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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소송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연기영의 소비자 칼럼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4.13 15:42

[여성소비자신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12일 소비자단체가 법원의 허가 없이 소송을 걸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소비자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입법예고

개정안에는 소송을 낼 수 있는 단체에 소비자단체 협의체가 추가됐으며 단체소송 시 법원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폐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권익이 직접적으로 침해된 경우뿐만 아니라,  '현저한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을 보면,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시장 관련 실태조사를 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교육, 피해구제 사업 등을 지원하는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을 설립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이 재단 설립과 사업 수행을 위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2006년도 소비자기본법을 개정하여 소비자단체소송제도가 도입되고 2008년 1월에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제기된 소송은 모두 8건에 불과하다. 최초로 7월, 경실련, 녹소연, 소시모, 한국YMCA 등 4개 단체가 하나로텔레콤(현재 SK브로드밴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피고가 개인정보의 무단제공행위를 자발적으로 시정함으로써 소 취하로 종결되었다. 그 후 이 제도는 7~8년 동안 사건이 없어 사문화된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5.12. 한국소비자연맹이 통신3사(SKT, KT, LGU+)와 한국스마트카드사를 상대로 4건의 소송을 차례로 제기하면서 부활되는 것 같아 보였다. 2016년 한국소비자연맹은 한국전력과 하이마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하이마트는 위법행위(전자상거래에서 철회권 제한행위)를 자진 시정하였다. 한편 연맹 이외에는 2017.9.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협’)와 11개 소비자단체가 공동으로 호텔스닷컴을 상대로 단체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소비자단체소송 제도의 문제점은?

소비자단체소송제도가 13년째 운용되면서 이렇게 활성화가 미흡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비자단체소송은 소비자의 권익보호와 피해구제를 위해 전통적인 소송과는 목적이 다르다. 즉, 이미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는데 중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불특정 소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 가능성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행제도는 이러한 기본적인 목적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체계적인 법령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소비자기본법상 소송 수행상의 원고적격 단체의 선정이 아주 제한되어 있다(법 제70조). 물론 소비자가단체소송의 공익성·전문성을 고려하여 소송남발에 의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원고적격 단체를 제한할 필요는 있다.

공익성·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단체들이 이름만을 알리기 위해서나 다른 사업자를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단체를 설립하고 공모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부작용을 막아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현행 소비자기본법상으로는 소송요건 충족여부를 법원이 판단하여 허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문제이다. 법원의 소송허가에 소요되는 기간도 길어지고, 같은 유사사건이라도 개별적인 법원의 소송 적격여부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예를 들면, 그동안  소비자단체소송이 총 8건 제기되었는데 6건이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수행되었는데, 이 6개의 소송을 위해 각기 다른 법원에서 소송원고 적격 여부를 판단받기 위해 개별적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한편 소비자기본법상으로는 원고적격 범위를 한국소비자보호원과 사업자 단체 및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한 소비자 단체 중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의 경우에도 이 법 제70조의 요건을 충족하면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소비자기본법 제70조 제3호와 4호에 규정된 사업자단체나 비영리단체가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즉, 사업자단체는 굳이 이제도를 활용하지 않아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나 표시광고법 등에 근거하여 권익침해의 가처분이나 행정당국에 신고 및 검찰 고소 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영리법인은 많은 활동실적이 있어야 소송요건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이번에 입법 예고된 정부 개정안에서 이러한 사전 허가 제도를 폐지하고 소비자단체협의를 소송적격 단체로 인정하려는 것은 당연하고 진일보한 법 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소비자단체소송의 소송요건이 너무 엄격하고 제한적인 것이 문제이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권익기준인 제20조의 규정을 위반하고,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해야 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는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피해 발생이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에서 필요한 요건이지, 피해를 입지 않은 불특정 다수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한 소비자단체소송의 요건으로 규정한 것은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셋째, 소비자단체소송을 합의관할이나 변론관할이 아닌 전속관할로 규정한 것은 문제가 잇다. 우리나라 소송의 토지관할은 임의관할을 원칙으로 한다. 법률에 특별한 구정이 없는 경우에는 소송 당사자의 편의와 공평을 고려하여 합의관할이나 변론관할을 인정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전속관할을 두는 이유는 소비자나 근로자와 같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약관규제법, 방문판매법, 전자상거래법 등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소비자 주소지 전속관할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소송은 정보력이나 협상력 등에서 약자인 소비자 편보다는 피고인 사업자의 편의에 치중하고 있는 결과가 되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넷째, 소송비용의 과다로 소비자단체소송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 이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미약하여 변호사 선임 등 소송과정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이 문제된다. 국가가 일정부분 소송비용 부담이나 소송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단체소송의 제도적 개선 방안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에 들어 있는 원고적격 허가 절차의 폐지와 향후 예상되는 피해방지를 위한 소송 제도(소송대상의 확대)의 도입은 이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개선책이라고 생각된다.

앞에서 제시한 나머지 현행법제의 문제점에 대하여도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첫째, 소비자기본법에 규정된 피고의 주된 사무소 도는 영업소가 있는 곳에서 소송을 해야하는 전속관할제도(이 법 제71조)는 개선해야 한다.

이 전속관할의 문제를 해소하고 소송당사자의 편의에 따라 합의나 변론에 의한 관할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이 전속관할재도로 인하여 원고인 소비자단체가 막대한 비용부담과 시간소요가 원활한 소송 수행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전속관할제도는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부분적으로 사업자의 행위지 관할을 추가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소비자소송이 공익소송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 사업자의 행위발생과 관련이 있는  지역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일본 소비자계약법 제43조).

둘째, 소송 진행과 결과를 일반 국민(소비자)에게 알리는 공시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단체나 기관이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에 대한 정보를 다른 단체나 일반 소비자에게 알리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물론 소송을 제기한 단체가 보도  자료를 배포하여 언론기사로 알려지기는 하지만 홍보효과는 대단히 미흡하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단체소송의 원고 패소 시에만 다른 단체가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법 제75조).

동일한 사업자에 대해 원고가 패소사실이 없다면 다른 단체나 기관에서 중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른 단체의 소송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면 소송준비와 소송제기 여부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내용도 소비자기본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원고가 승소한 경우 사업자가 판결의 결과에 따르지 않고 계속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 l있는 직접적인 규정이 소비자기본법에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밖에  소비자단체소송의 활용을 통해 집단소송제도의 확대 도입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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