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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공정위에 총수 조석래→조현준 변경신청서 제출조현준 회장 과제 산적...미래먹거리 챙기고 의결권 축소 대비·일감몰아주기 해소·오너일가 사법리스크 풀어야
한지안 기자 | 승인 2021.03.03 20:05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효성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를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사진) 회장으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은 조 명예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동일인 역할을 이어나가기는 어렵다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 집단, 이밖에 10조 원 이상의 상호 출자 제한 기업 집단을 지정해 매년 5월 발표한다. 이때 실질적으로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총수, 즉 동일인을 함께 명시한다.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은 본연의 업무인 공정거래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누가 총수가 되느냐에 따라 ▲특수관계인 총수 일가 사익편취 집단 등 공정거래 대상 범위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은 실질적으로 기업에 얼마 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보유 지분이 적더라도 기업의 경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공정위가 지정한 동일인이 될 수 있다.

효성그룹은 총수 변경을 신청하면서 조 명예회장의 주식의결권(9.43%) 일부를 조 회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 측은 공정위가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지를 기준으로 동일인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지분 위임 서류와 진단서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작년 9월 말 기준 지주사 지분 21.94%를 보유하고 있으며 3남 조현상 부회장은 21.42%를 갖고 있다.

효성은 “조 명예회장이 올해 만 85세로 고령인 데다 지병인 담낭암이 재발해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경영권은 2017년 취임한 조 회장이 행사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경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동일인 지정이 변경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효성의 동일인 변경 신청을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로 5월 1일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을 지정해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효성 그룹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조 회장은 그룹 총수에 올라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동시에 사법리스크 해소를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2017년 회장 취임 이후 경영전면에 나선 조 회장은 빠른 속도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추진했다는 평을 듣는다. 그간의 섬유, 화학, 건설, 산업자재 등 제조업 기반 포트폴리오에 수소, IT, 첨단소재 등 미래 먹거리를 더하고 있어서다. 효성그룹 주력 계열사인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효성첨단소재를 전통 제조업 기업에서 그룹 수소산업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효성그룹은 지난해 4월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액화수소의 생산부터 충전시설 운영까지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연산 1만3000톤 규모 액화수소 공장을 신설하고, 액화수소 충전 시설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효성그룹은 최근 이 프로젝트를 위해 효성중공업과 린데그룹간 합작법인(JV)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설립되는 합작법인은 액화수소 판매법인인 효성하이드로젠과 생산법인인 린데하이드로젠 등 2개다.

다만 조 회장이 해결해야 할 법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효성그룹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적용을 받게 되는 가운데 조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그룹이 상법 개정안의 3%룰을 적용받게 되면서 조 회장은 향후 주총에서 힘을 더해줄 우호세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효성은 오너 일가 3명의 지분 52.79%를 포함해 특수관계인 14인이 55.11%를 보유중이다. 그간 주총에서 국민연금 등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반대하고 나설 때 마다 해당 지분을 활용해 이를 막을 수 있었지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합쳐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효성 특수관계인들의 의결권은 11.31%까지 축소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의결권 11.11%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앞서 지난해 3월 주총에서 기업가치 훼손, 감시 의무 소홀, 과도한 겸임 등을 이유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도 해소해야 한다. 기존 공정거래법상은 사익편취 감시대상기업의 기준을 ▲오너일가의 보유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 ▲20% 이상인 비상장사로 정했지만 개정법은 ▲상장사 지분율 20%로 기준을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핵심 계열사 효성티앤씨(23.6%), 효성첨단소재(23.2%), 효성중공업(21.74%), 효성화학(23.6%)이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되게 됐다.

조 회장과 조석래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도 해소해야 한다. 조 회장은 앞서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구속은 면했지만 허위 직원을 등재해 11년간 급여 16억원을 받은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조 회장은 이에 더해 자신의 개인 회사를 살리기 위해 효성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을 지시하고 이를 통해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처분을 내리자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상태다. 올해 초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이상주·이수영·백승엽)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효성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 등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렦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8년 4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경영난에 처했을 당시 조 회장이 그룹 차원의 지원방안을 기획하고 효성투자개발과 특수목적회사 간의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이용해 자금을 대줬다고 보고 효성에는 17억2000만원,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12억3000만원, 효성투자개발에 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또 조 회장이 부당 지원을 직접 지시하고 보고를 받은 정황을 확보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 외에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은 지난 2016년 1월 1300여억원의 세금 포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건강 악화 등으로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이어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법인세 포탈 혐의 일부를 무죄·위법배당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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