시 일어서달라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러다보면 그것이 관성이 되고 어느새 마음의 근육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시대에 약자인 여성들은 여러 방면에서 더욱 취약해진 현실 속에 있다.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째로 여성일자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단기적으로는 실직 여성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위기상황이 오더라도 여성이 먼저 실직을 당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근로 환경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둘째로 여성 돌봄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및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이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여성들에게 돌봄 책임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워킹맘의 경우에는 재택을 하면서 회사일도 하는 동시에 여성의 가사분담율이 늘어나게 되고 이것이 또 여성들을 직업전선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코로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돌봄 정책의 공공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크게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인해 여성폭력이 증가한 것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성폭력 가정폭력 신고 건수 자체는 줄어들었으나, 아동폭력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성폭력 및 가정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허 회장이 바라는 여성운동의 방향, 그를 통해 이루고자하는 페미니즘적 유토피아는.

먼저 여성을 특별대우 해주는 사회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공정하게 대해주길 바란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하지 않는 것이 제 여성운동의 목적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성폭력이 없는 나라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이 일은 교육을 통해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사실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세상은 이처럼 단순하고 명확하다. 하지만 그런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우 큰 목소리들이 필요하다. 점진적으로나마 세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이 모두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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