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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남녀사랑 약속 노래한 빅히트곡 ‘안동역에서’왕성상의 그 노래 그 사연
왕성상 언론인/가수 | 승인 2021.02.04 13:45

[여성소비자신문]'안동역에서'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기적소리 끊어진 밤에

어차피 지워야할 사랑은 꿈이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대답 없는 사람아

기다리는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기다리는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김병걸 작사, 최강산 작곡 ‘안동시청 분수대 앞에서’가 원곡
가수 진성의 인생 바꾼 출세곡…2014년 7월 안동역 광장에 노래비

김병걸 작사, 최강산(본명:최수원) 작곡, 진성(본명 : 진성철, 카바레활동 예명 : 최윤진) 노래인 ‘안동역에서’는 국민애창가요다.

경쾌하면서도 구성진 트로트가락, 심금을 울리는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민초들 감성을 사로잡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청춘시절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연인을 기다리는 보통사람들의 내용이어서 장르를 떠나 사랑받고 있다.

옛 추억 떠올리며 실화바탕으로 작사

가수 진성

진성이 2008년 발표한 이 노래는 처음엔 빛을 못 봤다. 뒤늦게 음원차트에 오르며 히트곡이 됐다. 발표된 지 6년 만인 2014년 ‘가요시대’ 트로트차트 1위를 했다. 덕분에 무명가수 진성의 인생을 바꾼 보물 같은 출세곡이자 대표곡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 노래 바람에 진성의 삶이 완전 달라졌다. 인기가수대열에 오르고 돈도 벌어 반지하방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트로트 열풍을 이끈 이 노래는 ‘안동 애향곡 모음집’에 실린 곡들 중 하나였다. 제목은 ‘안동시청 분수대 앞에서’. 안동농고(현 한국생명과학고)를 나온 작사가 김병걸이 안동시 요청으로 지은 안동사랑노래집 안에 들어있었다.

‘안동역에서’ 가사엔 숨은 사연이 있다. 약속이 깨어진 남녀사랑을 그린 내용으로 가슴 아린 얘기가 담겼다. 노랫말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안동출신 작사가 김 씨는 “군 입대 전 안동역에서 만난 첫사랑 여인에게 ‘훗날 첫눈이 올 때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추억을 담았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청년시절 꿈과 설렘이 돋아난다”며 그 옛날을 떠올렸다. 그는 노래비제막식 때 그런 사연을 들려줬다.

노래히트엔 “편곡의 힘 아주 컸다” 평가

전라도 출신 무명가수 진성이 어떻게 경상도지역 노래를 취입, 인기가수가 됐을까. 김병걸이 어느 날 평소 친분 있었던 진성에게 연락했다. “형이 용돈(50만원)을 줄 테니 와서 노래 한곡 불러주라.” 그때만 해도 무명가수였던 진성은 가사와 멜로디도 모른 체 김병걸을 만났다. 그는 악보를 보고 몇 번 연습한 뒤 그 자리에서 취입했다. 노래제목은 ‘안동역에서’. 처음 제목이 너무 길어 짧게 줄여 붙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2008년 음반이 나왔으나 반응은 별로였다. 그로부터 5년쯤 지나서야 인터넷에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가요팬들이 “진성 노래를 듣고 싶은데 방송국에 연락해도 음반이 없다며 안 틀어준다. 어디서 들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달았다.

히트 예감이 든 진성은 노래를 다시 녹음키로 마음먹었다. ‘놀면 뭐하니?’에 같이 나왔던 ‘정차르트’ 정경철 작곡가 겸 편곡가에게 편곡을 부탁했다. “전주부분을 고향생각이 나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2012년 재녹음된 음반이 나오자 반응이 좋았다. 3개월 만에 전국 고속도로휴게소를 장악, 가요계를 뒤집어놓은 빅히트곡으로 떴다.

국내 음원사이트에서의 인기는 물론 노래방,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 노래교실 등 트로트곡이 있는 곳이면 흘러나왔다. 진성은 “아, 노래가 이렇게 뜨는구나 싶더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가요계 사람들은 작사·작곡도 잘 됐지만 편곡의 힘이 아주 컸다는 평가다.

노래가 크게 히트하자 안동역광장엔 노래비(가로 2m, 세로 1.8m)가 세워졌다. 2014년 7월 3일 오후 안동시 운흥동 역 마당에서 제막식과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김병걸 작사가, 진성, 안동출신 가수들이 무대에 섰다. 진성은 ‘안동역에서’를 작사가 김 씨와 함께 불렀다.

한국연예예술인협회 안동지회 주관으로 펼쳐진 행사는 재경안동향우회, 영가회,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총동장회 등이 후원했고 코레일 경북본부 안동역도 적극 뒷받침했다. 참가시민들은 노래비 기념음반(CD)을 선물로 받았다.

