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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 “법치란 합리성 추구를 넘어 조화로운 사회를 가능케 하는 것”
한고은 기자 | 승인 2021.05.10 21:50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포용하고, 때로는 타인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게 위해 분쟁한다. 우리 삶에 가깝게 다가온 이러한 ‘법’을 우리는 현 시대에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한국법학교수회 정영환 회장은 “질서를 잘 지키고 개인의 이득을 추구하는 합리성으로 법치주의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사회를 조화롭게 선순환하기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다.

고려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정 회장은 2000년부터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현재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대법원 판사를 역임했으며 고려대 교무처장, 대법원 인사위원회 위원, 한국민사집행법 회장 등을 거쳤다. 한국법학교수회에서는 사무총장과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다양한 법조직을 거치고 법학문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현재는 법학교수회장의 자리를 맡게 됐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법단체들은 낯선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국법학교수회의 존재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는 1964년 법학교육을 통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의 구현을 목표로 설립됐으며,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과 법과대학, 법학과 소속 교수 및 인접전공영역에서 법학을 강의하는 법학전공교수들을 회원으로 하고 있다.

현재 95개 대학의 약 1600명 정도의 법학교수로 구성된 대한민국 법학계를 대표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법치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법학교수회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또 법치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정영환 회장을 만나 해답을 들었다.

-시민들에게는 한국법학교수회는 조금 낯선 존재다. 어떠한 목표로 창립됐으며, 현재 어떠한 일을 하는 단체인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해서는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변호사 단체고 법률 실무를 하고 있는 단체다. 반면 우리 법학교수회는 법학을 다룬다. 학문을 하는 학자들이 중심이 돼 교육하고 법학을 공부한다. 이론 쪽의 대한변협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나라 법학 교육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모두 멤버로 있다.

설립된 건 1964년이다. 정관에 따르면 ‘법학교수들의 학술활동을 증진시키고 법학교육의 발전을 추구하고 법학계와 축을 이루는 법원, 검찰, 변호사 같은 법조실무계와 협력을 증진해 법학의 실용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법률문화의 향상에 앞장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창달로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

실무계와의 교류를 통해 실용성을 강화해 사회 속에 법률 문화를 향상 시키면 법치가 향상된다. 시민들이 룰을 지키면서 사회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게 곧 법치를 이뤄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분쟁 소지가 없어지고 국가적으로도 법률이 일종의 기둥 역할을 해서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이 많다. 법률이 결국 인간의 욕망이 부딪쳐 충돌할 수 있는데 그걸 잡아주는 균형이 되는 역할이 바로 법률이다. 법학교수회가 그래서 중요하다.

-법학교수회는 결국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인 것 같다.

학문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사회의 법치 향상에도 기여를 하는 셈이니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들이 변론을 진행하다가 만약 법률적 문제가 있다면 학자들의 연구를 보고 인용하고, 설득하고, 법원은 그것에 기초해 판결하고 대법원이 판결이 나온다. 학문적 기초가 없으면 이러한 시스템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정영환 회장은 지난해 11월 제15대 한국법학교수회 신임 회장으로 당선되셨다. 4개월 동안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사안이 있다면.

올해 1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됐고 2022년 12월 31일이 임기 마지막이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법조계가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법학교수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큰 틀을 바로잡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09년 로스쿨이 생기고 변호사 양성의 체계가 바뀌었다. 그러면서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통상 '로스쿨협의회')가 설립됐고, 그 제도가 자리 잡혀감에 따라 한국법학교수회와의 관계 설정을 새롭게 할 필요성이 생겼다. 로스쿨이 되지 않은 학교에 속한 교수들의 박탈감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로스쿨이 변호사를 양성하는 것에 너무 집중하면서 로스쿨에서 법학의 중요성이 약화되었고, 학부에서 법학을 가르칠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면서, 학문으로의 법학 자체의 중요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즉 법학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다. 이것을 바로 잡는 것이 매우 시급한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법률’을 떠올리면 결국 변호사 양성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학부에서의 법학교육이 필요한 것은 양식 있는 건전한 시민의 양성에 필수적이다. 시민들에게 법률 기본소양이 교육돼야 한다. 헌법이나 법학개론이라도. 특히 대학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기본적인 법상식이 요구된다. 그래야 안정적인 사회가 된다는 측면이 있다.

또 공무원들에게도 그렇다. 법률이 만들어지면 그 법을 담당하는 소관부서라는 게 있다. 법률을 개정하거나 적용할 때 실질적인 작업이 그러한 부서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공무원들도 법소양이 필요하다. 행정행위란 법에 기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은 변호사 양성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학부의 법학교육을 강화하고 정체성을 바로 하는 것이나, 각종 시험이나 전문가 자격에 필요한 법들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학부의 역할을 고민 중이다. 또 법학교육이 흐려지면 사회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실무 쪽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법학을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법학교수들이 해야 한다. 순차적으로 지역단위로 법학대학 관계자들과 만나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정체성을 찾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중에 있다. 또한 로스쿨에서도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점진적으로 높여줌으로써 법학에 대한 교육 및 연구가 정상화되어야 한다.

