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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과 건강, 이스라엘 패러독스(Israeli paradox)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7.16 16:25

[여성소비자신문]기름의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해 어떤 모임에서 심혈관 질환에 관한 이야기 도중 한 친구가 혈관 건강을 위해 ‘혈관청소부’로 알려진 크릴오일(krill oil)을 매일 복용한다고 자랑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50대 이후에는 크릴오일 섭취를 권장한다며 참석자들에게 그것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었다. 과거 연구실에서 크릴새우를 가축 사료로 활용하고자 조사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었다.

“크릴오일에 대해 과대광고가 너무 심하던데. 그런데 정말 걱정되는 것은 크릴오일의 안전성이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섭취하게나. 오메가3 영양제, 올리브유 등 고급 식용유를 많이 먹고 있는데 구태여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은 크릴기름까지 먹을 필요가 없을 걸세.”

노르웨이 말로 ‘작은 물고기 치어’라는 뜻의 크릴은 주로 남극바다에 살고 있는 새우와 비슷한 갑각류이며 고래나 펭귄들의 먹이가 된다. 거대한 떼를 지어 나타나는 크릴을 포획하여 짜낸 기름 즉, 크릴오일에는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오메가(omega)3계열 지방산을 비롯한 다중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다.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오메가3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서 섭취 되어야 하는 영양소로서 크릴오일 뿐만 아니라 연어나 정어리 등의 심해어, 들기름, 카놀라유에도 많이 들어있다.

 지난해부터 신문, 방송 등 공중매체를 통한 집중적인 광고에 힘입어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대형 할인점의 건강 코너에 몰리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리에 팔려나가던 크릴오일의 불편한 진실이 지난달 6월 초에 드러났다.

터질게 터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국내 유통 중인 41개 크릴오일 제품을 검사한 결과 12개 제품(29%)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전량회수, 폐기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되었다.

이들 제품에서 에톡시퀸(ethoxyquin)과 추출용매(헥산, 초산에틸 등)들이 허용기준을 초과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에톡시퀸은 합성 황산화제(antioxidant)로서 사람이 과다 섭취하면 세포내 DNA를 손상시켜 돌연변이나 암을 유발시킬 수 있기에 식품 내 첨가가 금지되었다.

식약처는 크릴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며 식용유와 같은 일반식품이므로 질병의 예방, 치료와 같은 허위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도 당부했다.

우리는 차제에 기름(지방질) 섭취와 건강에 관련된 잘못된 정보나 근거 없는 믿음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릇된 믿음 가운데 하나가 동물성 지방은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해로운 기름이므로 섭취를 피하고 몸에 좋은 식물 및 생선 기름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성 지방은 나쁜 기름이고 식물성 기름은 건강식이라는 단순 논리는 미국 보건부와 농무부의 ‘식생활 지침 6개 항목’ 가운데 세 번째인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지나친 섭취 피하기’에 연유된 것이다.

즉, 동물성 기름에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동물성 식품을 다량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하여 뇌졸중, 심장마비 등 심혈관 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1950년대부터 시작된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을 일으킨다’라는 ‘콜레스테롤 가설’ 또는 ‘지방질 가설’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 심장협회는 포화지방(동물성기름)의 위해성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다중불포화지방(식물성기름)을 매일 4숟갈씩 추가로 섭취할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그 결과 동물성기름의 섭취는 줄고 식물성 기름의 섭취는 대폭 늘었지만 심혈관 질환 발병률은 계속 증가하였다. 콜레스테롤 가설이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사실은 이스라엘 패러독스(Israeli paradox)로도 설명된다.

즉,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금욕적 식생활을 위해 육류와 가공식품의 소비를 피하므로 과일과 채소 소비량이 유럽인들보다 60%나 높지만 심혈관 질환, 비만, 당뇨 등 대사성 질병 발병률은 유럽인들보다 훨씬 높다.

동물성 식품보다 식물성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근거 없는 편견의 대표적인 예(例)이다. 프랑스인들의 동물성지방 섭취가 서구인들보다 높은데도 심장병 사망률은 미국의 절반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이나 불란서에서 믿음에 반하는 역설적 현상의 발생은 ‘콜레스테롤 가설’의 오류를 설명하고 있다. 그 후 영양학자들은 건강식으로 여겨왔던 식물성 기름에 다량 함유된 다중불포화지방산의 함량보다는 지방산들간의 함량 비율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중불포화지방산 가운데에는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이 있고, 이 두 지방산 함량의 비율이 혈관은 물론 세포막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대부분의 식물성 기름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함유한 크릴오일이나 심해어 기름을 섭취함으로써 오메가3 대 오메가6 지방산의 적정비율(1:4~1:10)을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 결과 다양한 종류의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가 시판되고 있으며 제품의 마케팅을 위해 효능의 과대광고가 행해지고 품질관리에 소홀히 함으로써 불량제품이 생산되는 것이다.

기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제품에 함유된 이물질뿐만 아니라 식물성 기름과 어유의 과다섭취로 인한 체내 다중불포화지방산 공급과잉의 부작용이 가져오는 각종 질병 발생 문제가 더 크다.

우리 부엌에 놓여 있는 참기름, 들기름, 콩기름, 해바라기기름 등의 식용유 이외에 영양제처럼 섭취하는 올리브유, 오메가3지방산, 아보카드오일, 크릴오일 등 모두가 다중불포화지방산이다. 지나친 다중불포화지방산 섭취는 혈관벽의 약화로 인한 뇌혈관 손상이 쉬울 뿐만 아니라 세포막의 과다한 다중불포화지방산의 산화로 암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발생이 높아진다.

미국 허친슨 암연구소의 브래스키(T.Brasky) 박사의 조사에 의하면 오메가3 지방산의 혈중수치가 높은 남성의 악성 전립선암 발생률이 혈중수치가 낮은 남성에 비해 2.5배 높다고 했다.

다중불포화지방산 섭취에 따르는 또 하나의 위험은 프라이팬이나 튀김시 열에 의한 변질 또는 변성화합물의 형성이다. 지나친 식용유의 가열로 발생하는 트랜스지방이나 아크롤레인이라는 변성화합물 등은 각종 소화관 질병(소화불량, 식도염, 대장암 등)을 유발한다.

이처럼 식용기름은 우리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제공해 주지만 지나친 동물성 기름 회피와 식물성 식용유 과다섭취는 이스라엘 패러독스를 가져온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 6지방산 적정비율 유지, 가열 피하기 및 합성 황산화제 오염방지 등 올바른 기름섭취가 지켜져야 우리의 건강 증진을 가져올 수 있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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