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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정공량 '말'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1.28 14:04

[여성소비자신문]말

  -정공량-


하기 쉬운 것이 말이고
지키기 어려운 게 약속이다

말없이 달려가는 말을
우리는 하루도 빼지 않고
지껄이면서 살아야 한다

남의 말에 우리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자신의 말만 상대방에게
잘 들으라고 말하기 쉽다

잘못하면 시간을 좀 먹고
사람의 마음까지 파먹고
나중에는 처음 말한 사람
자신의 마음까지 후벼서 파먹게 된다

말은 편리하고
말은 서로간의 소통의 도구
그러나 때로는 꽉
막히고 막혀버리는 말

-시 감상-

정공량 시인의 시 ‘말’은 그 제목이 단순하지만 의미심장해 보여 곧바로 읽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말없이 달려가는 말을/우리는 하루도 빼지 않고/ 지껄이면서 살아야 한다”는 구절에서 날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을 지껄이며 지내고 있는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하루가 평화롭게 잘 살아질까? 음미해 보게 된다.

‘말’을 “말없이 달려가는 말”이라고 표현했듯이, 말에 발이 달리지는 않았지만 말이라는 것은 날아가듯이 그렇게 빨리 전파되어나감을 내포하고 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라는 속담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어서 시인은 말하는 태도를 직시하고 있다. “남의 말에 우리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자신의 말만 상대방에게/잘 들으라고 말하기 쉽다”고 꼬집는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자신의 말을 적절히 해야 소통이 원활해지고 대화의 즐거움이 살아날 텐데, 통상 자신의 말만 잘 들으라고 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한 일방적 대화법 습관을 돌아보라는 일깨움이 들어있다.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꼭 써야할 말들이 있을 터이다. 각 일터에서 시장에서 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말들은 다 무엇이 되어 날아갈까?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말을 “잘못하면 시간을 좀 먹고/ 사람의 마음까지 파먹고/나중에는 처음 말한 사람/자신의 마음까지 후벼서 파먹게 된다.”고 하니 이 얼마나 끔직한 ‘말’인가? 시인은 이렇게 말의 영향력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말로 짓는 죄가 엄청난 것임을 점층적 강한 어조로 표현해 보인다.

말은 마음에서부터 입으로 나오는 것이다. 진심으로 공감하며 주고받는 말, 사랑이 담긴 말은 상대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을 줄 수 있다. “꽉 막히고 막혀버리는 말”, 즉 단절이 아니라 말 한 마디로 천량 빚을 갚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우주 만물의 말없는 뭇 생명들의 ‘말’은 어떠할까? 오직 꾸밈없는 마음 하나로 소통하면서 자연의 질서를 평화롭게 유지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 자신의 마음까지 후벼 파먹는 독이 되고 공해가 되지 않도록 시「말」을 마음에 새겨둔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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