-법률문화의 뿌리에 해당하는 법과대학의 역할이 사라지면 결국 시민들한테도 장기적으로는 피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이나 이 사실을 잘 실감하는 국민 정서는 아직 부족한 듯하다. 국민들이 조금 더 법감성을 기르고, 법과 가까이하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시민들은 법적인 소양이 상당히 있다. 감정적인 측면에서 기복은 있지만. 젊은 세대들은 또 합리성을 추구해 법치주의에 잘 맞는 요소도 많다. 그러나 법치주의는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조정해야 한다. 합리성만 추구하면 갈등이 생길 때도 자기주장만 내세우기 때문이다.

법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과 부딪치면 양보해야 하고, 절충안을 만들어 법을 통해 규정을 하게 되는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타인의 권리를 침범하지 않는 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 합리성이 절대적으로 옳지 않고 상대적이라는 것, 똑같은 가치를 지닌 사람들끼리 부딪치니까. 그런 갈등이 촉발되는 사회를 법을 통해서 슬로우 다운 시킬 수 있는 것이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법이 개인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사회 전체를 순화하게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들간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법치주의라는 점이 시민들에게 사고가 확장되는 지점인 것 같다. 또한 가장 최근 법학교수회는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변호사협회 주장에 사시 폐해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역행적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에는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일반 기업, 공무원 사회, 국회 등 사회 곳곳에 다양하게 법인재가 필요하다. 감축 주장은 지금의 시장이 고정돼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 주장이라고 본다. 좀 더 넓게 봐야한다. 국민의 법률 서비스 측면을 고려해야 하고,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측면에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국력이 확장되면서 국제기구 등에 우리나라 법률가들이 자리해야 하고 이밖에도 다양한 곳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변호사시장에서의 시각만 갖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스파르타가 국력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시민권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아테네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시민이면 자식에게 시민권을 줬다. 그럼 시민이 늘어나고 그게 힘이 된다.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 주는 메리트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세금 등 사회에 도움되는 측면이 더 강했다. 국방은 물론 시민들의 프라이드도 있었다. 하지만 스파르타는 부부 모두가 귀족이어야 했다. 신라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중요한 거다.

우리 사법시험을 봐도 우수한 실력을 가진 극소수가 뽑힌 기수를 보면 필요한 시점에 퇴임 등으로 봉사할 인재가 없었다. 대신 합격자수가 많은 기수를 보면 장관도 하고 대법관도 하고 변호사로서 사회에 기여도 많이 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켜 필요한 시점에 국가적 인재로 나라를 이끌어간다.

-제한할수록 장기적으로 보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 것 같다.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다양한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로스쿨 제도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 역시 그러한 열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본다.

-법조인의 입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정, 보완되어야 할 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물론 아주 많지만(웃음) 콕 찝어 언급하기는 어렵다. 개별적인 법보다 큰 틀에서 얘기해보자면, 실체법상의 권리의무 관계가 얽히면 분쟁이 생긴다. 그걸 푸는 것이 분쟁해결 장치다. 사회인들의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때 사회가 선순환 된다. 이를 대표하는 분쟁해결 시스템이 법원조직이다. 또 헌법재판소도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의식이 높아졌다. 추상적인 권리인 헌법 가치들이 우리 가까이에 왔다. 1984년에 생긴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크다. 헌법재판소의 그 동안의 역할로 인하여 이제 헌법은 행위규범과 재판규범으로서 기능을 하는 단계에 와 있다. 때문에 헌법재판도 1,2심을 한다거나 하는 발전적인 변화를 꿈꿔볼 수도 있다. 헌법적인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치열한 논쟁을 하면서 말이다.

-지난 3월 25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금소법)이 시행됐다. 금소법의 의의 및 보완해야 할 점 등에 대해 듣고 싶다.

이 법은 금융당국이 2015년 헤지펀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자기자본 요건을 종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하고, 인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0년 1월에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수익률 조작, 불완전판매 등의 불법행위에 연루되고 투자금의 환매 중단이라는 라임사태가 터졌고, 같은 해 사모펀드 사기사건인 옵티모스 사건 등이 발생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금융상품 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부당한 투자 또는 사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모펀드 등의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영업행위 준수사항, 금융교육 지원 및 금융분쟁조정 등 체계적으로 규정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 시행하게 된 것이다.

매우 시의적절한 법률이라고 생각한다. 금융당국은 이 법의 운영과정에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상품의 투자로 인한 손해를 효율적으로 방지하면서도 해당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이 이루어져 나갈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와 금융소비자에 대한 교육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소비자들은 거대 기업과의 싸움에서 불리한 측면이 많다. ‘슬기로운 소비생활’을 위해 여성소비자신문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법안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소비자기본법에 기초한 여러 소비자단체들이 잘 마련돼 있다. 개별적인 권리보호도 좋지만 단체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또 요즘은 하자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단체소송이라거나 기업과의 소송 절차도 잘 마련돼 있다. 그런 제도를 잘 알고 이용하는 게 필요하다. 이밖에도 법률구조공단이나 변협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즉각적인 조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하건 소비자의 권리의식이다. 단순히 자신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된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 자체를 개선시키는 게 중요하다. 사실에 근거에 정확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오픈해서 빠르게 개선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드린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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