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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연구원 "한국 자동차 업계, 차량용 반도체 98% 해외 의존"
한지안 기자 | 승인 2021.04.14 10:28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장기화된 가운데 “한국 업체들이 미래 시장에서 부각될 AP(데이터 연산·처리 기능 수행 반도체) 등 고성능 반도체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지형 연구원은 ‘산업동향’ 보고서를 통해 "미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MCU 중심에서 AP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서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수급 차질이 가장 큰 차량용 반도체는 전장 시스템 제어를 수행하는 MCU다. 당초 차량용 MCU의 생산 리드 타임(생산 계획부터 입고까지의 기간)은 주로 12~16주 가량이었지만 최근 세계 MCU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파운드리 업체 TSMC의 반도체 주문 폭주로 리드 타임이 26~38주 이상 소요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MCU 중심의 현행 반도체 산업이 제한적 시장규모, 저수익, 공급망 편중이라는 특징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차량용 반도체의 필요수명이 15년 이상인 데다 온도요건 또한 –40~155도로 가혹하고, 재고 보유 기간은 30년 이상이 요구되며 '개발-테스트-양산'에 10년 내외가 소요되는 탓에 공급이 NXP(네덜란드), 르네사스(일본), 인피니언(독일), ST마이크로(스위스), 마이크로칩(미국) 등 일부 기업에 편중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이들 업체 역시 미세공정 난이도, 비용증가로 생산 외주화(Fab-lite) 전략을 취하며 세계 MCU 생산량의 약 70% 정도를 대만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가 맡고 있는 상황이다. TSMC의 지난해 4분기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 수준이며, 대부분 MCU 생산용 웨이퍼는 8인치(200mm) 사이즈로 생산성, 수익성이 낮은 편이다.

국내의 경우 반도체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차량용 반도체 98%를 해외에 의존해왔다. 특히 MCU 등 주요품목의 국내 공급망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이 연구원은 "현재 자동차에 MCU 기반의 분산처리형 전자제어장치(ECU)가 탑재(대당 40여개)되고 있지만 향후 5~6년 전기차·자율차로 전환이 가속화되며 AP 기반 집중처리형 고성능 제어기(1대당 3여개)가 채택될 전망"이라며 "견고한 글로벌 강자들이 자리 잡은 MCU 중심 차량용 반도체 시장으로의 진입보다는 기술 변화 속에서 새롭게 조성될 AP(데이터 연산·처리 기능 수행 반도체)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용 반도체가 통합 칩으로 점진적으로 통합·대체되고 다양한 종류의 신규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Personal Air Vehicle 등)에 확대 적용된다면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 달성도 가능하다"며 "AI 가속기, 보안칩, 네트워크 프로세서, 고대역 센서IC 등 고성능반도체 시장은 미래차 분야 기술 형성 단계로 글로벌 기업들도 연구개발 중이며 국내 선두 소프트웨어 업체와 반도체업체의 협력을 통해 AI·보안·데이터 등의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차량용 AP는 생명과 연관돼 엄격한 안정성 검증과 오랜 개발·테스트 기간이 소요되고, 10년이 넘는 사용주기에 대한 관리·업그레이드가 필요해 업체 부담이 큰 만큼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며 "공급기업이 수요기업 요구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사업화까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개발·양산에서의 사업단절(Death Valley) 극복을 위한 양산 성능 평가 및 성능 개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지난해 3분기 시작돼 올해 1월 본격화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가전제품 수요가 늘고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자 반도체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 라인을 활용해 PC등 가전제품용 반도체를 생산했고, 이 가운데 자동차업계에서는 백신 접종에 따른 수요 회복에 더해 전세계적인 자동차 전동화 물결이 겹치며 수급 균형이 무너진 탓이다.

이후 2월 중순 자동차용 MCU 1위 기업인 르네사스의 주 생산시설 이바라키 팹이 후쿠시마 지진으로 피해를 입어 가동을 중단했고, 같은 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해당 지역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삼성전자 S2라인, NXP의 ATMC 및 오크힐 팹, 인피니온 팹25 가동에 필요한 전력이 난방용으로 빠졌다.

3월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감축에 돌입하며 “생산이 정상화 되려면 수 개월은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4월 2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 공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산 러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며 부품업계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는 모양새다.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 물량은 130만대에 이른다. 또 앨릭스파트너스는 올해 반도체대란으로 글로벌 자동차 매출액 감소 규모가 60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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