안동시는 노래비 제막식을 계기로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추억과 볼거리를 안겨주고 안동콘텐츠를 음악문화콘텐츠로 키우는 모델로 가꿔가고 있다. 안동역 플랫폼에 가면 하루 다섯 번 ‘안동역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서울 청량리역을 떠나 안동역이 종착지인 열차가 도착하면 흘러나온다.

 진성, 49살에 노래팬 아내와 결혼

‘안동역에서’로 인생역전을 맞은 진성은 사연이 많은 가수다. 1960년 8월 6일 전북 부안서 태어난 그는 1994년 ‘님의 등불’로 가요계에 늦깎이 데뷔했다.

긴 무명가수생활로 숱한 고생을 했다. 그러나 메들리노래분야에선 스타였다. 고속도로휴게소 등지에서 100만 장 이상의 메들리음반이 팔린 게 말해준다. 신웅, 김용임, 김란영과 ‘트로트메들리 4대 천황’으로 꼽혔다.

‘내가 바보야’, ‘태클을 걸지마’, ‘님의 사랑’,‘잊을 수 없는 영아’, ‘고향’, ‘보릿고개’, ‘가지마’, ‘희야’, ‘진안아가씨’, ‘못난 놈’ 등을 발표했다. 2014년 MBC ‘가요베스트 올해의 노래상’, 2016년 제50회 가수의 날 시상식 ‘최우수 전통가요 대상’, 2020년 10월 ‘2020 트롯 어워즈 트롯100년 남자 베스트가수상’ 등을 받았다.

49세에 결혼한 그의 늦장가 얘기도 화제다. 아내(용미숙)는 그의 팬이었다. “목소리가 좋다”며 진성의 메들리노래테이프를 5년간이나 듣고 다녔다. 진성의 단골 추어탕집 사장친구로 인연이 됐다. 그녀의 적극적인 구애가 결실을 맺었다. 처음 만날 때만해도 진성은 돈이 없었다. 그녀는 “내가 먹고 살 건 갖고 가겠다”며 안심시켰다. 진성은 양평에 별장을 가진 아내 덕에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인생은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진성은 ‘안동역에서’ 히트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을 때인 2016년 11월 림프종혈액암과 심장판막증 판정을 받았다. 삶을 접을까 했을 때 아내가 지켜줬다. 지금은 건강을 되찾아 열심히 뛰고 있다.

그는 “세월은 가고, 나이는 먹어가고 연예인은 히트곡이 가수를 말해주는 것이라 간절함이었다. 죽음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각오와 오기로 살았다”고 말했다.

진성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도 눈길을 끈다. 2018년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 등 방송에 출연한 그는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3살 때부터 혼자 산 시절이 있었다. 양친이 집을 나가버려 고아가 돼 친척집을 옮겨 다니며 감자, 고구마를 먹고 11살 때까지 버텼다. 그 시절이 그에겐 가장 큰 아픔이고 가슴 아린 추억이다.

그때의 절절함과 현실을 적어놓은 게 그의 히트곡 ‘보릿고개’ 노랫말이 됐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원망이 깊다. 자식을 낳아 팽개쳐버리는 삶은 잘못된 게 아닌가. 나는 앞으로 자식은 노(NO)”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에겐 자녀가 없다. 안동시 홍보대사이자 명예시민으로 안동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있다. 

노랫말 주인공 김병걸, 2000여 곡 가사

노랫말주인공 김병걸 작사가는 2000여곡을 썼다. 가요, 찬불가, 동요, 시·군 헌정가 등 다양하다. ‘다함께 차차차’(설운도), ‘찬찬찬’(편승엽), ‘서울아 평양아’(현철), 삼각관계(강진), ‘사니이 눈물’(조항조) 등 히트곡들을 작사했다.

‘내 고향 안동’, ‘제비원아지매’, ‘부용대 연가’, ‘안동 껑꺼이’ 등 안동사랑노래들도 작사해 애창되고 있다. 그는 경북 의성, 안동, 예천이 접하는 낙동강변 마을에서 9남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형제들이 많아 대학 갈 형편이 못됐다. 시로 등단했지만 먹고살기 위해 가사를 쓰기 시작, ‘작사의 달인’이 됐다.

최강산(73) 작곡가는 포항시 항구동에서 태어나 중앙초·포항중·고를 졸업, 수 십 년간 연주와 작곡을 하면서 방송음악을 편곡했다. ‘아! 세월아’(홍실), ‘하얀 미소’(성진우), ‘여기서’(서지오), ‘당신 뜻대로’(김미소) 등을 작곡했다. ‘맞춤형 작곡가’로 가수에 대한 섬세함과 배려가 돋보인다. ‘청계천 연가’(김연아), ‘지금처럼’(김수옥), ‘착각하지마’(김재구) 등 편곡작품도 많다. 전통가요대학 설립이 꿈이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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